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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기아차 노조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서영준 기자 기자  2011.07.28 11: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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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때는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 칼레시(市)는 영국군에 의해 포위당하기에 이른다. 시민들은 영국군에 맞서 결사항전에 나서지만, 영국군의 거센 포위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든다. 

칼레시는 곧바로 항복사절단을 꾸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한다. 하지만 에드워드 3세는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대신, 칼레시를 대표해 6명을 공개처형하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에드워드 3세가 내건 이 같은 조건은 누가 시를 대표해 처형당할지 칼레시민들을 혼란케 했다. 생명을 내놔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 것.

그러나 이때, 칼레시에서 가장 부자로 꼽히던 피에르가 처형을 자처하고 나섰다. 뒤이어 시장을 비롯한 귀족들도 피에르의 뜻에 동참하게 된다. 칼레시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에드워드 3세는 이들 6명의 소식에 감복해 결국 처형을 취소하고 모든 시민을 살려주게 된다.

이렇듯 칼레시 6인의 이야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회자되며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노동계의 맏형 현대기아차 노조에겐 칼레시 6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기는 무리인 것 같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노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상당하다. 특히 귀족노조라 불리는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은 노동계를 대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노동계의 리더인 현대기아차 노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해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열린 임단협에서 현행법을 무시한 타임오프제도 시행을 고집한 채, 일방적인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노사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갔다. 기아차 역시 사상 최대의 임금협상안을 거부했다. 따라서 이들 두 노조가 외치던 휴가전 협상타결은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당장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집단휴가가 끝나면 현대기아차는 한동안 노사갈등으로 인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파업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파업이 벌어지게 된다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토요타를 제치고 4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도 상승세를 몰아길 기세다. 하지만 노조가 돕지 않는다면 이러한 목표는 그냥 꿈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맏형으로,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노조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현대기아 노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