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에너지와 자영 주유소 사이 이른바 ‘100원 전쟁’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 자영주유소 사장 300여명의 연합체인 ‘SK자영주유소연합’(이하 주유소연합)이 SK에너지의 일방적인 할인 정책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증시폭락 속에서도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투자 의견이 ‘매수’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이번 송사가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에너지 로고. SK에너지는 2010년 이사회 결의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을 모회사로 하는 존속법인으로 남았으며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신설법인은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다. |
◆ “SK, 자회사 통해 중간마진 챙겨”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은 할인 당시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을 리터 평균 100원 깎아주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SK에너지는 신용카드 할인 방식을 적용했다.
물론 실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공방이 빚어질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주유소연합은 “협상 과정에 있지만 진척되지 않을 경우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SK가 계열 자회사인 SK네트웍스를 거쳐 유류를 공급하고 있어 경유 기준으로 리터당 최소 15원에서 최대 70원의 중간 마진을 챙기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SK가 직판으로 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면 소비자가격이 리터당 40~50원은 싸질 것이라는 논리다.
앞서 11일 주유소연합은 “SK에너지와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SK에너지와 협상 날짜를 조율해왔지만 SK 측이 협의를 미루다 10일 ‘대화할 필요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협상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지난 8일 기름값 할인 과정에서 생긴 손실을 보상해달라는 내용 등을 담은 공문을 SK에너지와 SK네트웍스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 국내 정유사, 단기손실 불구 ‘주가 저평가’
이번 송사 여부가 SK에너지의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소송, 노사분규 등의 사건이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실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과정에서 거액의 배상액이 책정될 경우 단기적인 실적 악화를 불러올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재정 위기로 일시적인 유가하락과 주식시장 불안정 등으로 국내 정유·화학업체의 주가는 큰 폭의 조정세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며 정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낙폭을 키웠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중국·인도 등의 지속적인 수요증가가 기대되는 만큼 지금의 주가는 저평가 됐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12일 12만3500원을 기록해 전일보다 8500원(-5.25%) 하락했다. 업종평균 등락율인 -5.02%보다 큰 낙폭이다.
하이투자증권 이희철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 정유 업체는 판매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와 기말 재고평가 등에 따른 일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석유소비 증가세 둔화가 본격화되면 국내 정유업체 실적도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대만의 포모사가 가동을 중단했고 중국·인도 등이 견조한 수요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P-X, 고도화설비 신증설 등으로 국내 정유사의 수익창출력이 과거보다 개선됐다”며 “PER 6~7배 수준으로 낮아진 지금의 주가는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되므로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매수를 고려해 볼만 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