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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또 미루고’…아파트분양 ‘실적’ 밑바닥

7월 분양실적, 계획 대비 11%…3년후 수급불균형 우려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8.04 0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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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 초에 잡아놓은 분양날짜가 벌써 7개월째 미뤄졌습니다.”(A중견건설사 관계자)

“부동산 시장 침체에 보금자리, 여름 비수기 다 피하고 나서 9월 초 경에 다시 (분양일정)잡아봐야죠.”(B주택전문건설업체 관계자)

최근 건설사들이 계획한 분양 일정이 수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건설사 실적에 분양 성패가 큰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일정 조율에 고심하고 있지만 장기화되고 있는 주택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기약 없이 미뤄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문제는 3년 후다. 분양실적 감소로 인해 향후 주택 수급불균형 등에 따른 집값과 전셋값 상승 등 더 큰 ‘악재’가 우려되고 있는 이유다.

   
사진은 사업이 중단된 수도권 아파트 공사현장. 주택거래 시장 침체로 인해 매수세가 끊기면서 아파트 분양일정을 미루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철환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은 기본적으로는 수급 요인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 3년 동안의 공급부족이 향후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입주물량은 전년대비 34.4% 급감할 예정이며, 2012년에도 전년(2011년) 대비 28.6%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격었던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이 수요보다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서 조사한 주택 인허가 물량을 살펴보면 지난 2007년 55만5792가구를 기록한 2007년 이후 △2008년 37만1285가구 △2009년 38만1787가구 △2010년 38만6542가구 등으로 공급물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비수기 시작…분양실적 ‘급감’

특히 최근 7월 분양실적이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매년 같은 기간에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7월 수도권에서 실제 분양에 나선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총 49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계획(4382가구) 대비 실적 11.34%에 그친 수준이다. 여름 비수기가 같은 기간에 시작되는 걸 감안해도 2003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실제 2003년과 2004년 7월에는 각각 1만7613가구와 1만7503가구가 공급됐다. 글로벌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7월는 5262가구로 크게 줄었다. 이후 2009년에도 5000가구 이상이 공급됐지만, 지난해에는 1000가구 수준으로 실적이 줄었다.

올해 7월은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당초 시장 침체 등의 이유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분양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장 8월 분양실적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8월에도 인·허가나 분양가 산정 등의 문제로 연기되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다 여름 휴가철이 겹치기 때문에 일정이 다시 조정되는 단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절적 비수기인 7~8월을 보내고 난 뒤 분양에 나서려는 건설사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치 않은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이 가로 막고 있어 물량 공급이 쉽지만은 않다.

C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앞서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등으로 인한 움직임이 비수기가 지나고 나타날 것으로 보여 일단 9월 이후로 분양일정을 미룬 상태”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분양실적 감소는 계절적 비수기 요인이 가장 크지만 수요자들의 구매심리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부동산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DTI규제 완화 등을 통한 주택거래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입주물량 대안, 도시형·보금자리주택”

갈수록 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 물량에 비해 도시형생활주택과 보금자리주택 등은 꾸준한 공급이 예상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허가 실적은 2만9558가구가 건축허가 또는 사업승인을 받았다. 상반기 실적이 지난 한 해 실적을 넘어서면서 연말까지 6만가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역시 최근 공급량이 하향 조정되고 있긴 하지만,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150만가구(임대주택 8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양실적이 감소하면서 향후 입주물량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그러나 분양이후 입주시기가 짧은 도시형생활주택과 공급이 꾸준한 보금자리주택 등이 향후 부족한 입주물량을 대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