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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 비수기에 집구경 왜 이리 힘들까?

전세난 대비 잠정수요 “물건 나오는 즉시 계약”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7.25 17: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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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내년 3월 결혼을 앞둔 대기업 박 모 대리. 결혼 날짜까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전셋값이 더 오를까봐 일하는 내내 좌불안석이다. 때문에 벌써 부터 중개업소에 전화를 돌리고 퇴근 후에는 전셋집 보러가는 일이 일상이 돼버렸다. 그는 최근 서울 마포, 강북구 등 중심으로 전셋집을 미리 마련하고자 발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나와 있는 전셋집을 구경도 하기 힘들다. 박 대리는 “점심시간에 문의하고 퇴근 후에 전셋집을 보러간다고 말해도 이미 다른 사람과 계약이 끝나 있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또 한 번 한숨을 내쉰다.

전·월세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를 맞아 한산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지만, 전·월셋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실제로 통계상 여름철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전·월세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입주물량 감소 추세에 따른 전세난 등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전세)물건이 나오는 즉시 계약할 준비가 돼 있는 잠정수요가 넘치고 있는 이유다.

   
계절적 비수기에 돌입한 아파트 단지. 폭염, 휴가철 등의 영향으로 전·월세 거래는 주춤했지만, 다가올 가을 전세난으로 인해 (전세)물건을 먼저 선점하려는 잠정수요가 대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비수기, 장마, 오른 전셋값에 자금을 더해 매매하려는 수요 등의 영향으로 (전·월세)거래가 줄고 있지만, 입주물량 감소로 인해 통상 가을에 움직였던 이사, 학군수요 등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을 전세난…수요·전셋값 동반상승

2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전체주택 기준 전국 △10만1000건 △수도권 6만7000건 △지방 3만4000건으로 전월대비 전국 13%, 수도권 15%, 지방 9.5%각각 감소했다.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이 거래를 주춤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주요 단지별 전·월셋값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약보합세를 기록했지만, 일부 단지 고층 전셋값은 꾸준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잠실 리센츠 전용 85㎡ 13층의 경우 지난 5월 보다 5000만원 오른 전세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 전용 77㎡ 3, 4층의 경우는 전월(5월)보다 1000만~2000만원 떨어진 2억8000만~3억원에 거래 됐지만, 7, 8층은 2억8500만~3억1000만원하던 것이 3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또 서울 광진구 구의 현대 2차 전용 85㎡ 22층 역시 2억8000만원에서 2000만원 오른 3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번지 김은진 팀장은  “최근 계절적 비수기를 맞은 데다 오른 전셋값에 자금을 더 보태 차라리 집을 사자는 사람도 생겨 거래량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올 가을 전세대란에 앞서 미리 물건을 선점하려는 수요들로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입주 2년차 아파트 ‘반토막’

상황은 이렇지만, 장마기간이 끝나면서 전세수요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8월을 비롯해 올 하반기 전체 입주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세물건을 하루 빨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장마가 끝난 지난 7월22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22%가 오르면서 25개 구 중 17곳이 올랐다. 특히 서울은 올 봄 이사철에 기록했던 지난 2~3월(2월5일~3월26일 평균 0.23%) 수준으로 높아졌다.

바로 코앞에 다가오는 8월 입주물량도 급감한 수준이다. 부동산정보업체들에 따르면, 8월 전국 입주예정 아파트는 총 1만1031가구로 전월(1만4284가구)보다 3253가구 감소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전국에 입주 2년차를 맞는 아파트도 감소 했다. 전국 입주 2년 차 되는 아파트는 16만1386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3%(2만5099가구)가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62%(2만4571가구)가 감소한 1만4959가구로 나타났다.

통상 전세계약이 2년 단위로 재계약되는 것을 감안하면, 입주 2년 차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서울의 경우 올 하반기 전세난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써브 여대환 연구원은 “신규 입주물량 부족으로 올 8월에는 새집 구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세값 상승이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과 동시에 신규 물량 부족으로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