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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신동가수 발굴 ‘범생이 카수’ 키운다

[인터뷰] 남인수 기념사업회 신해성 회장

허진영 기자 기자  2005.12.07 1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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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가요계에서는 어린 트로트 신동가수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진욱 군, 김용빈 군, 양지원 군과 황혜린 양은 각 행사 때마다 섭외 우선순위를 다투고 있다.
 
이들 어린 가수들의 활동이 많아지며 그들이 ‘남인수 기념사업회’ 출신이라는 게 알려지며 이 모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4년간 남인수 기념사업회를 이끌어 왔던 신해성 회장을 만나봤다.

좌절과 설움 보듬어 줬던 진정제

   
내 나라를 잃고, 내 말을 잃고, 내 이름조차 잃어야만 했던 일제 강점기.

힘이 없다는 이유로 울분을 삼키며 살아야만 했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기력이 쇠한 노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의 기억속에는 암울한 삶 속에서도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어줬던 그때의 노래들이 자리하고 있다.

‘애수의 소야곡’ ‘가거라 삼팔선’ ‘이별의 부산정거장’ ‘추억의 소야곡’ ‘무너진 사랑탑’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던 남인수선생.

남인수 기념사업회의 신해성 회장은 “남인수 선생의 노래는 당시 우리 국민들이 겪어야만 했던 좌절과 설움을 보듬어 주고 쓰다듬어 주는 진정제 같은 것”이라고 회상한다.

48년 전 우연한 만남으로 한기려

신 회장에게 남인수 선생은 아주 각별한 존재였다.

“제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3학년 때 해방이 되었어요. 그때는 TV도 없고 라디오도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죠. 집 앞 극장에서 틀어주는 유성기를 통해 남인수 선생의 노래를  처음 들었습니다.”

동방신기, GOD, 신화 등이 요즘 아이들에게 우상이라면 당시 어린 신해성에게는 남인수 선생이 우상이었으며 그 이상을 뛰어 넘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해방 이후 가수로 데뷔한 신해성 회장. 57년 ‘여인우정’이라는 노래로 히트가수가 되어 공연을 다니던 중 부산 MBC에서 우연히 남인수 선생을 만나게 됐다.

그토록 존경하고 흠모해 왔던 남인수 선생을 직접 만난 신 회장은 남인수 선생에게 식사를 대접한 후 정중히 부탁, 사진관에서 가서 기념촬영을 했다.

그때 한번의 만남은 신 회장을 24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 사람을 기리는 마음으로 살게 했다.

기념사업회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

남인수 선생이 62년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타계한 이후 81년 6월, 종묘에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가수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운봉 선생을 비롯해 백설희 선생, 김영춘 선생, 고봉산 선생, 백난아 선생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가수들이 모여 지금의 남인수 기념사업회의 전신인 예도매미회의 발기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10년 후인 1991년 제 1회 남인수 가요제가 그 막을 열게 돼 올해 15회를 맞았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속에 시작했지만 지난 20년 넘게 그 명맥을 유지해 오기까지는 숱한 어려움이 많았다.

비영리 사업인 만큼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성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많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요계에는 선배 가수들을 추모하기 위한 단체 들이 몇 개 더 있었지만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남인수선생 기념사업회만이 이렇게 오랜 세월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원로가수 신해성 회장의 노력과 열정이 밑거름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조력자인 아내, 작은 방울

하지만 이런 큰 사업을 어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었겠는가. 많은 선후배 가수들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신 회장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사람은 반평생을 함께 해 온 아내였다.

신 회장의 아내는 ‘마포종젼으로 유명한 은방울 자매의 작은 방울 오숙남 씨.

그의 아내는 그가 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도, 다른 동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을 때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사업을 위해 아파트 입주를 위해 준비해 둔 중도금을 내어 놓아야만 했을 때에도 한번도 신회장을 질책하거나 이 일을 반대하지 않았다.

신 회장에게는 가장 큰 후원자였으며 같은 편이었고 믿음직한 조언자였다.

봉사공연과 후배 양성으로 선배 가수 위업 이어

이렇듯 어려운 중에서도 남인수 기념사업회를 꾸려가고 있는 신해성 회장.

“가요를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가요계에 봉사했던 남인수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받들기 위해 각종 봉사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남인수 선생이 살아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회원들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노인, 장애인, 사할린 귀국동포, 산재 근로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위문 공연을 하고 있다.

또 남인수 가요제를 통해 신인가수들을 발굴, 가요계의 새싹들을 배출하는 것도 기념사업회의 큰 일 중 하나다.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신동가수 진욱 군과 김용빈, 양지원 군도 남인수 가요제 출신이고 남인수 선생의 노래를 기가 막히게 따라 부르는 황혜린 양은 신해성 회장의 외손녀 이기도 하다.

선배 존경하는 모범 가수로 키워

“남인수 기념사업회의 가수들은 당연히 노래도 잘 해야 하겠지만 선배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 모범이 되는 가수로 커야 한다”고 말하는 신 회장.

실제 신 회장의 이런 가르침을 받으며 가수로 입성한 진욱 군은 자신의 수익금 전부를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어린 가수들 역시 봉사공연을 통해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보고 배우고 있으며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어려서부터 배우고 있다.

앞으로의 소망에 대해 “옛 가요를 가르치고 그 노래를 불렀을 당시의 시대상황과 노래에 얽혀있는 사연과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가요교실을 열고 싶다”고 말하는 신해성 회장.

“옛 노래는 60, 70년이 가도 불리워지고 기억에 남지만 요즘 노래는 유행이 된다 하더라도 몇 개월 못 가 대중들에게 잊혀지는 게 현실”이라며 “민족성이 담긴 노래, 국민의 의식을 순화시킬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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