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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참운동의 ‘미장센’

[8·24 서울시 주민투표- ③]

이보배 기자 기자  2011.08.09 16: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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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시 무상급식 전면시행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4일(수) 진행되는 이번 주민투표 시행 발표 이전부터 ‘무상급식’이라는 주제는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주민투표’라는 강수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지방선거를 방불케 하는 정치적 노림수와 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것.

무상급식 찬반 양측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시점에서 말하기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기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참운동’이 과연 문제 없는가” 하는 부분이다.

움직임은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쪽에서 먼저 포착됐다. 민주당 등 야5당을 비롯한 무상급식 전면시행 찬성 사회단체 소속 50여명은 지난 4일 ‘나쁜 투표 거부 시민 운동본부’의 발족을 알리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운동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오세훈 시장의 불법, 관제, 혈세 낭비 나쁜 투표를 단호히 거부하며 투표율 33.3%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투표불참 캠페인을 벌이는 등 투표거부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  

실제로 이 단체는 각 자치구의 지역운동본부 구성을 마치고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주민투표에 불참할 것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무상급식 전면시행 찬반 논쟁이 ‘주민투표’를 앞두고 ‘참여 Vs 불참’으로 변질된 모양새다. 투표거부 또는 투표불참 내지 투표권 행사 방해 운동을 하는 행위가 투표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민주선거의 4대 원칙의 하나인 ‘비밀선거’를 깨뜨리고, 참정권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참운동이 합법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기자의 우려를 한방에 불식시켰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8일 “2005년 선관위는 찬성·반대 운동 뿐만 아니라 투표 불참운동도 선거운동의 하나로 인정하는 유권해석을 하고, 이후 선거관리 때마다 이 원칙을 적용해 왔다”면서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과정에서 이런 유권해석을 바꿔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기 때문에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투표운동의 하나로 인정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이 같은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주민투표가 이미 발의된 투표에 대해 찬성할지, 반대할지에 대한 적극적인 운동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불참운동을 벌임으로써 시민을 선동하려는 듯한 냄새가 풍기는 이유에서다.

불참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단체 역시 말하지 않았나. “나쁜 투표를 단호히 거부하며 투표율 33.3%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투표불참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이는 무상급식 전면시행의 찬성과 반대라는 원래 주민투표 이유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놓고, 투표율 33.3%를 원천 봉쇄시켜 투표함 개봉조차 막아버림으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무상급식 전면시행 반대자들의 입지를 흔들어놓겠다는 복안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내세워 ‘부자아이, 가난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라고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치적 속내가 가득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물론 주민투표 성공으로 무상급식을 전면시행하게 되는 것도 오 시장과 한나라당을 압박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반대로 투표율을 33.3%에 못 미치게 해 투표함 개봉조차 하지 못할 경우, ‘이것이 바로 서울시민의 뜻’이라며 오히려 오 시장과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할 수 있게 되는 이유에서다.

애시 당초 주민투표에 부칠 가치도 없었던 사안을 크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물론 덧붙여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주민투표 예상비용인 182억원을 써버린 상황에서 투표함이 개봉되지 못하면 182억원을 수해복구에 투입하라며 서울시를 향해 집중포화를 날렸던 주민투표 불참운동 단체를 비롯한 민주당의 서울시 압박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도 자명하다.

결국, 정치인들의 다툼에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대로 이용되는 형국이다. 졸지에 일부 시민들과 아이들은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됐고, 불참운동 단체들은 거리로 나서 시민들을 자신의 소속사로 길거리 캐스팅 하고 있다.

   
 

판단과 결정은 시민들 몫이다. 찬성과 반대 개인적인 주장은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을 선동하기 위한 일방적인 선거불참 운동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마지막 목소리다.

찬반 논란이 거세질수록 8월24일(수) 의식 있는 시민들의 선택과 판단에 따른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와 정치인들의 아귀다툼 무대의 엔딩이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