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루이뷔통은 롯데와 등 진 상태로 계속 갈까? 루이뷔통이 최근 롯데코엑스면세점 철수 통보한 것을 두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롯데 측은 루이뷔통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지만 루이뷔통이 지난해 ‘라이벌’ 호텔신라 측과 손을 잡자 마음이 많이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분노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루이뷔통의 ‘탈(脫) 롯데’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지난 7월19일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엑스점에서 루이뷔통이 철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코엑스에서 루이뷔통 매출이 좋지 않아 다른 매장을 하면 어떨지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면세점 사업의 중심에는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이 있지만 이번 ‘루이뷔통 사건’과 관련 실질적인 작업은 신동빈 회장이 맡았다는 후문이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4월 아르노 루이뷔통 회장의 방한 당시 롯데그룹 부회장으로써 아르노 회장을 면담하고 소공동 롯데면세점으로 직접 안내하며 접대하는 등 루이뷔통에 대해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이날 오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1층 중앙홀에서 아르노 회장 방문을 환영하는 피아노 연주와 전자악기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정성을 쏟았음에도 결과적으로 롯데는 신라면세점에 ‘공항면세점 최초 명품 매장 유치’라는 타이틀을 내줘야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 회장의 자존심에 금이 갔을 것이라는 뒷이야기가 자자했다.
◆구겨진 롯데 자존심
롯데면세점은 2018년까지 전세계 면세점 순위 3위권 내에 진입한다는 ‘2018 글로벌 TOP 3’ 비전을 세워뒀다. 롯데는 아시아 최대 글로벌 면세점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쳐둔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DFS, 하이네만(Gebr. Heinemann), 듀프리(Dufry) 등에 이어 세계 6위 규모다.
지난 2009년 제너레이션 리서치(Generation Research)가 밝힌 인천공항면세점 및 여행 관련 매출은 약 1조원로 세계3위권에 올라있다. 루이뷔통 인천공항 직영 1호점이 가지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 ‘1호점’을 계기로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대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프랑스 파리 상젤리제 거리의 루이뷔통 본사 |
특히 업계는 루이뷔통 매장 개장과 동시에 인천국제공항 면세품 매출액이 세계 3위에서 1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1호점’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힘을 지닌 루이뷔통이 신라와 손을 잡음으로써 롯데는 AK면세점 인수로 되찾은 1위 자리에서 다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대 면세점이라는 위상을 공고히 할 기회까지 놓치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공항매출액 1위를 기록하다 지난 2007년 화장품, 향수 매장을 신라면세점에 넘겨주면서 2위로 추락했다.
롯데가 내색은 않지만, 이번 ‘루이뷔통의 탈 롯데’는 두고두고 뼈아픈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우리는 루이뷔통 후유증이 없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듯 발 빠른 공격경영을 꾀하고 있다.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입점한 구찌 매장 2개를 빼온 데 이어 인터넷면세점 샤넬 화장품 단독판매로 루이뷔통을 대체하는 등 명품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20일부터 롯데 인터넷면세점에서 샤넬의 코스메틱 부문을 단독 입점 시켜 판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루이뷔통 22호점 유치 확정…‘21개 넘어섰네’
업계 관계자들은 루이뷔통의 롯데면세점 철수를 시작으로 롯데 유통 채널에서 순차적으로 루이뷔통이 철수하는 ‘탈(脫) 롯데’의 진행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사 |
더구나 오는 8월 오픈 예정인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루이뷔통 22호점이 들어서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최근 루이뷔통이 기존에 입점한 백화점 점포에서 발을 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루이뷔통 매장이 들어서고 빠지는 문제는 늘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루이뷔통의 ‘빈자리’를 다른 명품으로 채우면 된다는 낙관론도 있다.
한 대형유통사 관계자는 “일반 국내 매장이 1억원 매출을 달성한다면 루이뷔통 매장은 20억 이상의 매출을 내기 때문에 수수료적인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루이뷔통 매출이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루이뷔통 대신 다른 명품들로 대체할 수 있어 루이뷔통 매장이 빠진다고 해서 백화점 입장에서 타격이 크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루이뷔통이 기존에 가졌던 21개 매장을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계획도 있지만 롯데와 사실상 껄끄럽게 돼 버린 관계 때문에 굳이 롯데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