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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슈퍼에서 왜 볼 수 없나?

복지부 협조 요청 불구 슈퍼판매 결정내린 제약사 없어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7.21 1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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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직장인 강모씨는 21일부터 박카스 등 드링크제를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한 편의점을 찾았다. 강씨는 편의점을 둘러봤으나 박카스를 찾을 수 없었고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아직까지 들여놓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2. 강남역 인근 편의점 점주 김모씨는 고민이 생겼다. 드링크류와 소화제 등이 슈퍼 등 소매점 판매가 가능하다는 연일 뉴스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본사 측에서는 아직 해당 물량을 공급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김씨는 21일 오전에도 두 차례 박카스를 찾는 고객이 있었지만 그냥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3. 용산구 동자동의 한 슈퍼마켓 주인 박모씨는 21일 오전 박카스를 비타500(일반음료)과 나란히 진열했다. 박씨는 이전에는 여러 소매점 점주들이 약국에서 개인적으로 박카스를 사다가 구석에 진열해뒀으나 이제는 법적으로 박카스 슈퍼판매가 가능해졌다며 의약외품 전환을 반겼다. 그는 제약사들이 하루빨리 도매업체를 통해 박카스 등 드링크제를 공급하길 기대하고 있다. 

21일부터 법적으로 박카스 등 48개 일반의약품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실제로 편의점 등에서 이를 구매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박카스 등 법적으로 슈퍼판매 가능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0일 박카스를 포함한 자양강장변질제와 정장제, 액상소화제, 외용제 등 일반의약품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21일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21일부터 박카스 등 48개 품목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슈퍼판매가 가능해졌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도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에 따라 세부기준을 정하는 ‘의약품등 표준제조기준(이하 표준제조기준)’ 고시 개정안도 같은 날짜에 공포·시행한다.

이에 따라 21일부터 정장제, 액상소화제, 자양강장변질제 등 48개 품목은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약국뿐 아니라 슈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졌다.

복지부는 이들 품목의 빠른 소매점 유통을 돕기 위해 미처 의약외품으로 표기를 전환하지 못하고 기존 일반의약품으로 표시돼 있더라도 유통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단, 일반의약품으로 표시돼 슈퍼, 편의점에서 판매될 경우 소비자 혼란을 유발할 수 있어 슈퍼, 편의점 등에 안내문을 게시토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 안 깔려…복지부, 제약사에 협조 요청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 공포·시행으로 48개 품목이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됐으나 슈퍼나 편의점에서 구매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편의점연합회와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제약회사, 도매업자와의 새로운 상품 등록에 따른 공급가 등 거래계약 체결, 상품 코드 등록 등 행정상 준비절차가 일주일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르면 28일부터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의약외품 전환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18개 제약회사 대부분이 해당 품목의 슈퍼나 편의점 판매에 대해 공식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앞서 19일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 시행 이후 조속한 유통과 의약품 구매 불편해소를 위해 해당 제약사 실무진들을 만나 이번 의약외품 전환 대상 품목의 슈퍼 및 편의점 판매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는 동아제약, 유한양행, 일동제약, 광동제약, 동국제약, 삼성제약, 한독약품, 동화약품, 슈넬생명과학 등 16개 제약사 실무진들이 참석했다.

복지부가 회의에서 실무진들에 슈퍼판매 계획을 묻자 까스명수액 등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제약만 슈퍼에서 판매하겠다고 확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머지 제약사들은 슈퍼판매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해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는 의약외품 전환 품목을 슈퍼 등에서 판매할 경우 제품 신뢰도 훼손 문제와 약국 약사들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사, 슈퍼판매 말처럼 쉽지 않아

업계는 의약외품 전환 품목 중 슈퍼나 편의점에서 가장 먼저 판매되는 품목은 삼성제약의 까스명수액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제약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19일 회의에 참석한 담당자가 슈퍼판매를 하겠다고 말한 것은 와전된 것”이라며 “아직 내부적으로 슈퍼판매에 대해 결정을 내린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판매를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얘기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제약사들도 약사와의 관계, 생산설비 증설 문제 등을 이유로 슈퍼판매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의약외품 전환 품목 중 매출이 가장 높은 박카스를 생산하는 동아제약 역시 슈퍼판매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박카스는 현재 천안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최대 생산능력이 3억6000만병”이라며 “연간 판매량이 3억5000만병(지난해 기준)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약국 외 유통채널에 공급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 상태로는 슈퍼판매를 위해서는 약국 유통분을 빼서 공급해야하는데 약국 공급물량을 뺄 수는 없는 부분”이라며 “설비 증설 역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과 동국제약 등도 슈퍼판매에 대해 결정된 바 없으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슈넬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청계제약의 청계미야비엠정과 청계미야캅셀 등 정장제 등은 슈퍼판매를 개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슈넬생명과학 관계자는 “청계제약의 정장제 품목은 슈퍼판매를 목적으로 개발돼 슈퍼에서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시기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슈퍼판매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