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백이, 상생은 외면하고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는 대기업들과 목표를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부여당에게 큰 경종이 되길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 측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노 전 대통령이 밝힌 3000억원은 현재 가치로 환산할 경우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회고록은 전하고 있다.
또 후임 대통령을 위해 “청와대 사금고에 100억원 이상을 남겨뒀다”는 사실과 함께 △ 대통령 재임시 여당 정치자금의 출처가 대기업이었다는 점 △ 대기업들이 어떤 방법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여당에 모아줬는지를 회고록을 통해 소상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이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 측에서는 회고록 내용에 관해 함구하고 있지만, 사실에서 크게 벗어난 진술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막대한 돈이 위정자의 전화 한 통화면 대기업의 주머니에서 쉽게 오갈 수 있었다는 말 앞에서, 우리 국민은 얼마나 많은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국민의 본이 되어야 할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에 앞장섰으니 이 나라 역사가 제대로 설 수 있었겠는가”라면서 “역사 앞에 완벽한 비밀은 없다. 내년 큰 선거를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반면교사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불행하고 부끄러운 과거일지라도 그 진실을 밝히는 일은 중단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이자 참회였는지 모르겠지만, 진실은 결국은 밝혀지고 마는 일임을 명심하고 권력을 쥐고있는 위정자들이 더욱 청렴하고 신중히 처신해 줄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폭로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선거자금 3천억원은 20년이 지나 처벌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사의 주역들과 6공화국의 비화를 담은 ‘노태우 회고록’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중 겪은 일들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지난 1995년 11월 수감 직전에 발표한 ‘국민에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떤 처벌도 나 혼자 달게 받겠다”고 밝힌 이후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은 이번 회고록을 통해 그 사실관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