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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포스코…위기관리 노하우는 ‘꾸준한 투자’

[50대기업해부] 포스코그룹①…태동과 성장

이진이 기자 기자  2011.07.20 16: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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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대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포스코를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1분기 기준 총자산 71조원의 포스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 4위 철강기업이다.

포스코의 태동은 제철보국의 사명을 갖고 지난 1967년 설립된 대한중석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한중석은 당시 부진한 종합제철사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그대로 담았다.

이때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비서실 실장과 상공담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포스코청암재단 박태준 이사장이다.

◆원칙 통한 성공스토리

   
1970년 당시 포항종합제철소 건설 기공식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회장(왼쪽)이 발파 버튼을 누르고 있다.
박 이사장은 앞서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대한중석을 맡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놔 능력을 인정 받고, 1968년 당시 포항제철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1981년 회장에 올랐다.

이후 정부 3억원, 대한중석 1억원을 출자해 자본금 4억원으로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가 설립된다. 지난 1973년 7월 포항 1기 설비가 완공되면서 일관생산체제를 갖췄고, 특히 조업 첫해에 46억원을 달성한다. 철강업계에서 가동 첫해부터 이익을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포항제철은 주문생산 원칙을 내세워 대량주문을 받아 생산비를 절감하고,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나갔다.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1973년 당시 제1차 석유파동 때 포항제철의 빌릿과 열연코일, 후판재 등은 수입제품에 비해 21~42% 가량 저렴했다. 이듬해 포스코는 매출 354억원, 순이익 6451만원을 기록했다.

포항제철의 질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미국과 유럽 제철소들의 설비투자가 중단돼 세계 철강생산량이 감소한 가운데 제2제철소를 세워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행은 빨랐다. 정부 주도 하에 포항제철의 광양만 제2제철소 건립이 결정됐다. 포항 일관제철소에 이은 광양제철소 가동은 설비능력 확대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8년 7월 정부 및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26.7%를 1인당 3% 한도로 내외국인에게 분산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포항제철 지분은 이후 수차례 분할매각 돼 오다가 2000년 10월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전량인 36%를 매각하면서 완전한 민영화를 이뤘다.

이어 2002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에서 포스코로 사명을 바꿨고, 포스코는 지난 1분기 기준 총자산 71조원, 재계 6위에 올라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철강사로 발돋움했다. 조강 기준 연산 3000만톤으로 세계 4위다.

◆원가경쟁력으로 위기돌파

이러한 포스코의 위기관리 노하우는 ‘꾸준한 투자’다. 전통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위기관리 능력은 더욱 빛을 발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물론 1980년대 제2차 오일쇼크로 세계 철강업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광양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 가운데 자동차, 가전 등 수요산업 약세는 결국 철강수요 감소로 이어졌고, 세계 철강산업은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포스코도 4개월 연속 감산체제를 유지하면서 지난 2009년 1분기 조강생산 및 판매량이 모두 줄이는 등 자유롭지 못했다.

원료구매단가와 환율 상승으로 원료비가 증가한데다 감산에 따른 고정비가 증가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같은 시기 40% 감산체제에 돌입한 유럽, 일본 등 세계 유수 철강사들의 영업적자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하지만, 포스코는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포스코는 고가의 펠릿과 강점탄 사용비용을 낮춰 연원료 비용을 줄이고, 용광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저원가 조업기술을 개발해 415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얻었다.

철강경기가 회복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3~4년 후를 대비해 △생산능력 확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기반 마련 △제품개발 등에 투자한 전략이 주요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는 이에 더해 기존사업인 철강부문의 개술개발과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재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시장을 뛰어넘어 글로벌 거점을 확보한다는 굳은 의지가 시작된 셈이다.

◆포스코 하면 떠오르는 ‘이것’

포스코의 높은 조업기술 가운데 자동차강판 생산능력은 단연 돋보인다. 세계적으로 자동차강판을 생산하는 철강사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강판은 소재가 가볍고 내식성이 강해야하며, 고가공성과 고장력 등 까다로운 기술력을 요구한다.

포스코는 지난 2009년 8월 고강도 자동차강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데 이어 2010년 TWIP강(초고강도강), GI-ACE(표면이 미려한 용융아연도금강판) 등 고부가가치 전략제품 생산기반을 확대해 월드베스트 앤 월드퍼스트 제품판매량을 468만톤까지 늘려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60.3% 증가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이외에도 석유수송용 강관 소재인 고급 API 강재부문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API재의 경우 지난 2009년 생산에 들어가 원가절감 양산기술을 개발했으며,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포스코는 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리튬 △마그네슘 △티타늄 등에 대한 개발 및 생산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크롬 △텅스텐 △망간 △몰리브덴 △리튬 등 희귀금속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포스코는 전남 순천에 연산 3000톤 규모의 마그네슘 판재공장을 준공하고 전자제품 케이스용과 주방용품을 생산하고 있다. 마그네슘 판재는 자동차 등 각종 경량화에 뛰어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장기적인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마그네슘 일관생산체제 구축은 지난 2008년 니켈제련공장 가동과 2009년, 2010년 카자흐스탄 티타늄사업 추진 결정에 이은 것으로 글로벌 종합소재기업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신성장동력 필요성 절실

이러한 포스코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마도 신성장동력을 꾀할 수 있는 M&A 시장에서의 잇단 부진을 꼽을 수 있다. 

포스코는 최근 몇 년간 대형 인수합병에서 번번이 실패하면서 ‘컨소시엄 징크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단독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2004년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던 인수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최근에는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해 CJ그룹과 경쟁을 벌였지만 또 다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된 바 있다.

앞서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으나 인수는 실패로 돌아섰고, 2004년에도 동국제강과 손잡고 한보철강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현대자동차에 밀려난 것도 뼈아픈 과거가 돼버렸다.

이는 향후 포스코의 새로운 모습을 예상함에 있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