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유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우유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구제역 여파와 연일 폭염으로 산유량(원유공급량)이 줄어든데 다 축산 농가가 원유값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축산 농가는 산유량 감소와 사료값 인상으로 리터당 704원인 원유값을 173원(24.6%) 인상해 877원에 납품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원유값 인상은 지난 2008년 584원에서 120원(20.5%) 인상 이후 3년 만이다.
이에 따른 유가공업계의 우유값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협상을 통해 원유값이 오르게 되면 우유 등 유제품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지난 2008년 원유값 인상 당시에도 업체들이 순차적으로 유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어 이번 협상 이후에도 유제품 가격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원유값 인상 후 우유가격 인상은 ‘당연’
유가공업체 A사 관계자는 “원유가 우유제품의 주재료이기 때문에 원유값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원유값 인상이 확정되면 제품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름방학으로 학교급식 물량이 소매점으로 유통돼 일단 숨통이 트였으나 9월 개학으로 급식이 재개되면 우유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원유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어 원유값 인상이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원유값 20% 인상 후 유가공업체가 모두 가격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며 원유값 인상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안에 힘을 실었다.
낙농진흥회 석형진 차장 역시 “원유값이 오르게 되면 판매가격도 오르게 된다”면서 “판매가격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원유값 인상률보다 인상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유가공협회 박상도 부장은 “원유값이 오르게 되면 실제 제품가격에 반영되기 까지는 2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은 유업체가 인상분을 자체 부담하겠지만 이후에는 제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축산 농가가 제시한 원유값 173(24.6%)원 인상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현재 2100~2300원 수준인 1리터 우유가격이 30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는 축산 농가와의 협의를 통해 원유값 인상률은 20%를 넘지 않은 10% 후반(17% 정도)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우유가격은 2000원대 후반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값 인상은 동의…그래도 173원은 ‘무리’
업계에서는 원유값 인상폭이 10% 후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축산 농가와 유가공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유가공협회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오는 8월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앞두고 축산 농가와 한국유가공협회는 지난달부터 소위원회를 열고 각자의 원유값 인상폭을 제시했다. 축산 농가는 원유 리터당 173원(24.6%)을, 한국유가공협회는 1/4 수준인 41원(5.8%)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채 한 달이 넘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구제역 여파와 폭염으로 산유량이 감소하면서 축산 농가가 원유값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유값이 인상되면 유제품 가격도 잇달아 오를 전망이다. |
원유값(농가수취가격)은 지난 2008년 리터당 584원에서 120원(20.5%) 인상돼 현재 704원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원유값 인상은 없었지만 원유값은 매월, 농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는 원유 기본가격에 유질과 유지방함량 등에 따라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축산 농가들은 구제역 여파로 산유량이 감소하고 계절적인 영향까지 겹쳐 우유수급이 어렵다는 상황이다. 여기에 사료값 인상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했다며 현재 704원인 원유값에 174원을 더해 877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사료회사들이 구제역 파동 이후 눈치를 보다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면서 “더위로 산유량까지 감소하면서 생산비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공업체는 원유값 인상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축산 농가가 제시한 인상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유가공협회 박상도 부장은 “원유값 인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173원 인상은 무리”라며 “인상요인이 있다고 해서 인상요인을 모두 감안, 100% 인상은 할 수 없다. 가급적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인상할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축산 농가 ‘지금이 기회’…유업체 ‘진퇴양난’
인상률을 둘러싸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축산 농가 1만여명은 장외투쟁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오는 26일 여의도에서 ‘전국 낙농육우인 총궐기대회’를 열고 원유값 인상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한 원유값 인상안(173원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원유 납품을 중단하는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축산 농가가 이처럼 강력하게 나오는 것은 이번 원유값 인상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원유공급량이 부족한 유가공업체로서는 원유를 납품받는 축산 농가의 173원 인상 요구를 무조건 거절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원유수급이 어려운 실정인데 축산 농가의 심기를 건드려 이마저도 공급받지 못하면 심각한 우유대란이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축산농가가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원유생산량이 부족한 만큼 원유생산량(산유량)이 많을 때보다 인상을 요구하기가 수월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유 가격인상이 3년만이고 쉽지 않은 만큼 한 번 인상할 때 최대한 인상폭을 크게 잡으려고 할 것”이라며 “원유 납품 중단까지 검토하며 강수를 둔만큼 인상 협상이 조금이라도 축산 농가에 유리하게 이뤄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9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게 되면 학교 우유급식이 재개되면 소매점 우유공급이 더욱 어려워지는 ‘우유대란’ 사태까지 예고되는 점 또한 원유값 인상 협상 테이블에서 축산 농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원유량 부족으로 제품 공급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유를 납품하는 축산 농가들이 원유값 인상까지 요구하고 나서면서 유가공업체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놓이게 됐다.
유가공업계는 원유값 인상을 두고 오는 31일까지 소위원회가 열리는 만큼 아직까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협상을 통해 입장차가 줄여져 8월 본 이사회에서 원유값 인상이 별 탈 없이 이뤄질 수 있을지 두고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