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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딜레마…희망버스 타야하나 말아야하나

최봉석 기자 기자  2011.07.26 11: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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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희망버스를 ‘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희망버스 시위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의 수장’ 손학규 대표는 한 발짝 비켜서 있기 때문인데, 당장 오는 30일로 예정된 희망버스 시위에 불참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정치권 한쪽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사태의 불똥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손 대표가 ‘희망버스’에 동참해야 한다는 야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

손 대표는 이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진중공업처럼 능력 있는 기업이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린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한진중공업 사태를 계기로 탄생한 ‘희망버스’에는 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는 ‘병행투쟁’이라는 말을 꺼냈다. 투쟁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인데, 사실상 당내 역할분담을 통한 ‘투 트랙’ 전략으로 사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즉 시민사회의 연대의식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사실상 정치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한진중공업 사태의 현 물줄기 속에서 제1야당 대표가 직접 동참할 경우, 자칫 정치권 싸움으로 비화될 공산이 큰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게 손 대표의 입장이다.

손 대표는 지난 18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사태와 관련 “책임정당ㆍ수권정당으로서의 위상은 염두에 둬달라”며 “강하지만 절제된 투쟁, 선명하지만 균형감을 잃지 않는 투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당의 대표로서 투쟁과 대화의 가운데에서 그 중심을 잡아갈 것”이라고 언급, 이른바 ‘균형 있는 투쟁론’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고 야권통합을 전제로 손 대표의 동참을 요구하는 진보진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 까닭에 손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계속 얻기는 힘이 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그가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는 “한진중공업 사태의 본질은 우리 사회의 만연한 비인간적인 정리해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안전, 양극화의 진원이 되고 있는 재벌문제가 그 핵심”이라면서 “우선 재벌기업의 부당한 정리해고는 철회돼야 하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권력이나 사설용역에 의한 강제진압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여당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 대표는 “경찰에서 공공연히 3차 희망버스에 대해 공권력으로 저지하겠다고 하는데 공권력을 통해서나 사설용역을 통해서 진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3차 희망버스’ 행사가 가까워지면서 손 대표가 이른바 ‘상황 정리’를 한 셈인데, 이날 발언 역시 한진 중공업 사태에 대한 선긋기라는 분석이 높다. ‘희망버스를 안타는 대신’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는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 행사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손학규 대표를 향한 동참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손 대표의 측근인 차영 전 대변인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손 대표님, 희망버스가 야권통합의 징검다리이자, 민생진보, 균형과 절제, 정권교체, 민생의 실천”이라며 “희망버스는 이명박 정권과 대화하는 손학규가 아니고 피흘리는 손학규의 분당정신을 기대합니다”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유승희 민주당 여성위원회장과 30여명의 시도당 위원장 등도 버스편으로 부산행을 결행했다.

여성위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살리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간다”고 밝혔다.

진보진영의 압박은 더욱 거세다.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은 “민생 대장정을 하려면 희망버스를 타야 한다”고 손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심 고문은 손 대표에게 한진중공업 청문회 개최와 사태해결의 중심에 설 것을 요구했다.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심 고문은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진중공업처럼 중대한 현안에 대한 야권의 공동 대응 없이는 야권연대를 위한 정책공조가 무게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심 고문은 이어 “손 대표가 ‘균형’의 대상으로 희망버스를 지목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사태가 정치권 싸움으로 번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야권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희망버스’ 등 일련의 사태에 참여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주도하고 있는 행사에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참여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민주당의 경우 민생안정이라는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몰려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손 대표 한 측근은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리는 ‘희망 시국회의 200’에 정동영 천정배 조배숙 최고위원, 김진표 원내대표, 홍영표 원내대변인, 김부겸 원혜영 의원 등이 참여하는 등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당 대표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권 정책공조에 문제가 생긴다는 등의 발언은 지나친 상황해석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은 병행투쟁이고 이에 따른 역할분담에 따른 조치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