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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대한항공 인사제도의 직원 압박 정도는…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8.16 10: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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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8월9일 부산 대저동 대한항공 격납고 옥상에서 한 직원이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습니다.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긴 했지만 사측의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소동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근 대한항공 직원들의 연쇄 투신자살 사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인사제도는 2005년부터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C-플레이어(PLAYER)’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성과 및 역량 등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을 선정해 집중 관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에 따라 비공개로 선정된 직원은 소속 부서장과 성과 개선 자료를 가지고 면담하거나 리포트를 제출하는 등 특별 관리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 인사제도는 직원들의 자살, 기내면세품 강매, 조종사 이직 등 많은 문제점들과 직·간접적인 관련 있어 보입니다.

선정 경험자들은 하나같이 ‘무능력자’라는 낙인의 우려로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 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기내면세품 매출 역시 C-플레이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강매 아닌 ‘강매’를 겪어야 했죠. 

직원들의 자살 원인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관리시스템은 ‘SDP(Self Development Program)’라는 것으로, 지난 6월부터 조종사에게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저평가된 조종사는 승격 및 전환 등이 불가능하며 특수공항 등에도 운항할 수 없습니다. 임금 및 복지 미흡으로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찬 조종사들에겐 또 이직 사유가 늘어난 셈이죠.

“어느 정도 적응해 나가는 시스템에 순발력과 적응력을 높인다면서 사전에 없던 훈련 체크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개인별 등급까지 매긴다니…, 나는 푸줏간 한우 정도로 여기나 보다. 난 몇 등급이나 될까? 너무 비참하고 슬퍼진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한 조합원의 푸념입니다.

객실승무원은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며 조종사들은 임금도 대우도 좋은 해외항공사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C-플레이어를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조직 활성화를 명분 삼아 냉철하고 혹독해보이는 평가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는 대한항공. 문득 ‘기업은 곧 인간’ 이라는 기업관으로 기업을 성장시켰던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