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뻔히 알고도 당했다’…원유파동 유업체 비상

우유공급 차질 불가피, 원유값 인상안 무산시 ‘무기한 집유거부’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8.03 14:35:5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유가공업계의 원유 공급원인 낙농 농가들이 3일 공급을 중단하고 나섰다. 낙농 농가들은 원유값 173원(24.6%)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당초 계획대로 집유거부 투쟁을 단행한 것이다. 이는 원유값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의 또 다른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우유업체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내용을 살펴봤다.

낙농육우 농가 단체인 낙농육우협회가 이날 납품을 중단한 원유량은 총 5200톤으로, 이는 국내 일일 원유생산량의 95%에 이른다.

우유업체들은 당일 우유 생산을 위해 전일 밤과 당일 새벽 두 차례 원유를 공급받고 있어, 지난 2일 밤에도 낙농 농가에 집유차를 보냈으나 모든 농가들이 3일 집유거부 투쟁을 이유로 원유를 납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업체 타격 가장 커

농가들이 3일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서 흰 우유 대부분을 당일 공급받은 원유를 가공해 생산하고 있는 우유업체들이 흰 우유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업계에 따르면 가공유나 치즈 등 유가공 제품의 경우 유통기한이 흰 우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어 재고 물량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흰 우유의 경우 대부분 당일 납품받은 원유를 가공해 생산해 내기 때문에 원유공급 중단으로 가장 큰 타격을 볼 수밖에 없다.

   
낙농 농가들이 원유값 173원 인상을 요구하며 3일 한시적으로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
때문에 현재 원유 비축분과 발효유 등 유가공제품 생산분을 최대한 줄여 흰 우유 생산분으로 전환하는 등 흰 우유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원유의 가장 많은 양을 흰 우유 생산에 소비하고 있는 우유업체들은 비축분과 다른 유가공제품 생산 물량을 흰 우유 생산으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흰 우유 생산량을 맞추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우유업체들이 3일분의 원유 비축물량이 있어 우유공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유를 짠 뒤 저장탱크에 보관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인 72시간이 3일분 비축물량으로 와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유업체 A사 관계자는 “비축분 등으로 최대한 흰 우유를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며 “일반 대리점과 유통점에서 1~2일 정도의 재고를 갖고 있어 생산자 입장에서도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집유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우유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농가 “173원, 협상 대상 아니다”

낙농 농가들이 3일 집유 거부 투쟁을 단행한 가운데, 농가 대표 측인 낙농육우협회와 우유업체들을 대변하는 한국유가공협회(이하 유가공협회)는 이날 오후 소위원회를 갖고 다시 한 번 원유값 인상 협상에 나선다.

앞서 낙농육우협회는 지난 6월말 원유생산비 인상 등을 이유로 현재 리터당 704원인 원유값을 173원(24.6%)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가공협회는 인상요인에는 동의하나 173원 인상은 무리라며 41원(5.8%)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후 낙농육우협회와 유가공협회가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7차례 협상을 가진 결과, 우유업체들은 한 발 양보해 최대 81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낙농육우협회는 173원에서 1원도 양보할 수 없다며 오는 5일까지 173원 인상안이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3일 한시적 집유거부 투쟁에 이어 무기한 집유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현재 낙농육우협회는 지난달 26일 여의도에서 ‘전국 낙농육우인 총궐기대회’ 이후 농성장을 설치, 173원 인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해오고 있다.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농가들이 3일 집유를 거부한다고 밝혔는데 우유업체에서는 전처럼 집유차를 농가에 보냈다”며 “이는 원유값 인상 문제로 집유거부를 한 농가를 무시한 처사”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73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며 “농가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에 이 금액 이하로는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오는 5일까지 인상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무기한 집유거부에 돌입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원유 173원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우유업체 B사 관계자는 “원유량이 부족한 상황으로 농가들의 협상력이 강해지면서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농가와 소비자, 업체가 모두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하루빨리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지길 바랄뿐”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