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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바젤3’…비이자수익 못내면 은행들 낭패

[심층진단] 은행최소자본비율 2~4배 강화…‘수익성 악화될텐데’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8.04 11: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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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화려한 외관, 하지만 속을 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큰 금융지주사들의 상반기 실적을 보면서, 이참에 드러난 문제를 인정, 아예 ‘바젤3’(은행의 최저자본비율을 7%까지 늘이는 안)에 빨리 대비하는 정거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젤3’은 주요선진국(G10)의 중앙은행 및 은행 감독 당국의 대표들로 구성된 바젤위원회가 금융위기와 관련해 ‘바젤2’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 지난해 9월 발표한 안이다.  

은행을 위시한 금융지주 2011년도 상반기 성적을 점검해 본 결과, ‘실적 잔치’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과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이 지난 1~6월 거둔 당기순이익은 6조6413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조4016억원보다 95.2%(3조2397억원) 늘어난 규모. 신한지주가 가장 많은 1조8891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KB금융은 1조5749억원, 우리금융 1조2939억원을 남겼다. 하나금융도 86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IFRS 효과와 현대건설 일회성 이익 덕 ‘톡톡’

하지만 이번 성과는 회계기준의 변경, 즉 금융지주회사들이 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새롭게 적용한 데 따른 효과와 현대건설 지분 매각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현대건설 지분 매각은 당초 예상보다 큰 차익을 은행권에 안겼다. 3조5000억원선을 바라보던 현대건설 매각 대금은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 경쟁 구도로 치달으면서 크게 올랐다. 가격 상승 효과로 인하여 우리금융은 약 7200억원의 현대건설 지분 매각 이익을 봤고, 신한지주(2670억원) KB금융(2100억원선)은 물론 하나(1300억원) 등도 모두 상당한 덕을 봤다.

아울러 새 회계기준에 따라, 순자산이 과거 회계기준보다 높아지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7월27일 금융감독원이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1/4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IFRS 적용 이후의 재무적 영향을 점검한 후 밝힌 자료를 보면, 은행지주회사의 지난해말 IFRS 기준 연결순자산은 110조9000억원으로, 과거 회계기준(102조6000억원) 대비 8조4000억원(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연결범위가 변경되며 순자산이 2조5000억으로 과거 회계 비중보다 줄었으나, 여기에 다시 대손충당금 산정방식과 자본·부채 분류기준 변경이 작용하므로 각각 순자산이 2조9000억원, 6조4000억씩 증가했다. 유형자산 재평가로도 순자산이 2조3000억원 늘어났다.

◆‘이자 수익에 기댄 성과’ 풀이

가장 큰 문제는 주식 매각익이나 IFRS 문제 같은 ‘효과’들의 행진에 있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편하게 이자를 거두는 은행 관행, 그리고 그런 체질의 은행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금융지주사들의 시스템이 이번 상반기 실적에서 드러났다는 데 있다.

이번 성적은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수익이 크게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즉 지주사별로 1조5600억에서 3조6279억원의 순이자수익을 올린 것도 실적 호조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부수적으로 금융지주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전통적 주력업인 은행에 기대는 비율이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은행에 치중하다 보니 이자 수익에 의존하고, 이자 수익의 달콤함에 취하고 이것이 갖는 큰 비중을 무시하기 어렵다 보니 지주사 전체 이익에서 은행의 파이가 줄지 않는 순환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금년 상반기의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4대 지주 모두 지난해 상반기보다 상승했다. NIM은 (자산의 운용 수익-조달비용)/운용자산 으로 나눈 수치다. 예대마진 즉 대출금리-예금금리의 차를 많이 남기면, 즉 이자를 많이 거두면 NIM이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바젤3 시대가 개막되면 이른바 대마불사 금융기관은 발붙이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이는 최근 실적에서까지 확인되듯 편한 영업에 안주하는 경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 나라 은행권에는 큰 도전 과제가 될 전망이다.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비이자 수익 창출 노력 강화 등 바젤3 규제에 대응하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바젤위원회.
이를 당국도 모르지 않는다. 이미 지난 7월12일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의 상승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년 1분기 말 현재 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예대마진)와 순이자마진은 각각 3.31%와 2.79%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의 예대금리차와 순이자마진은 각각 3.09%, 2.40% △신한은행은 예대금리차 2.41%, 순이자마진 2.24% △하나은행은 예대금리차 2.21%, 순이자마진 1.90%로 나타났다.

