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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대선 불출마 선언…갈팡질팡 표심 ‘꿈틀’

‘대선’보다 ‘주민투표’…복지 포퓰리즘 척결 ‘올인’

이보배 기자 기자  2011.08.12 15: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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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어이 일을 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10여일 남겨놓고 2012년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 단단히 벼르고 승부수를 띄웠다.

오 시장은 1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대선에 불출마 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민들에게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호소하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에게는 정면돌파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 “대선 포기해도 주민투표는 안돼”

그렇다면 오 시장은 왜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버려가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올인’하는 것일까. 일단 오 시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고 주민투표에 임하는 진심을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항간에 떠돌고 있는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더 이상의 오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1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 이날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실제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를 고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24일 치러질 주민투표는 개인의 일이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때문에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서울시민들의 투표참여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소 빠른 시점에서 오 시장의 선언이 있었다는 점이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 전 거취 표명을 할 것이라는 것은 정치 좀 안다는 사람은 대부분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청 관계자를 비롯해 오 시장을 공격하는 민주당은 주민투표를 3~4일 앞둔 다음 주 주말쯤 ‘뭔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투표 불참운동을 벌이는 등의 행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오 시장이 최후에 칼날을 꺼내 든 것.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던진 이날의 승부수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위한 하나의 과정 즉,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주민투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민주당과 야당, 시민단체들은 이번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카드를 두고 연이어 혹평을 쏟아내고 있지만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 자칫 오세훈 시장의 행동이 얼마 남지 않은 주민투표에 직간접적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복선에 깔려 있다.

물론 오세훈 시장도 한 번의 이슈만으로 승부의 분수령이 될 33.3%의 투표율을 장담하기 어렵다. 때문에 정계 호사가들은 남은 기간 동안 오 시장이 다시 시장직을 건  ‘2차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 공격과 방어 ‘투트랙’ 시스템 체제 전환

이와 관련 오 시장도 속내를 비쳤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를 선택해준 서울시민 유권자들의 엄중한 뜻인 서울시장직을 무상급식 주민선거 결과와 연계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또 한가지는 당과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제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10여일 남은 주민투표 기간 동안 시민들의 뜻을 묻고, 여론을 살피고, 당과 긴밀히 협의해 만약 결심이 서게 된다면 선거 전에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오 시장이 거취 발표를 한다면 대선 불출마보다 시장직을 던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선 출마 포기보다는 당장 직면해 있는 시장직을 버리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 시장의 말처럼 시장직 사퇴는 정치적 역학 관계상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나라당에서는 그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것에 대해 반대할 것이 자명하다.

자칫 오 시장이 서울시장을 사퇴할 경우,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위기를 맞은 한나라당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석의 시장직을 채우기 위한 보궐선거가 진행될 경우 한나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같이 매우 한나라당에 매우 불리한 분위기는 내년 4월 총선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수도 있다.

결국 어떤 정치인이든 정당이든 정치세력이든 표 앞에서는 흔들리고 약해진다. 게다가 시장직 사퇴는 반드시 지켜야할  ‘공언’이지만, 대선 불출마는 국민의 여론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뒤집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승리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올인’을 선택한 오 시장. 오는 24일(수) 그는 과연 웃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