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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대한항공 ‘광고의 저주’ 그리고 ‘혐의 없음’

KAL, 언론사에 '적대적' 대응 제동걸릴지 주목

이수영 기자 기자  2011.07.22 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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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항공 광고의 저주’. 다소 도발적인 이 문구는 지난 3월 어느 날 온라인을 잠시 들쑤셨던 가십기사의 화두였습니다. 대한항공이 진행한 광고캠페인에 등장한 국가들이 연이어 자연재해 등 악재에 시달렸다는 내용이었죠. 스포츠서울이 최초 보도했고 비슷한 제목과 내용의 보도가 포털사이트 뉴스 메뉴를 통해 줄줄이 퍼졌습니다.

당시 광고업계에 돌던 소문과 정황을 토대로 쓴 ‘소프트한’ 가십거리였지만 이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와 해당 기자들은 적잖은 피로감에 시달렸습니다.

오너 3세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셋째 딸인 조현민 상무(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 팀장)가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해외무대 광고에 저주가 붙었다는 가십 기사 때문에 심정이 적잖이 불편했을 것으로 짐작됐지만, 대한항공의 대응 수위는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기사를 쓴 스포츠서울 모 기자는 신문 발행 다음날인 3월18일 2400부에 달하는 ‘반품 테러’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착불로. 대한항공 기내 반입지를 모조리 본사 기자 개인한테 돌려보냈다는군요.

통상 신문 반품은 해당 지국으로 하게 돼 있지만 관례조차 깨부술 만큼 대한항공의 분노는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당시 ‘한국증권신문’에 재직 중이던 본기자도 ‘대한항공 광고의 저주’ 기사를 썼습니다. 기자는 기사삭제를 종용하는 대한항공 홍보팀 임원의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꿋꿋이 버텼고, 급기야 3월22일 스포츠서울 기자와 함께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당했습니다.

고소인은 조현민 상무였습니다. 해당 언론사와 편집국장 등 실력자는 쏙 빼고 조 상무는  (만만해보였는지) 평기자들만 ‘싸움상대’로 골랐습니다.

지난 5월3일 기자가 검찰 조사실에서 받은 고소장에는 ‘기자들이 대한항공을 비방할 목적으로 썼다’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 등의 주장이 전화번호부만한 두께로 깨알같이 적혀있더군요.

이후 5시간 가까이 담당 수사관과 검사는 비슷한 질문을 해댔습니다.

질문의 요는 ‘조현민 상무와 대한항공을 비방하려고 없는 사실을 지어냈느냐’는 것이었죠. 기자는 조 상무와 일면식도 없을뿐더러, 항공수단으로 대한항공을 애용하고 있는데 악감정이 있을 리 없다고 했습니다.

기자는 대한항공이 해당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등 정당한 절차를 밟아 수정 혹은 게시 중단을 요구한 바 없다는 것, 또 대한항공 홍보팀 임원이 언론사에 대해 ‘부적절한’ 폭언을 한 사실 등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진술했습니다.

당시 해당 임원은 한국증권신문 편집국장과의 통화에서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는 등의 비상식적인 협박을 한 바 있습니다.

이런 곡절을 뒤로 하고, 지난 12일 ‘대한항공 광고의 저주’ 공방이 마침내 끝났습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대한항공이 지난 3월22일 기자와 스포츠서울 기자를 상대로 형사고소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지난 12일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제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지 정확히 71일 만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25일 한국여행기자포럼(회장 손원천)은 성명을 내고 “대한항공이 자사에 불리한 내용의 기사를 썼다는 이유를 들어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언론탄압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기업들이 명예훼손을 기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전가의 보도’로 악용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기자협회보도 6월1일자에서 “상식적이고 통상적인 언론중재라는 시스템이 있는데도 형사고발,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 탄압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는 손원천 회장의 견해를 전했습니다.

대한항공의 적대적인 언론사 대응 전략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