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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두번 죽이기’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8.05 17: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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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 화물기 기장 정보를 보험사가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28일 제주시 서쪽 약 107㎞ 해상에서 통신이 두절됐던 아시아나 항공 소속 화물기가 추락해 아직 조종사 생사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블랙박스도 찾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모든 책임이 해당 항공기 기장에게 맞춰지고 있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지 않았고 거액의 보험금으로 ‘고의추락설(說)’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추락한 항공기는 2006년 도입한 신기종 B747-400F 모델이다. 조종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모델은 소화시설이 잘 구비되지 않아 화재 진압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화재발생 보고 후 경고음 울리고 체크리스트 및 조작, 통신까지 노력했지만 10분 후, 비행능력 상실로 추락해 자세한 상황 보고는 무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간과당한 채, 국내 시선은 기장 신상 털기에 급급하다. 생사여부도 불확실한 실종자의 가족을 두고 벌써 ‘유가족(遺家族)’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으며, 기장 개인 정보 유출로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심지어 사고조사가 이뤄 지지 않은 시점에서 기장이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의로 추락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기장이 지난 6월28일부터 7월18일까지 종신보험 2개와 손해보험 5개 총 7개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또 이로 인해 기장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30억원 상당의 거액인 것과 기장의 빚이 5억원이라는 내용도 역시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고의설’ 의혹은 최악의 가설(假說)에 불과하다.

물론 오해의 소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 가입 사실 하나 가지고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가운데, 생사 여부도 모르는 기장의 명예를 깎아 내리면 안 된다. 더군다나 가입자 정보 보호 의무가 있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꺼려한 나머지, 정보 유출했다면 그 가족들과 동료들이 받아야 할 고통을 가중시킨 셈이다.

   
 
작은 것에 너무 집착하면 종종 오류에 빠져 헤매, 더욱 가치 있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익에 눈이 멀어 형세를 잘 살피지 못하면 상황을 자신에게 불리한 지경으로 몰아갈 수 있다.

마지막 10분간 추락을 막기 위해 조종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한 번 생각해본다면 개인정보를 유출한 보험사(혹은 금감원)는 ‘책임 전가’를 그만하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