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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비행시간 늘이려는 대한항공 속내는?

임금협상은 마무리…단협 앞두고 이슈로 떠오른 ‘비행시간’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8.04 10: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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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분기 ‘어닝쇼크’ 상황에 직면한 대한항공이 자사 조종사노동조합(이하 조종사노조)과의 임금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는 9월경 대한항공은 단체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양측 입장 차이가 워낙 팽팽해 협상이 쉽게 마무리 될 것 같진 않아 보인다. 특히 조종사노조는 무리한 비행시간이 안전운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으로 ‘비행시간 단축안’을 내놨다.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 간의 협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비행시간’ 문제에 대해 살펴봤다.

그 동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던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는 지난 2일 임금협상을 잠정 합의했다. 매년 4월마다 임금협상을 마쳐야 했던 조종사노조는 임금 인상과 관련해 약 한 달가량 입을 맞추지 못하자, 사측의 임금 협상안을 수용했다.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간 단체협약 교섭에서는 비행시간 확대에 촛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측의 안은 일반노조와 타결한 총액대비 3.5% 인상과 전년도 비행수당 미지급분 3.4% 인상으로 노조 측은 기대에 모자란 금액지만 조기 타결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양측은 오는 9월경에 있을 단체협상을 아직 앞두고 있어 맘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워크롤(work rule)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속에는 비행시간 연 1000시간 초과의 내용도 담겨있어 조종사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 있던 5차 임금협상 마무리 단계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이 언급되면서 결렬된 바 있다.

사측, 연 비행시간 50시간 추가

오는 9월부터 진행될 단체협약의 주된 요점은 사측의 워크롤 개정 요청이다. 개정안에는 연간 1000시간의 비행시간 제한을 1050시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연간 950시간가량을 비행하고 있다. 장거리 비행인 경우, 조종사들이 번갈아가며 운항하기 때문에 운항하지 않고 쉬는 시간(편승비행)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시간은 50시간 정도다.

사측은 워크롤 개정으로 비행시간을 법정제한 최고 한도인 1000시간을 모두 채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순수 조종시간 1000시간에 편승비행 50시간을 더해 1050시간으로 늘어나게 된다.

사측은 왜 연간 비행시간 확대를 요구하는 것일까.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128대 수준이던 항공기가 최근 135대로 늘어났고 차세대 항공기 추가 도입 예정으로 조종사 확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여기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항공사까지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스카우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비행시간이 확대된다면 조종사 수급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어 이토록 목매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불만스런 임금협상, 비행시간 오히려 축소해야

하지만 ‘워크롤 사수’를 공약 당선된 현 조종사노조 집행부는 사측의 이러한 요청에 흔쾌히 응하지 못할 눈치다. 내부에서조차 이번 임금협상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조심스럽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비행시간 연장은 무엇보다 안전과 직결된 것이어서 사측의 요구는 무리한 수준”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초 요구한 임금 18% 인상과도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안전 운항을 위해 ‘1000시간’ 제한도 700~800시간 정도로 줄이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임금협상에서 한 발 물러선 만큼 단협(단체협약)에서 절대로 양보를 하면 안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된 만큼 단협에서 근로시간을 줄여야 된다”고 말했다.

인력 수급 해결에 있어서 비행시간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대한항공. 이를 절대 양보하지 못할 조종사노조. 비행시간과 관련해 양측이 뚜렷한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단체협약 교섭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조종사 피로에 의한 항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8시간 비행근무 수행 후에는 반드시 8시간의 휴식을 취하도록 항공법(46조)을 통해 연 비행시간 100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