이는 크게는 금리 인상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고, 각 은행의 공격적 영업의 성과이기도 하다. 은행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있어 NIM을 개선시킬 수 있다. 당국의 점검 결과, 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와 순이자마진이 높게 나타난 주된 이유도 KB금융 어윤대 회장 취임 후 국민은행의 공격적 영업 행보가 수치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대마진’ 호시절 보내고 바젤3 대비 맞이할 시점

금감원은 이러한 이자놀이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위에서 언급한 예대마진과 NIM 점검에 이어 나온 금감원 지도(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에 따라 은행들은 일제히 영업점 경영성과평가(KPI)를 지난달 말 바꿔 시행에 들어갔다. 핵심은 가계대출실적 배점을 수신 쪽으로 옮겨 수신고를 제고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수신고 유치에 집중하면 예금의 금리 경쟁이 붙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예대마진과 수익성 지표인 NIM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금융지주사들이 버틸 체질 변화가 얼마나 빨리 준비되는가에 있다. 바젤3 도입에 따라 오는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은행의 최소자본비율이 현행보다 2~4배 강화되고,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은 악화되는 반면 자본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일찍이 ‘금융규제와 영향’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바젤Ⅲ 도입에 따라 오는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은행의 최소자본비율이 현행보다 2~4배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는데, 보고서 작성 당시에도 이미 국내 은행들의 Tier1 비율과 BIS비율은 각각 평균 11.33%, 14.29%로 규제비율을 대부분 초과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 제시됐다.

문제는 유동성 규제 도입의 경우 자산 성장성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점인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는 “유동성 규제 도입으로 인해 은행은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하는 이익을 보겠지만, 고수익 자산과 저비용 부채 감소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역효과도 볼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서 하나금융연구소는 은행권이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주목할 출구로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높이기 위해 ‘대출 금리는 올리고, 대출 규모는 축소할 것’는 쪽을 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 금융 당국은 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하여 예대마진이나 NIM을 더 끌어올리는 등 은행권이 편하게 장사하려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입장이다. 이는 가계대출 연착륙 문제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상반기 실적 분석 결과 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사들이 편하게 이자 수입을 올리는 패턴에 매몰돼 있는 것은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이면서도 더 그렇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바젤Ⅲ 시대를 준비하는 고통에 일찍 노출되고 그만큼 혹독하게 체질 개선을 주문받게 될 전망이다.

이미 연구기관에서 전망한(편리하고 쉬운) 방법인 대출 금리 상승, 대출 규모 축소라는 방향은 막힐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조절이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이에 기대어 NIM을 은근슬쩍 올리는 효과를 상반기처럼 보기 어렵다는 사항도 작용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중호 연구위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들로 인해 은행들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자산 성장은 둔화될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따라서 은행들은 수익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이익률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비이자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의 의미가 더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금융지주사들이 이 같은 비이자 수익 창출이라는 과제에 주목하면서도 자신이 없어 한다는 점이다. 금리 하락 시기에 상대적으로 비이자 수익에 열을 올렸던 전례가 없지는 않다. 이는 뒤집어 보면, 이자 수익이란 주머니가 비게 되어야지만 은행들이 비이자 수익이라는 다른 수익원에 집중했다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된다.

은행계의 비이자 수익원인 펀드나 방카슈랑스, 카드는 물론 IB와 트레이딩, 전자금융, 외환 등을 망라한다. 이들 영역은 금융지주사들이 은행+카드의 양동작전으로 공략에 열을 올리지만 당국은 반대로 규제를 강화하는 영역이거나(카드 과당경쟁에 대한 근래 규제 상황),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국면과 그 이후 경제 난국에서 불완전판매로 금융권이 홍역을 치른 부분(파워인컴펀드 사태 등)들이기도 하다. 특히 펀드나 방카슈랑스 판매의 잘못된 과열은 수많은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금융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게다가 비이자 수익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변동성이 더 크다는 점도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과제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됐지만, 이번 상반기의 금융지주사들의 성적표는 바젤Ⅲ 도입 여파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반환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이미 예상된 방향으로 변화를 서둘러 준비할 필요가 높으며 그 노력의 강도도 높다는 점에서 많은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