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는 제네릭 시장의 위협이 막대한 손실을 불러온다는 근거로 한미FTA에서 특허권 연장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국내제약사들의 제네릭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고자 IMS 헬스 데이터를 참고로 제네릭 시장 형성 후 국내제약사들의 시장 점유 추세를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데일리메디가 국내에서 가장 큰 제네릭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5개 시장의 점유율 변동상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제약사들은 제네릭시장이 형성된지 2년 안에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뺏어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본격적인 제네릭 시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심바스타틴의 경우 제네릭시장 형성 1년만에 국내사들은 전체 시장의 50%정도를 점유했으며 3년 반이 경과된 지난 9월에는 점유율이 85.7%에 달했다.
암로디핀과 글리메피리드 역시 특허 만료 후 2년이 지난 현재 국내사들이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를 뺏어왔으며 알렌드로네이트와 가바펜틴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암로디핀의 경우 엄밀히 따지면 제네릭시장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국내제품들이 실제로 시장에서 노바스크를 대체하고 있어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이 같은 통계는 국내제약사들의 제네릭 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제네릭 시장에서의 경쟁이 과열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사들이 제네릭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제네릭이 신약에 비해 저비용으로 고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 동시다발적으로 제네릭이 양산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글리메피리드의 경우 허가된 제네릭 제품은 119개지만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제품은 89개에 불과해 ‘무조건 출시하고 보자’는 식으로 시장에 얼굴을 내밀었다가 철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네릭 시장에서의 과열경쟁으로 오리지널을 제네릭으로, 제네릭을 또 다른 제네릭으로 대체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단지 영업력으로만 승부를 걸기 때문에 시장이 예전보다 많이 혼탁해졌다는 평가다.
이처럼 과열된 제네릭 시장에 대해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시장이 형성되면 전체시장 또한 성장하기 때문에 매출 손실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지만 이처럼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당하는 것을 보면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처럼 매출을 장담할 수 있는 제네릭 시장에 집중하느라 국내제약업계의 최종 생존전략인 신약개발에 소홀한 건 아닌지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최근 출시된 레보비르를 포함해 11개뿐이며 그나마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제품은 팩티브와 자이데나 2개에 불과해 100년의 국내 제약역사를 감안하면 양과 질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적게는 200개, 많게는 700~800개로 추정되는 제약사 중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등록돼 있는 국내제약사는 42개에 불과해 대다수의 제약사들이 아직까지는 신약개발의 여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약개발연구조합은 신약개발의 여력이 있는 제약사에 한해 회원사로 등록해 주기 때문.
반면 지나친 제네릭 의존도를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신약개발조합의 여재천 이사는 “20년의 신약개발역사를 감안하면 현재의 성과가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며 “일부 비양심적인 제약사들도 있지만 제약산업을 주도하는 회사들은 제네릭으로 축적된 자본을 R&D분야에 투자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제약산업의 선진화로 가는 중간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