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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란 박카스 등 의약외품 ‘어찌하오리까’

납품 계약 없어 물량 턱없이 부족, 도매상에 기대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8.01 11: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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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박카스 등 48개 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시행한지 십여일, 해당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들 중 소매점과 납품 계약을 맺은 곳이 없어 소매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되돌리고 있다.

‘의약외품 범위지정’ 시행 하루 뒤인 지난달 22일부터 대형마트와 슈퍼 등에서 의약외품을 진열,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1일 현재 판매하는 곳은 일부 소매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의약외품 판매 물량을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대부분 제약사가 직접 물량 공급을 꺼리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결국, 소매점들이 택한 방법은 의약품 도매상을 통한 물량 확보다.

◆소매점 판매 본격화…물량확보 ‘골머리’

홈플러스 영동점은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7월22일부터 박카스와 알프스D, 타우스, 까스명수, 생록천, 위생천, 안티푸라민 등 7종 판매를 시작했다.

이마트 성수점에서도 박카스, 타우스, 영진 구론산바몬드, 위청수, 까스명수, 생록천, 안티푸라민 등 7종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28일부터 서울역점 등 30개 점포에서 박카스와 영진구론산G, 안티푸라민, 생록천 등 9개 품목을 판매한다.

   
박카스 등 의약외품을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고시 개정안 시행 십여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소매점에서 이들 품목을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 3곳 중 가장 먼저 의약외품 판매를 시작한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는 박카스 매출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의약외품 총 매출 430만원 중 박카스 매출이 60%를 차지했다. 병으로 따지면 약 5700병이 판매됐고 주말 매출이 평일 보다 약 2배 가량 높기도 하다.

상황은 이렇지만 이들 대형마트 등 소매업계의 한숨은 더욱 거세다. 현재 대형마트 3곳은 일부 점포에서 의약외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전 점포로 확대∙판매하기 위해서는 물량확보에 또 다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편의점 업계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보광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등 편의점 업계도 28일부터 본격 의약외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GS25는 당초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5600여개 전 점포에서 박카스 등 의약외품을 판매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점포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한 소매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의약외품을 판매한다는 소식에 많은 소비자들이 문의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수요는 증가하는데 물량 확보가 어려워 하루빨리 제약사들이 물량을 공급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약외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동아제약 박카스의 경우 생산량 87%가 자사 영업사원들을 통해 약국에 직접 공급되고 있고 나머지 13%만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소매점 물량은 의약품 도매상이 취급하는 13% 중 일부만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국제약의 마데카솔연고 역시 대부분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납품되고 있으나 워낙 물량이 적어 소매점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동국제약 측이 수요가 적은 만큼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소매점에서 마데카솔연고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약사 “정부는 닦달만…”

이처럼 의약외품들의 소매점 판매가 원활하지 않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약외품이 아직 슈퍼 등에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판매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제약사들에게도 “모든 제약사들이 약국외 판매에 협조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제약사들이 기존 거래처인 약국 약사들과의 관계 유지뿐 아니라 생산설비 증설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소매점 물량 공급을 쉽게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소매점에) 공급할 여력이 안 된다”며 “모르는 사람들이 생산설비를 증설하면 되지 않냐고 쉽게 말하지만 설비투자 등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제약사들이 소매점 물량을 내놓을 수 있는데 안 내놓고 있는 것처럼 제약사들을 닦달하고 있는데 어려움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