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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자연·레포츠 공존하는 ‘익사이팅’ 문경 엿보기

새재길-철로자전거-클레이사격으로 이어지는 체험 삼매경

이보배 기자 기자  2011.07.21 17: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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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문경새재’ 고갯길. 과거 ‘문경’ 하면 이 문경새재라는 네 글자로 모든 설명이 끝나고는 했다. 새재는 ‘산간벽지’의 느낌을 강조했고, 문경을 조금 아는 이래라봐야 탄광 등을 연상하는 것으로 생각의 실마리가 끝나고는 했다. 한 마디로 궁벽한 산골 이상의 느낌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새 국내여행의 숨겨진 다이아몬드로 문경이 떠오르고 있다. 요새는 길이 좋아져, 경상북도는 의외로 멀지 않다. 경북은 문경은 이렇게 산골에 있는 고갯길에서 수도권에서 불과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요충지로 새롭게 우리 곁에 다가섰다. 산골짜기라는 편견은 ‘영남제일관문’이 자랑하는 역사와 자연, 문화유산에 비하면 억울한 평가다. 가족·친구·연인 등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변화무쌍한 관광코스는 그들의 여행 동기와 목적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문경의 첫 번째 보석으로는 역시 문경새재가 꼽힌다. ‘새재’라는 말에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가 우거진 고개’ ‘하늘재와 이우릿재 사이의 고개’라는 뜻이 담겨있다.

◆선비의 ‘문경새재 옛길’을 웰빙 느낌으로 걷다

다양한 코스를 자랑하는 문경새재길에 올라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걷고 있노라면 그 옛날 한양 과거길에 오르내리던 선비들의 청운의 꿈이 떠오른다.

영남 선비들은 문경새재를 통해 입신을 꿈꿨고 더러는 좌절하며 돌아오고는 했다.

   
문경새재길을 걸을 때는 맨발로 걸어야 땅의 기운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이런 스트레스의 길이 웰빙(참살이) 코스로 거듭날 줄을 당시 선비들은 알고 있었을까. 실제 문경새재길을 걷다 보면 두 손에 신발을 들고 맨발로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띈다. 아스팔트가 끝나는 지점의 옛길부터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을 내딛으면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

문경새재길에 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바로 문경 제1관문인 ‘주홀관’이다. 동쪽으로 주홀산이 우뚝 솟아 있고, 서쪽으로는 조령산이 길게 뻗어 천험의 요새임을 과시하듯 버티고 있다. 또 수천 평의 푸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은은한 곡선미의 기와지붕과 성문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그저 고즈넉이 걷는 길이 지루할 만한 어린이가 있는 나들이객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KBS사극촬영장’이 위치한 곳도 바로 문경 제1관문 근처다. ‘태조왕건’ ‘연개소문’ ‘대왕세종’ 등 인기리에 종영된 대부분이 촬영된 이곳을 돌다보면 어디선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튀어나올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현 시점에서 감히 재해석하자면 문경새재는 ‘문경의 새로운 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2월, 새재 안에 들어선 ‘KBS사극촬영장’은 문경시의 새로운 관광명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에서다.  

촬영장을 돌아 나와 2km가량 더 올라가면 시원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용추폭포가 그 절경을 자랑한다. 경상감사가 경상도 땅에 첫발을 내딛고 관인을 인계인수하던 ‘교귀정’을 지나면 문경제2관문인 ‘조곡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곡관’은 기암절벽이 우람하게 서 있고, 조곡관 뒤로 우거진 송림과 계곡사이로 흐르는 용천수인 ‘조곡약수’는 사회생활에 찌든 사람들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준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조곡약수’ 한 사발에 피로를 날린 뒤 2.3km 가량 더 걷다보면 고려 말 공민왕시대의 유적지 동화원을 볼 수 있고, 다시 2.2km를 더 가면 새재의 마지막 관문인 문경 제3관문 ‘조령관’과 마주한다. 

문경새재 1관문에서 3관문까지는 어린이나 여성, 노약자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로 되어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걷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 ‘약돌 돼지고기’를 아시나요?

궁벽한 산골이라 먹을 게 없다거나, 경상도 음식이 다 그렇다는 편견은 문경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문경새재길 하이킹을 마친 관광객들에게는 약돌 돼지고기를 추천한다. 약돌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에서는 돼지에 약이 되는 돌을 가루를 내어 먹여 키우기 때문. 꼭 약효면에서 보지 않더라도, 도심지와 다른 맑은 공기 속에서 청정지역 돼지고기를 숯불에 지글지글 굽는 경험은 간만의 나들이에 나선 관광객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소재다.

약돌 돼지고기로 ‘약식동원’을 경험한 다음에는 후식거리가 기다린다. 가을이면 문경을 빛내는 사과가 고운 빛깔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문경 사과는 높은 당도로 과거 대구 사과의 명성을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자랑이다.   

◆ ‘철로자전거’타고 ‘클레이사격장’ 고고씽

20여년 전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가 이제는 문경을 빛내는 보석으로 변모했다. 전국 최초로 철로 위를 달리는 ‘문경 철로 자전거’로 거듭난 것이다. 문경 대표 즐길 거리인 철로자전거는 경북 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강과 터널을 코스로 해 달리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문경의 자연경관을 즐기면서 밟는 폐달은 가슴속 깊은 곳까지 시원함을 선사한다.


