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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인의 행복코드는 ‘富’

'명품불패' 물질로 행복척도 재는 씁쓸한 현실

송은영 기자 기자  2011.08.05 16: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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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음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교사는 두 개의 유리시험관에 각각 물과 술을 넣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지렁이를 한 마리씩 시험관에 넣었다. 물에 넣은 지렁이는 살아서 움직였지만 술에 넣은 지렁이는 몸부림치다 금방 녹아버리고 말았다.

“지렁이가 녹아 없어지는 것을 보고 무엇을 느꼈느냐”는 교사의 질문에 한 학생이 대답했다. “술을 많이 마시면 몸속의 기생충이 녹아버립니다”라고. 교사는 술을 마시면 몸이 상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실험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학생은 ‘몸 속 기생충을 없애려면 꾸준히 술을 마셔야한다’는 엉뚱한 지식을 배운 셈이다.

웃음이 터질 만한 얘기다. 하지만 약간의 관점 차이로 세상에 대한 해석과 실천 나아가 행복의 척도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만하다.

2006년 영국 레스터대학교 심리학과 에이드리언 화이트 교수가 작성한 세계행복지도에서 한국은 102위에 그쳤다. UN이 조사한 행복 순위에서도 한국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최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조사한 ‘2011년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 조사결과에서도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지수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5월 한국방정환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고3학생 응답자 가운데 26%가 ‘돈’이라고 대답했다. 사회생활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청소년들 중 적지않은 수가 돈을 행복의 최고 조건으로 여기는 것이다.

한국인의 낮은 행복지수는 이미 여러 조사 결과로 나타났고 ‘행복=돈’이라는 공식은 사회적 통념이 돼가고 있다. 좋은 집과 근사한 차, 명품을 갖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명품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유별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국내 명품시장은 급팽창했다.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비쌀수록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급증하는 추세다. 일례로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지난해 매출액은 4273억원,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4%와 25%씩 증가했다.

루이뷔통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대형 유통업체 대표는 직접 한국에 온 루이뷔통 사장을 맞이하며 로비전을 펼쳤다.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 사랑을 ‘행복지수’와 연관시켜 보면 물질적인 만족감을 행복의 척도로 재는 현실은 서글픈 일이다.

   
 
많은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적 급성장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축적·팽창·급성장 이면에는 ‘자살율 1위’ ‘저출산’ ‘낮은 행복지수’ 등 어두운 면이 많다.

행복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이 나를 바라보는, 특히 물질에 의해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것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