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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 웅진·몰락한 No.2 청호···여름 정수기 시장 '혈투'

‘과반수 점유율’ 웅진 독주 속 춘추전국시대

이수영 기자 기자  2011.07.20 10: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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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록적인 폭염과 동시에 최대 성수기를 맞은 국내 정수기 시장이 한바탕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코디’를 앞세운 웅진코웨이(대표 홍준기)가 과반수 점유율을 고수하는 가운데 ‘얼음정수기’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2인자 위치를 굳혔던 청호나이스(대표 이석호)의 무한 추락은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웅진코웨이 얼음정수기(CHPI-08BL)
특히 청호나이스는 1/3토막으로 주저앉은 시장점유율과 과장·허위광고 의혹, 모그룹 정휘동(54) 회장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까지 줄줄이 악재가 터지며 암웨이, 동양매직, LG전자, 쿠쿠홈시스 등 후발주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물론 대역전의 여지는 남아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얼음정수기 미니’의 인기와 더불어 웅진그룹과 LG그룹 등 경쟁사들이 오는 9월 실시 예정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열려있는 까닭이다.

‘몰락한 No.2’ 청호나이스가 내우외환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5월 16일 발행된 웅진코웨이 1분기 보고서에서 청호나이스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12월 기준 10%로 기록됐다.

업계 내에서는 청호나이스의 시장점유율이 10~15% 사이이며 후발주자들이 간발의 차로 추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995년 창립돼 2006년 ‘얼음정수기’ 출시로 점유율 30%까지 치고 올라왔던 아성이 불과 4년 만에 1/3토막 난 셈이다.

◆인물난·무너진 신뢰에 ‘추락’

업계에서는 청호나이스의 몰락 원인으로 인재 공백과 무너진 신뢰 등을 꼽는다. 먼저 2006년과 2008년 정휘동 회장과 함께 ‘이과수’ 브랜드의 성공을 이끌었던 핵심 인사들이 연이어 회사를 떠났지만 이를 대체할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했다는 것.

특히 영업·마케팅 전문가인 황종대 전 부회장의 공백이 컸다. 얼음정수기를 비롯한 히트상품 제조기였던 그가 돌연 2008년 물러난 것. 같은 해 7월 삼성 출신 이용우 사장이 취임 1년도 채 안 돼 사임했다. 정 회장의 기대를 채우지 못한 탓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지난해 이후 중국,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이 고무적이지만 2007년 다단계 혐의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검찰 수사는 청호나이스의 고객 신뢰를 무너트린 결정타가 됐다. 당시에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지만 최근 상황은 심각하다. 오너인 정휘동 회장의 개인 비리 혐의가 불거진 탓이다.

   
청호나이스 이과수 얼음정수기 mini
검찰은 지난달 1일 서울 서초동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영편입학원의 불법 로비 혐의를 입증하던 중 거액의 자금이 김영학원에서 청호나이스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파악된 것이다.

두 회사 간 업무 관계는 전무하지만 정 회장과 김영택 김영편입학원 회장 사이의 개인적인 친분이 문제였다. 검찰은 정 회장이 김 회장의 비자금 은닉과 전달에 직·간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호나이스 마케팅 관계자는 “언론 보도로 전해진 것 정도밖에 아는 것이 없다”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여기에 일본 대지진 이후 청호나이스가 진행한 이른바 ‘방사선 마케팅’에 대해 웅진코웨이 측이 공개적으로 허위·과장광고 논란을 제기하면서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조6000억 시장 ‘파이 더 커진다’

청호나이스가 주춤하는 사이 2위 그룹의 추격은 가속이 붙었다. 환경부와 전자공시 내역 등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물 관련 시장은 총 11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정수기 시장은 1조5000억~1조6000억원 정도다.

웅진코웨이가 지난해 12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 5대 광역시(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가정의 정수기 보급률은 54.3%로 조사됐으며 이는 전년 50.9%보다 3.4% 늘어난 수치다.

전체 가정 보급률은 33% 정도로 추산되며 업계는 신규 임대(렌탈)와 교체 수요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매년 커지는 ‘파이’를 얻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쿠쿠홈시스 냉온정수기 스마트
특히 쿠쿠홈시스(대표 구본학)는 올해 상반기 기준 월평균 1만5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밥솥에 이어 정수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회사 측은 지난 3월 출시한 내추럴워터 정수기 ‘스마트’가 지난달 총 17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월 평균 1만5000대가 넘게 팔려나갔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청호나이스, 교원L&C, 동양매직, LG전자 등 기존 업체들과 비슷한 규모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업체들은 방문판매를 위한 인력 충원과 홈쇼핑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방문판매와 렌탈서비스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기하는 까닭이다. 웅진코웨이는 기존 1만3000명이었던 방문판매 인력을 올해 1000명 더 충원했다.

청호나이스와 교원L&C도 각각 기존 3000명에서 6000명, 4000명에서 7500명으로 직원 규모를 늘렸으며 LG전자 역시 올해 하반기 방문판매 도입을 선언해 업체 간 ‘세일즈 전쟁’도 불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