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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중동수주전…저가입찰 뒷감당 어쩌려고?

울고웃는 건설사들…한화건설 6위 ‘껑충’, 현대건설 1년만에 수주 반토막

김관식 기자 기자  2011.07.22 16: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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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해외무대에서 쌓은 수주실적에 업체 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극심한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해외로 나가는 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실적에서 상반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해외사업 수주가 치열해지는 만큼 업체 간 과다 경쟁으로 발생하는 저가입찰이다. 이는 침체된 국내 주택관련 손실과 함께 건설사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해외시장은 지난해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올초에 터진 중동 민주화 시위와 국내외 과열경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사업수주에 제동이 걸린 듯 부진한 모습이다.

   
해외건설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저가입찰로 공사수주에 나서는 건설사들도 나타나고 있지만, 수주액 대비 수익성이 지극히 낮아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중동에 나가있는 우리 건설현장.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7월22일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52억736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8억2055만달러 대비 무려 40% 줄었다.

물론 통계상으로 볼 때 지난해 상반기 186억달러를 기록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실적을 빼면 수주액은 증가했다. 하지만 공사건수를 보면 268건으로 지난해 327건 대비 18%나 줄어 사업 수주가 지난해만큼 활발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주 부진 속 발전·플랜트 강세

지역별 수주액도 태평양·북미, 아프리카 등을 제외한 전 지역이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 ‘텃밭’으로 알려진 중동지역은 22일 현재 173억511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8억5048만달러 비해 절반가량이 줄었다. 올 초 리비아 민주화 시위가 중동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건설업체들의 수주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공종별 수주액이다. 지금까지 우리 건설사들이 따낸 해외공사물량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지만, 플랜트 분야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토목, 건축, 산업설비 등이 포함된 공종별 수주액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산업설비 분야에 포함된 가스처리시설 수주액은 올 47억111만달러로 전년 동기 28억6194만달러보다 두배 가량 증가했다. 중동 반정부 시위 등 불안감이 높아지는 해외시장을 대비하고 건설사들이 추진한 수주 다변화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현대건설↓ 한화건설↑

올초 중동사태와 같은 불안감이 해외건설수주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업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건설사들의 수주활동이 눈에 띄고 있다. 

   
한화건설의 사우디 마라픽 얀부1 공사 현장.
22일 현재 해외건설협회에 집계된 업체별 수주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엔지니어링(삼성ENC), SK건설, STX중공업 등 3개 업체들이 전년동기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3개사 수주액은 삼성엔지니어링 46억6860만달러,SK건설 29억8000만달러,STX중공업 29억5000만달러 등 약 105억달러로 전체의 40%가 넘는 수준이다.

STX건설은 지난 상반기 29억5000만달러 규모 이라크 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SK건설은 사우디 와싯 가스개발(9억5000만달러),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가스처리시설(9억2000만달러) 등을 계약했다.

반면, 지난해 해외에서 110억달러 이상을 수주하며 사상 최대 해외수주 실적을 거둔 바 있는 현대건설은 부진한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올 초 3억4000만달러 규모 방글라데시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에 이어 싱가포르에서 3억5000만달러 규모(약 3900억원) 오피스·호텔 복합 빌딩공사를 수주하면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활발한 수주행진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현재 15억1477만달러로 전년 동기(31억2757만달러)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부진한 실적에 반해 한화건설과 대우건설의 해외수주실적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한화건설의 경우, 지난해 해외수주 20위권에도 못 들었지만, 올해 발전·담수 플랜트 수주로 인해 6위로 뛰었다. 여기에 최근 이라크에서 수주한 72억5000만달러 규모 신도시 건설공사는 단독 프로젝트로는 우리나라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 실적은 하반기에 잡힐 예정이다.

대우건설 역시 올해 18억6429만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8억7190만달러)대비 큰 폭으로 증가 했다.

◆과열경쟁 “공사비도 안 남아”

해외수주는 극심한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이미 업계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사업수주를 두고 벌이는 과열 경쟁이다.

   
오만 가스시설 공사 현장.
중동 시위 등 세계경제의 불안감 등으로 인해 수주경쟁이 높아지면서 저가입찰로라도 공사를 따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인허가 시에 들어가는 금액을 빼고 나면 시공사에게 돌아가는 수주액은 많지도 않다.

A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사들은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작은 사업에도 국내 기업끼리 경쟁을 하다 보니 수주액이 높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어떤 때는 인허가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때도 있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국내 주택시장은 끝났다고 보고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물량을 끌어와야 하다 보니 저가로 라도 입찰을 해야 하는 상황” 이라며 “해외가 많이 남는 시장도 아닌데 경쟁이 치열해져 마진이 점점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