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은행권, 지로 담합·카드 거절 ‘궁색’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8.12 10:38:0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최근 은행권의 해묵은 관행에 관한 소식 두 가지를 접했다. 하나는 외환은행이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된 것이고(4일), 하나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 대 레바논전 경기 입장권이 판매 개시(11일)된다는 소식이다.

앞의 소송은 여러 은행들이 지로 수수료를 동일하게 올린 것을 공정거래법상 가격 담합으로 볼 수 있느냐의 논쟁에서 대법원이 담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고, 축구 예선은 대한축구협회 후원 은행인 하나은행이 전국 영업점에서 입장권 판매에 나선다는 뉴스다.

지로 등 각종 수수료의 담합 논란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정위가 은행권을 예의주시해 온 사안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 역시 지로 처리에 있어 ‘은행간 수수료’ 인상액을 올리기로 하다 보니 결론적으로 인상액이 같아진 것을 불법으로 바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 ‘지로수수료를 인상하기로 마음대로 연락해서 담합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얻은 것은 아니다.

축구 입장권의 경우는 신용카드 구매 거절로 이미 많은 민원 대상이 돼 온 사안이다. 국가 대표전이나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판매 대행을 각 단체 후원 은행이나 지역연고 은행 등의 은행들이 맡아 왔으나, 신용카드는 받지 않아 구매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 왔다.

전자의 경우에는 은행간에 지로 요금에 대해 자율 경쟁을 하게끔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에 어긋나는 공동의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특히나 이번의 경우에는 이미 고등법원에서부터 주목받았듯, ‘적자를 모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그리고 ‘은행간 수수료 부분을’ 손을 댄 것이라서, 앞으로 이같은 면피거리가 없어지면 담합성 행위를 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지로 취급 수수료가 박하다는 푸념도 없지 않은 모양인데, 정작 이같은 업무에서 손을 떼지 않는 것은 무형의 고객 유인 효과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생각해 보면, 담합이 발생할 경우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로 못지 않게 수수료 비용 등의 문제로 은행권이 외면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신용카드로 스포츠 경기 입장권 가격의 수납을 받는 문제다.

이번 월드컵 예선 경기 입장권의 뉴스 이전에도 은행들의 거절 행위와 이로 인한 불만 제기가 많았다. 이 문제에서도 예전부터 단골 메뉴처럼 언급돼 온 것이 수수료가 박하다는 해명과 은행은 카드 수납 기관이 아니라 곤란하다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주택은행이 1991년 11월에 서울지역 영업부등 일부 점포를 통해, 음악회이나 연극,영화, 발레 등 각종 공연물 티켓과 63빌딩,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등 레저시설 이용권을 예매하거나 예약해주는 티켓 판매 창구를 개설했던 점을 보면 이런 해명은 궁색해진다.

주택은행은 당시 개인용 컴퓨터를 한국데이타 통신의 부가가치통신망과 상호연결, 동사의 예약시스템을 이용해서 이러한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BC카드 소지자는 BC카드로, 일반고객은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지금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많은 은행이 카드사들을 별개 법인으로 분사시켰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체크카드 운영을 위해 BC카드와 거래 관계를 간접적으로라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생각해 보면 방안이 없다는 것보다는 수수료 이익에서 카드 수수료 부분을 떼어내는 게 아까운가의 여부로 보인다. 더욱이 하나은행은 2004년에는 FC서울과의 제휴로 입장권 판매 대행을 하면서 오히려 영업점 구매시 현장 구매보다 1000원 싸게 할인해 준 바도 있다.

   
 
어떤 서비스나 제휴를 맺을 때에는 많은 유무형의 이익, 직간접적인 효과를 총체적으로 따져 본 다음에 들어가게 마련이다. 은행들이 지로나 입장권 판매 문제에서 보여온 태도는 ‘어쩔 수 없거나’, 방법을 ‘못 찾겠는’ 게 아니라 ‘찾기 싫다’거나 ‘그렇게 해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 아니냐고까지 나쁘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어느 서비스 부분을 진행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문제에 이익이 나지 않는다며 소비자 요청을 마냥 외면하기만 하는 것은 별로 와 닿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