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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상대號 검찰, 총선·대선 앞두고 ‘공안정국’ 부활?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8.12 16: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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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사진)이 12일 취임 일성으로 “이 땅에 3대 전쟁을 선포한다”면서 하나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이고, 둘째는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이며, 마지막으로는 우리내부의 적과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고질적 유착과 검은 거래가 횡행하는 풍토를 바로 잡겠다며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검찰이 국민에게 오만하게 비쳐질 때 설 땅을 잃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검찰상은 요원해진다며 ‘내부의 적’과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시선은 한 총장이 “아직도 북한에 대한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국가적 불행”이라며 “종북좌익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사실상 ‘종북좌익세력’을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대다수 야권과 민주노총 전교조 등 ‘진보적 시민사회노동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 진행되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대놓고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의혹과 함께, 지난 정권에서 사라졌던 케케묵은 ‘공안정국’이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한 총장은 이날 “북한을 추종하며 찬양하고 이롭게 하는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며 “시대착오적인 위선과 기만을 외면하고 용인하는 것은 체제수호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땅에 북한 추종세력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응징되고 제거되어야 한다”며 “다시 한번 공안역량을 정비하고, 일사분란한 수사체제를 구축하여 적극적인 수사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종북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외면하거나 물러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 총장의 이날 발언은 그가 청와대로부터 검찰 총수로 내정되면서 이미 예견돼 왔다는 분석이다.

‘종북주의자’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이날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나는 발언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눈치 챘을 것이라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청와대가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내정했을 때 야권은 “청와대의 내정 강행이 인사의 끝이 아닌, 분란과 논란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는데, 예상대로 내년에 중차대한 선거를 앞두고 분란과 논란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당장 한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지켜본 야권 안팎에서는 공안부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한 총장은 총장 후보자 시절인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공안분야 인력을 더 지원하고 공안검사들과 수사관들에게 인사혜택을 주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 공안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인사혜택까지 줘서 공안분야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략적 의도가 뻔한’ 검찰의 이 같은 무리수는 국민적 분노만 야기할 뿐이라는 비판에 이미 직면한 상태다.

한 총장은 공안 당국이 북한 지하당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이른바 ‘왕재산’ 사건과 관련, “이 사건은 우리가 17년 만에 찾아낸 지하당 사건으로 공안 입장에서는 좋은 사건”이라며 “그 동안 공을 많이 들였고 성과를 내고 있는데, 현재 공안현실을 반영하는 사건으로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사실상 이를 계기로 ‘공안 정국’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총장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일부 정치권이 한상대 총장에 대해 “병역,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라는 4개의 필수과목에 논문표절, 스폰서 의혹이라는 선택 과목까지 더해진 그야말로 막장인사의 대표 격”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보복(?)’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다소 ‘사실과 다른’ 황당한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분명한 점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 총장의 이번 발언은 야권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한 총장은 지난 후보자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는데, 법 집행을 책임져야 할 검찰의 총수가 사과 한마디로 끝냈다면, 종북주의자들도 공개 석상에서 ‘종북행위에 사과한다’고 말하면 끝날 일이냐는 반박이다.

위장전입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최근 4년간 위장전입이나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6894명의 국민은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소신 아닌 소신을 밝혔으니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는 비아냥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발표한 성명서 등에 따르면, 한 총장은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병역면제 관련, 병원에 멀쩡히 있는 진료기록을 없다고 잡아떼는가 하면 의료진에게 공개하지 말라고 각서를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검찰의 청문회 준비단장인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서비스 차원에서 제출하는 것인데 무슨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국회를 모독하고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났다.

결국 불법과 각종 비리의혹에 지탄을 받고 있는 한상대 후보자가 검찰이 수장이 됨에 따라,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어서 향후 종북좌익세력 뿐 아니라 부정부패와의 전쟁은 물론이고 ‘내부 적’과의 전쟁에서 검찰의 권위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특히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을 두고 부적격자임에도 불구하고 임기막판과 퇴임 후를 생각하여 무리수를 두고 ‘충성파’를 임명했다는 야당과 국민의 지적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정권’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단골메뉴로 써먹었던 ‘공안정국’은 이명박 정부에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진보정당 진보적 시민단체는 청문회 과정에서 한상대 총장에 대해 “위장전입에 대한 처벌의지를 밝힌 한상대는 대상 1호로 본인부터 처벌받기 바란다” “현직 검사시절의 위법행위가 이미 명명백백히 드러난 만큼, 검찰총수로의 승진은 결코 불가한 일”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모 정당은 “이 대통령이 이렇듯 무리수를 두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더 이상 복구가 불가능한 민심 이반 앞에서 사정기관이라도 MB의 남자들로 장악하지 않으면 정권 말기를 버틸 수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을 절박함이야 누가 모르겠나”라고 비아냥댔다.

이 때문에 한 신임 총장이 이 대통령과 동향 출신 장관, 대학 동문 총장 체제라는 이유로 향후 진보적 정당을 상대로 한 ‘편파수사(?)’가 종북좌익세력 척결이라는 타이틀로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현실화에 따라 양측간 충돌이 예상된다.

특히나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 대통합’ 목소리가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총장이 핵심 과제로 ‘종북좌파세력의 척결’을 제시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경고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와 2부(부장검사 이진한, 안병익)가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합법적인 후원당비를 노조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둔갑시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 당직자를 무더기 기소한 것은 그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참여정부 시절 공문을 통한 질의를 통해 중앙선관위 답변을 받아 합법적으로 진행한 후원당원 제도를 이제와서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파렴치한 정치탄압이 아닐 수 없다”며 “지난 정부 시절의 합법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불법으로 둔갑한 것 자체가 매우 불순한 정치탄압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유례없는 정당 기소는, 진보정당간 대통합이 본격화되고 있고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통합과 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흠집내려는 불순한 정략적 기도”라면서 “이명박 정권과 검찰의 초법적인 야당탄압, 진보정당 죽이기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