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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석채號' 성장vs상생 딜레마

외국인 지분 49%, 배당 전쟁에 ‘등 터진’ 직원들

이수영 기자 기자  2011.07.28 16: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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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증권가에서 통신지주회사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 KT(회장 이석채)가 내달 5일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미디어 부문 강화 등 3분기 이후 주가를 끌어올릴 실적 호재는 상당하지만 이른바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C-player·이하 CP)을 통해 과도한 인력 퇴출을 강행했고, 일부 직원이 자살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내부 고발이 지난 4월 이후 연이어 터지고 있다. 정부의 ‘상생기조’ 속에서 불거진 치부에 KT와 이석채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KT의 통신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주회사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해 사업활동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현재 SKT·KT·LG U+ 등 3파전으로 굳어진 국내 통신산업에서 콘텐츠와 기술융합(컨버전스)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부문 강화가 신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SKT가 앞서 플랫폼 분사를 결정한 가운데 KT 역시 플랫폼 부문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조직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 “성장성·규제완화 기대 ‘주가랠리’ 가능”

우리투자증권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지난 22일 발표한 KT 기업 보고서에서 “지주회사 구조는 플랫폼 부문 성장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크게 보면 요금규제를 대폭 완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또 “KT는 비규제 대상인 성장부문(플랫폼 사업·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시장·금융·미디어 등)의 원천이 다양한 만큼 지주회사 구조로 조직을 개편하면 성장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KT가 성장성과 규제완화 등 호재를 잡으면 주가 재평가를 통해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되는 ‘랠리’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현재 KT를 비롯한 국내 통신업체들의 2분기 실적은 기대보다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HMC증권 황성진 연구원은 “2분기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것으로 파악되며 비용 부담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요금인하 압력과 SKT의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등 주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이 커지고 있어 주가의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더라도 극적인 추가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연도별 당기순이익 중 주주배당 현황 (단위 : 억원 /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효율성 극대화, 인건비 절감이 답?

이미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국내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싸움의 장은 IPTV 등 미디어와 4세대 이동통신 분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특히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높은 주주 배당률과 수익구조 개선으로 ‘합리성’에 운영 초점을 맞춰왔다.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KT의 ‘합리적인 경영 방침’이 대규모 인력 감축과 부당해고 사태를 불렀다는 입장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종남 기획국장에 따르면, 민영화 이후 KT 경영의 핵심가치는 ‘주주이익 극대화’였다.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 인프라 구축·유지에서 주가관리 중심으로 경영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정 기획국장은 “2003년 KT의 배당성향은 50.8%였다”며 “이익금 중 절반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출한 셈”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이사장 김봉수·KRX)에 따르면, KT는 2009년 5165억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94.2%인 4864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지난 해에도 당기순이익 1조1719억원 중 절반인 5862억원을 배당했다.

더구나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KT 감사보고서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KT 지분의 외국인 보유비율이 49%로 기록됐다. 지난해 배당금 가운데 과반이이 넘는 3083억원이 외국인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간 셈이다.

정 국장은 이를 근거로 “KT에 막대한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면 해외자본과 경영진이 고배당·고연봉을 가져가는 반면 일반직원들의 임금 상승폭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KT의 일반 직원들은 이익 분배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고 주장했다.

   
KT 일반 직원 보수 평균 및 인건비 비율 (단위 : 억원, % / 출처 : 금융감독원 2010년 KT 사업보고서)

◆ 매출 중 인건비 비중 계속 줄어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KT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건비 총액은 1조826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03%를 기록했다. 민영화 직전인 2001년 19.17%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절감효과가 과도한 인력 감축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정 국장은 “2003년 5505명의 직원을 퇴출시킨 KT는 2009년에도 5992명의 직원을 내보내 인건비 비중을 12%대로 줄였다”며 “반면 주주배당률은 50% 넘게 확정해 인건비로 절감된 비용 상당 부분을 주주배당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KT의 과도한 직원 퇴출에 대한 고발은 지난 4월 18일 관리직 출신 반기룡씨에 의해 처음 외부로 알려졌다. 반씨는 양심선언 회견을 통해 회사가 운영해 온 ‘CP’의 실체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문건과 함께 폭로했다.

반씨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2007년 퇴출 목표는 550명이며 2006년 이미 500명의 퇴출 목표가 달성됐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일단 CP 대상자로 선정되면 생소한 단독업무로 직무를 변경시키고 달성하게 어려운 목표를 업무지시서로 지시한다.

이에 미치지 못하면 업무촉구서가 발행되고 더욱 강도 높은 업무량을 부과하는 2차 업무지시서와 촉구서가 반복적으로 날아든다는 것.

이후에는 서면 경고장을 통해 3회 경고 시에는 징계 조치가 내려지며 결국 퇴직을 종용했다는 게 반씨와 피해자들의 증언이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전환배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통상적인 자리이동일 뿐 퇴출 프로그램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성공적인 민영화 사업장으로 손꼽히는 KT는 주식시장에서도 견조한 성장세가 기대되는 대형주다. 그러나 주주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민영회사의 경영 이념에 앞서 상생과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기본 방침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게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