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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 괴롭히는 ‘8월의 저주’ 내막은…

9일 올해 두번째 사이드카…"징크스일 뿐 공포 자제해야"

이수영 기자 기자  2011.08.09 09: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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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국발 신용 리스크로 촉발된 국내 증권시장 폭락이 ‘8월의 저주’ 때문이라는 설이 무성하다. ‘8월의 저주’란 세계 경제·금융사에서 위기의 시작이 본격 휴가철인 8월부터 시작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더블딥(이중침체) 우려, 유럽 재정위기 부각 등의 악재가 8월에 집중되며 ‘8월의 저주’가 현실화 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무성하다.

‘8월의 저주’에 증권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92년 미국 대공황, 1997년 한국의 IMF 사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굵직한 경제적 위기 상황이 모두 8월에 집중된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국내 증권시장의 폭락이 ‘8월의 저주’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가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포를 더욱 조장하는 일종의 ‘징크스’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8월의 저주’ 뿌리는 1992 美 대공황

그렇다면 8월의 저주란 무엇일까. 뿌리는 1992년 미국 경제 대공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RB의 재할인율 인상 등 통화긴축 단행으로 미국 상업은행은 8000만 달러에 이르는 예금 지급을 감수했고 이는 같은 해 10월 증시 붕괴로 이어졌다.

1997년 불거진 아시아 통화 급락 사태도 ‘8월의 저주’ 사례로 분류된다. 당시 태국이 고정환율제 포기를 선언한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추락하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본격화됐다. 국내 시장 역시 후폭풍에 휘말리며 같은 해 12월 IMF 구제금융 지원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가장 최근에 불거진 대표적인 사건은 2008년 8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다. 이는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져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를 불러왔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붕괴 역시 ‘8월의 저주’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다. 9일 국내 주식시장은 엿새째 추락해 1800선 마저 붕괴됐다.

9일 개장과 동시에 코스피는 전일대비 61.57포인트 하락한 1807.88로 장을 시작했고 9시19분 올해 두 번째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코스피200선물이 전일종가인 241.75포인트에서 -13.1포인트(-5.41%)하락한 228.65포인트로 주저앉아 5분 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오전 9시19분 현재 프로그램 매매 거래규모는 29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16.99포인트 하락한 445.70으로 장을 시작했으며 9시 15분 현재 430선대까지 밀려났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사상초유의 ‘이벤트’에 국내 증시가 충격에 휩싸이자 과거 ‘8월의 저주’가 투자자들 사이에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징크스에 불과, 공포 조장 지양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8월의 저주’라는 용어 자체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악재’라고 분석했다.

한양증권 송창성 애널리스트는 “과거 8월에 유독 증시폭락과 관련한 리스크가 대두된 것은 맞지만 이는 기본적인 사실보다는 일종의 징크스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공교롭게도 올해 8월에 대외적인 악재가 집중된 것은 맞지만 ‘8월의 저주’라는 말 자체가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종의 ‘징크스’에 불과하다”며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는 투자자들이 기본적인 팩트(사실)보다 보이지 않는 배경에 기대려는 게 증시 폭락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반등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낙관적인 요인을 찾으려는 것처럼 비관론자들은 ‘8월의 저주’ 등 심리적 징크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송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 증권시장은 극단적인 공포 상태”라며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 미국의 정치적 역량 문제까지 불거져 시장이 이 같은 충격에 제대로 대처할 준비가 덜 된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충격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불안을 키우는 심리적인 공포는 지양해야 한다는 게 국내 증권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