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전북 익산에서 실종된 여약사가 사건 발생 59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에게 돌아왔다.
여약사 황모(41)씨를 납치 살해한 용의자 3명은 20여일 전부터 황씨를 미행하는 등 치밀한 계획에 의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교도소 동기인 이들은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남편이 의사인 데다 평소 BMW 승용차를 타고 다니던 황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의사 남편에 BMW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약사이기 때문에 돈이 많을 것으로 판단한 것.
하지만 대상을 정하고 20일 동안 계획을 세운 범인들이 황씨 살해 후 익산시내 모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인출한 돈은 280만원.
결국 '사업 자금'이라는 목돈을 마련하고자 했던 이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한 여약사의 목숨을 280만원에 바꿔 버리고 말았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들처럼 아직도 의사와 약사를 '부(富)의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반인이 많다는 점이다.
얼마전 170개 주요 직업인 중 의사의 직업만족도가 최하위라는 교육부 조사결과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대해 일반인들은 "배부른 소리다", "의사란 직업이 맘에 안들면 나와 바꾸자"라는 식의 비난을 각 포털사이트에 쏟아 냈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 의사는 아직도 '먹고 살만한 직업', '돈과 명예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직업'으로 인식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의료계의 현실은 일반인들의 통념과는 사뭇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월세를 걱정하는 의사는 이미 오래 전이고 심지어는 경영 압박으로 인해 자살을 택하는 의사도 늘어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던 의사들의 호시절이 끝난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그래도 의사인데…"라며 작금의 의료계 상황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다가 폐업 신고를 위해 길을 나서는 의사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