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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銀 성과주의, 왜 굳이 지금? 바로 지금이 적기!

유동성·영업력 등 탄탄 판단한 듯…본부차원 동의도 '뒷배'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7.25 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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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C제일은행 파업 사태가 은행권 최장기 파업으로 이어지며 설상가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명동 제일지점에서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리차드 힐 대표이사 겸 SC제일은행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화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고 노조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요구했다.

   
제일은행 파업 사태와 관련 , 리차드 힐 행장은 대화 원칙은 재차 확인하면서도 성과주의 도입에 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 기본적인 입장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돼 노사 갈등의 조기 종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빠른 시일 내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 하루속히 현업 복귀하길 희망"

힐 행장은 25일 회견에서 고객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한국식으로 90도 인사를 했다. 아울러 "노조가 하루속히 현업에 복귀하여 은행과 직원이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힘을 모아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힐 행장은 성과주의 TFT(태스크포스팀) 구성에 관한 협상과 단체 임금 협상을 분리하기로 했다고 그간의 노사간 대화 경과를 설명했다.

아울러 힐 행장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그간 지속해 온 투자 계획을 변경, 즉 매각 등 조치에 나설 수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투자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이를 부인했다. 아울러 '직장 폐쇄' 등의 강경 조치를 단핼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힐 행장은 아울러 "그룹 차원에서 5조원이 투자된 데 대비해 그룹으로의 배당은 1000억원 수준"이라면서 그간 올린 수익은 대부분 은행이 국내 지주사에 배당하고 이것이 다시 한국에 재투자됐으며, 영국의 그룹 본부로 많은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시각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힐 행장은 "그룹은 2005년부터 5조원을 투자했고 이중 4조4000억원은 자기자본"이라면서 "자산매각으로 얻은 수익의 4배를 재투자했다"고 강조했다. 또 "올 3월 우리 지주에서 그룹으로 처음 1000억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힐 행장은 잠실 전산센터 매각 추진 건도 오래된 시설에 대한 재투자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편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TFT와 관련해서는 "노사간에 TFT 구성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는 게 아니고, 후선발령과 명예퇴직 등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설명해 TFT 구성 자체에는 노사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힐 행장은 후선발령제와 성과급제 등 파업을 유발한 요인이 한국의 금융권 문화에 낯설며, 굳이 지금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도입 원칙'을 재확인했다.

◆건전 영업능력, 유동성 확인 "은행 평판 지킬 것" 자신감 

힐 행장은 "성과주의는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힐 행장은 "성과주의 문화는 올바른 일로, 다른 한국 기업들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며 "은행의 성장 없이 높은 임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힐 행장은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 "이는 그룹 본부 차원에서의 도입이 아니라 한국 (지사) 차원에서 도입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피터 샌즈 회장도 경영진을 지원한다는 이메일을 보내, 한국에서 올바른 일을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덧붙여, 그룹 차원에서 성과급제 도입 의사에 관련한 교감이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후선발령제도가 기본급 45% 삭감, 재택근무 등 조치를 예비하고 있어 사실상 구조조정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같은 조치는 4년간 '최악의 성과'를 낸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기존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조사해 본 결과 "5년간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10명선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힐 행장은 또한 "현재 단기 1개월 예대율이 6월말 108%를 달성했다(당국 권고 기준 100%)"고 말하고 최근 출금된 자금보다 입금된 자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일화를 소개하는 등 "은행의 유동성이 건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제 교역 부문에서 12개월간 25개국에서 거래를 진행했다"면서 SC제일은행의 영업력이 현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고, 한국에서 차지하는 은행 위상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규모가 작은 은행임에도 굳이 노사 대결을 빚고 있어 그나마 있는 경쟁력도 깎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옳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힐 행장은 노조의 런던 본부 방문 투쟁에 대해서는 "본부에서 노조를 정중히 맞이하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협상하라고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실익이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노조 관계자 고소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보의 유출로 조치를 취한 것"이며 "앞으로 은행 평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노조와 대화 창구는 계속 열고 타협에 나서겠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