철로자전거 코스는 ‘진남역~불정역 방면 왕복 4km’ ‘불정역~주평방면 왕복 3.6km’ ‘진남역~고모산성방면 왕복 1.6km’ ‘가은역~먹뱅이 방면 왕복 4km’ 등 총 4가지로 이 중 첫 번째 코스가 가장 인기가 좋다.

약 40분 코스라는 시설 담당자의 설명을 받고 철로위에 오르면 왠지 설레는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왕복 4km라면 일반적으로 걸어서 30분 거리다. 느리게 걸으면 1시간 정도 소요되기도 한다. 페달을 밟아 40분이면 짧은 거리는 아니라는 얘기.

허벅지 튼튼한 사람과 짝이 되어야 고생이 조금은 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폐달을 밟아야만 볼 수 있는 철로자전거 주변의 경치는 후들거리는 다리의 고생쯤이야 금새 잊게 만들어준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철로자전거는 비가 와도 멈추지 않는다. 일회용 우비만 하나 걸친다면 탑승 완료다.

힘차게 구른 페달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문경 체험을 멈출 수는 없다. 군대에 다녀온 남성들은 물론 평생 총 한번 잡아본 적 없는 여성 모두 즐길 수 있는 클레이사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날아오르는 접시를 명중시키는 클레이사격은 도심에서 받은 스틀스를 한방에 날려준다.


도심을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이색스포츠, ‘클레이사격’은 각종 스트레스에 쌓인 현대인들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최고의 스포츠다.

전국에서 손에 꼽히는 클레이사격장이 문경에도 있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문경관광사격장’은 클레이사격을 주종목으로 운영하며, 이밖에 권총 사격, 공기총 사격까지 경험해볼 수 있다.

특히, 문경관광사격장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클레이사격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날아오르는 접시에 총구를 겨냥해 명중시키는 럭셔리 스포츠를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1석2조다. 계절의 구애를 받지 않고,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전천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문경관광사격장이라면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 짜릿한 명중의 쾌감을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 타임머신 탄 ‘연탄’의 고향 ‘석탄박물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지금은 가스나 기름을 땔감으로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과거 겨울이면 서민들은 연탄을 장만하는 게 일이었다. 지금은 ‘막장’이라는 표현을 안 좋게만 쓰는 것도 사실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서민 생활의 애환을 대표하는 연탄은 바로 그 막장(탄광 갱도 끄트머리)에서 탄생해 우리 곁으로 오고는 했다. 문경은 바로 그 막장을 직접 눈으로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는 ‘산교육 차원’에서 일람을 권할 만한 명소가 바로 ‘문경 석탄박물관’이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왕능리에는 연탄모양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석탄박물관이다.

석탄박물관이 들어선 곳은 박물관을 짓기 전 실제 석탄을 캐던 탄광이 있던 자리다. 당시 탄광의 이름은 ‘은성탄광’으로 1938년 세워졌다. 일제강점기였던 그 시절 일본이 우리나라의 지하자원을 강제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해방이 된 후 1950년 11월부터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대한석탄공사로 넘어갔다.

독특한 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연탄 모습으로 꾸민 박물관의 외관이다. 연탄을 써본 과거 세대들은 건물을 보자마자 반가움을 느낄 수 있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5만136㎡ 부지에 연면적 1805.44㎡ 규모의 석탄박물관은 1~2층 중앙전시실과 갱내전시실, 야외전시장 등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광산장비 및 광물 787종 4571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실제 갱도 230m도 전시공간으로 활용돼 눈길을 끈다.

먼저 1층 전시실에는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지구의 형성, 석탄의 기원이 되는 고생대와 석탄이 형성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놓았다.

2층 전시실은 과거 광부들이 석탄을 캐는 현장으로 재정비됐다. 채탄, 굴진, 출갱 등 광부들이 실제 작업하는 모습을 재구성 해놓은 것. 이밖에도 매직비전과 장비전시를 함께 해 놓아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박물관 밖으로 나오면 야외전시장과 갱도전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광차와 인차, 기관차 등 대형 광산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어 갱도전시장은 실제 폐광업소자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문경석탄박물관의 특징을 이용, 폐광 직전까지 활용되던 실제 갱도에 전시공간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감동을 준다.

채탄과 굴진 작업은 물론 붕락현장과 갱내식사, 구호활동 모습까지 재현해 놓았다. 이제는 이야기책에나 나오는 연탄, 탄가루로 범벅이 된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며 탄을 캐는 ‘산업역군’들의 모습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자녀교육’이 절로 되지 않을까.

이밖에도 문경은 계곡과 온천, 명산 등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관광명소와 패러글라이딩, 래프팅, 서바이벌, 짚라인 등을 즐길 수 있는 체험관광코스가 다양하다. 또 시기별로 치러지는 축제와 이벤트가 어느 지역보다 다양하다.

올 여름 아직 휴가 계획이 없다면 망설임 없이 ‘문경’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