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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국민주 논의, 국민銀 민영화 전철 안 밟으려면

시장 상황 안 좋을 때 처리, 원칙 고수 필요성 타산지석 삼아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7.26 14: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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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의 방안으로 국민주 방식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프라임경제] 우리금융지주 등 공적자금 투입 기업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에 의해 제기됐다. 일단 사모펀드들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선 상황이고 포퓰리즘 논란(22일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 발언 등)이 있기는 하지만, 여당 대표에 의해 제기된 논의인 만큼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주 공모는 정부가 보유한 기업의 주식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공개 매각하는 것으로,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돼 왔고, 특정기업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아 특혜 시비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금융이 현재 저평가 상태라는 장밋빛 전망 역시 국민들에게 투자 효과를 골고루 분배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낳는다. 하지만 법률 정비가 필요하고,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주인없는 은행’이 돼 경영권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고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주인없는 은행 만들기’ 국민은행의 실험

현재 우리금융에 공적자금 투입 문제로 인해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지분은 59.97%. 국민주 방식이 도입되더라도, 시장 혼란으로 인한 주가 하락 가능성 등 때문에 이를 일거에 정리할 수는 없을 것으로도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기관투자자에게 5%씩 블록세일해서 20% 정도는 경영을 감시할 주요 주주군으로 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국민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보듯 정부가 일부 물량을 남겨 놓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지난날은 민영화는 원칙을 확인하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 또 외부적 요인도 적절히 따라줘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유로존 위기 등 금융 불안 사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논의되고 있는 우리금융 국민주 공모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민은행은 1994년 민영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는 대주주인 정부와 5대 시중은행이 증자에 포기함으로써 공모주 청약가입자들에 의한 공모증자 형식을 취하고 정부지분 매각은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방침을 세웠었다.

국민은행은 1994년 여름 자본금 증자를 완료, 납입자본금이 1910억원에서 2910억원으로 늘면서 정부지분율이 72.6%에서 47.6%로 낮아졌다(이로써 1994년 9월1일자로 정부투자기관에서 정부출자기관으로 바뀌었다).

1995년 2월에 공개입찰이 단행됐으나, 국민은행 주식 924만여주에 대해 입찰을 실시한 결과 응찰률이 84.1%에 그쳤다. 당시 재정경제원은 유찰된 주식에 대해 곧바로 재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올해 매각하기로 한 전체 물량에 포함시켜 팔기로 했지만, ‘증시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올해 초에 국민은행 주식매각 방법을 일부 변경, 전체 매각대상 물량 중 1/3을 우선 매각하고 나머지는 증시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공개매각하기로 방법을 수정했다.

이후 정부 지분은 크게 줄었지만, 일명 민영화 논란은 계속됐다. 2002년 여름에는 국민은행 김정태 당시 행장이 강연에서 “정부는 불과 9%의 주식을 갖고 있음에도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 투자가들은 항상 정부의 은행경영 관여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아무리 해명해도 믿지 않는 만큼 정부가 보유주식을 팔아줬으면 좋겠다”고까지 발언했다.

◆ ‘불안한 증시’ 만나도 지분 정리 과정 원칙 고수해야

문제는 당시(2002년 여름)은 미국 경기가 ‘더블딥’ 논란이 한창이었던 만큼(근래 더블딥이라는 용어가 다시 회자된 상황과 유사하다) 장래 향방이 불확실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으로서는 1995년 공개입찰 중 일부 유찰 상황에 이어, 이때 또 한 번 시장 상황에 따른 기로에 섰던 셈이다. 실제로 당시 재정경제부는 국민은행 지분의 매각대금을 주당 53895원으로 책정, 2002년 여름 국민은행 주가 흐름(3700원선)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문제를 놓고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은행지분 보유는 (정부가 아닌) 은행의 상업적 판단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의 지분보유는 '비시장적 방법'으로 정부가 은행경영에 개입하는 통로를 제공하게 되고 건전성 감독 및 규제자의 역할과도 상충되기 때문”이라고 밝혀 김 전 행장의 주장과 유사한 논리를 폈다.

전윤철 당시 경제부총리는 이런 주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결국 정부는 보유 지분을 2003년 말에야 정리하게 된다(이때 국민은행은 시간외 거래에서 정부의 보유지분 8.15%를 자사주로 사들였다).

결국 증시 상황과 다른 가격 형성 기대를 갖고 우물쭈물하게 되면 정리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정부가 보유 은행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원칙만을 내세운 채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면 해당 기업 내부는 물론 관련 업계에 불안감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교훈은 이미 예보가 우리금융 주가가 좋을 때 지분을 정리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부분과도 유사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정부 지분의 상당 부분을 정리한 다음에도 향후 잔여 지분 처리에 있어 해당 금융기관과 불협 화음을 빚는 게 적절치 않으며, 이 경우 해외 투자가 등 민간에 부정적 평가를 살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정부 당국 대 김정태’ 대결이 빚어진 2002년에 나온 지적처럼, 정부가 은행 민영화를 위해 새 주인 찾아주는 방식, 일반 공모를 통한 국민주방식 매각,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허용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임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국민주 방식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그간 민영화 추진 과정에 대한 염증과 함께, 어느 정도 손실을 봐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일명 민영화 과정을 보면 지분의 매각 대금 등을 놓고 망설이는 모습을 연출하는 점이 적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애초 민영화 논의가 오가는 1994년경부터 정부 지분의 정리가 거의 마무리되는 수순인 2003년까지 장기간 관치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례가 있다. 국민은행의 전례는 국민주 방식 민영화의 케이스는 아니지만, 우리금융이 50%가 넘는 정부 관련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또 국민주 방식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여론의 역풍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감안해 볼 때(특히 현재 주가는 국민은행이 두 차례 겪은 시장 악재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만약 우리금융이 소수의 정부 지분을 남긴 상태에서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된다고 할 때에, 장기 관리 로드맵을 그리지 않고 다음 정권에 관련 책임을 모두 넘기고 이게 관치 금융 불씨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포퓰리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국민주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