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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낙지 보험사기 의혹’ 뒤쫓는 SIU…‘CSI 뺨치네’

[르포] 동부화재 SIU 보험사기 적발현장 동행취재

조미르 기자 기자  2011.08.01 16: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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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지능적이고, 치밀한 신종 보험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그 뒷면엔 보험사기꾼을 적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바로 민영보험사의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 이들은 전원 전직 경찰 출신으로 보험범죄를 예방, 방지, 적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요즘 한 20대 여성이 산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일명 ‘산낙지 사건’으로 동부화재 SIU팀은 한창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발이 열개라도 모자란 동부화재 SIU팀이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가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동행취재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7월28일, 한창 바쁠 대로 바빠진 동부화재 SIU팀은 비가 내리는 건 개의치 않은 모습이다. 대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을 반드시 수행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이들의 눈빛에 가득하다.

“얼른 가시죠, 기자님.”

약속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했지만 SIU팀 직원은 제대로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간엄수·빠른 걸음…SIU ‘필수무기’

동부화재 SIU팀이 이날 먼저 발을 옮긴 장소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삼산경찰서. 이들이 삼산경찰서를 찾은 이유는 ‘보험계모임 사건’에 대해 수사관과 연계조사를 펼치기 위해서다.

보험계모임 사건이란 전 모씨를 중심으로 가족, 친척, 병원 입원환자 등이 계를 조직해 보험사기를 벌인 사건이다.

SIU팀이 이번에 ‘보험사기’라고 추정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동인물인 전씨는 전직 A생명 설계사였다. 보험에 대해 빠삭한 전씨가 가족, 친척, 병원 입원환자 등 주변인들을 끌어들여 보험을 들어놓으면 쉽게 돈 벌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내가 전화 한통만 하면 병원이 도와줄 거야. 그냥 병원 가서 입원한 척만 하면 돼. 보험만 들면 돈 버는 거 어려운 게 아니라니깐.”

그 방법이란 전씨가 병원에 연락을 하면 병원 측에서 입원절차를 밟아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씨가 병원에 연락을 취하면 병원까지 합세해 사기행각을 도왔단 얘기다.

이날에는 이미 이들 계원 중 한명이 전씨의 행각을 자백한 터라 사건 확정을 마무리 짓고 있는 단계였다. 수사관은 SIU팀에서 계에 속한 사람들의 보험가입시기, 가입상품, 보험금 지급액, 보험료 등 자세한 사항을 요청했다. 이같이 이들의 수사는 순탄히 움직이고 있었다.

◆“산낙지 사건 진범, 반드시 잡겠다”

전씨 사건 내용을 경찰과 공유한 뒤 SIU팀이 급히 달려간 장소는 인천 학익동에 위치한 인천지방검찰청.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산낙지 사건’의 내용을 검사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산낙지 사건이란 지난해 김 모씨가 여자 친구인 박 모씨를 모텔로 데려가 술에 취하게 한 뒤, 산낙지를 통째로 먹여 숨을 못 쉬게 해 결국 박씨를 살인, 김씨가 2억원 보험금을 타낸 사건으로 ‘보험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청에서는 동부화재 SIU파트 직원들과 검사가 산낙지 사건을 두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긴 토론 끝에 동부화재 SIU팀과 담당검사는 결론을 도출했다. 아직 정확한 물증이 없는 상태지만 담당검사가 빠르면 2주 안에 김씨를 반드시 기소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자 행여나 불안 불안했던 SIU팀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비록 SIU팀에게 수사권은 없지만 이들이 확신하고 있던 보험사기가 수면위로 떠오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동부화재 SIU팀 임원에 따르면 현재 SIU팀은 경찰과 달리 수사권이 없어 일을 진행하는데 어렵다. 하지만 이날, 이 순간만큼은 그런 느낌이 사라진 듯 했다.

◆보험사기 대부분은 ‘벌금형’

하지만 SIU팀이 울분을 토하는 데는 따로 있다. 바로 대다수의 보험사기가 ‘벌금형’에 처리된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개입된 사건은 일단 수사기관의 처분을 기다린 후 형사절차가 진행된다. 경찰의 송치, 검찰의 기소, 형사재판을 거쳐 유무죄 판결이 가려진다. 하지만 이런 과정 끝에 내려진 결론은 벌금형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SIU팀에게 큰 회의감을 안겨준다고 한다.

동부화재 SIU파트 관계자는 “SIU에서 일하면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지만 보험사기 수사결과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무혐의를 받을 때 허탈하기도 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관계자는 “해먹은 돈이 몇 억, 몇 천인데 벌금 몇 백이면 너무하지 않냐”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들까지 보험사기 노출 ‘심각’

SIU팀이 다음 장소로 이동한 곳은 부천에 위치한 동부화재 인천보상센터. 동부화재는 현재 △서울 강북·강남·강서·동서울 △인천 △경기 △충청 △호남 △부산 △경남 △대구 총 11개 지역에서 보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동부화재 SIU파트 모방원 파트장(가운데), 김종오 차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직원들이 스크린을 통해 보험사기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보험사기에 대해 면밀한 조사, 철저한 검토 등 전반적인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이날만 해도 보상센터엔 많은 보험사기 사례들이 집합해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사례로 ‘보험빵’이라는 보험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었다. 보험빵은 교통사고를 허위로 조작해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보험사기로 주로 차가 지나가기 힘든 좁은 골목길에서 이뤄진다.

요즘 보험빵은 나이든 노인부터 자라나는 청소년까지 연령층이 크게 확대됐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중·고등학생들이 차량 주변을 맴돌면서 발목치기, 손목치기 등 방법으로 일부러 사고를 내는 것이다. 보험금을 얻어낸 학생들은 인원에 맞춰 액수를 나눈다.

여기에 시기와 결합된 보험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휴가철에 맞물리면서 휴가경비를 마련하고자 보험사기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휴가 성수기인 요즘 평범한 가정에서도 보험사기가 자주 일어난다. 방학기간인 자녀들을 이용해 보험사기를 저지른다는 얘기다. 이는 평소 보험사기에 관심 없다가 휴가철 나타나는 가족 보험사기의 특징이라고 한다.

동부화재 SIU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고도화되고 다양한 수법의 사례를 볼 수 있다”며 “요즘엔 연령, 직업 등 상관없이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 사회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