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SK텔레콤의 ‘반도체 의지’ 걱정되는 이유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7.25 12:35:3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올해 M&A시장 최대어로 꼽힌 하이닉스 인수전에 SK텔레콤이 뛰어들었습니다. 미래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글로벌 사업기회를 발굴한다는 취지인데요, 이를 바라보는 증권가는 여전히 의아하다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얼핏 통신사의 반도체 사업 진출은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보이지만, SK텔레콤이 현재 내우외환의 기로에 봉착해 있다는 점에서 하이닉스 인수가 ‘독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SK텔레콤의 최근까지의 상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하이닉스 인수를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 전망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로 급락한 주가가 투자심리 회복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더 되돌리면 증권가는 SK텔레콤이 아닌 그룹의 참여를 부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당시 “SK에 확인해본 결과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는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며 “SK가 참여한다면 책임지고 애널리스트를 그만 두겠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이를 전후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선물거래 1000억원대 손해와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이슈로 떠오른 어수선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룹이 아닌 SK텔레콤의 참여로 확정,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STX그룹과의 공방전이 예고됐습니다.

그렇다고 SK텔레콤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말끔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룹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우려의 시선이 여전한 이유는 뭘까요?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뒤로하더라도 반도체 사업에 대한 경험 부족과 해외사업에서의 잇단 고배가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이동통신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의 확산과 더불어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도체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2위의 업체로,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는 게 요지입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이 자칫 효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효성의 반도체 사업과 관련, 경험이 없어 투자비용 등 변동성이 심한 반도체 업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던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효성은 결국,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하고 말았죠. 또 따져보자면,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위기에 처한 경우도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SK텔레콤이 해외무대서 잇따라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최대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실패한 것을 꼬집는 대목입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무조건적인 서비스 진출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해외를 봐도 시장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더욱 소홀하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의 조인트 벤처 ‘헬리오’ 사업과 ‘모바일 머니 벤쳐스’ 프로젝트는 SK텔레콤의 기업 가치를 갉아먹은 사례가 됐습니다.

이 밖에도 미주법인인 SKT 홀딩스 아메리카스(SKT Holdings Americas lnc.)는 매년 100억원 가량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고, 베트남과 중국시장 실패도 동일한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시장의 명확한 이해 없이 사업을 벌인 사례들로, 앞서 반도체 사업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는 참여를 우려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선두 기업으로 경쟁력을 지속하겠다지만 증권가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보다 면밀한 검토와 철저한 점검을 통해 적정 가치를 산출하고 인수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SK텔레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