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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자체 컨택센터 유치 지원약속 ‘말로만?’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묻지마식 유치활동 문제

이지숙 기자 기자  2011.07.18 18: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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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컨택센터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며 각 지자체들은 ‘좀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업체와 사전 논의 했던 것과 달리 예산 지급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등 실제 업체들이 받고 있는 지원금은 지자체가 처음 제시한 것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풍부하다고 하는 인력 역시 컨택센터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인원까지 인력풀로 잡아놓아 이전기업들과의 마찰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지방에서 컨택센터 구축ㆍ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업체들을 인터뷰해 지자체 컨택센터 지원의 실상을 알아봤다.

컨택센터가 일자리 창출의 효자로 떠오르며 여러 지자체들이 컨택센터 유치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지자체들의 활발한 투자유치로 강원도, 제주도 등은 컨택센터 유치에 성공해 광주, 부산에 이은 새로운 컨택센터 산업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도시의 경우 컨택센터가 정착하기 힘든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유치를 시도해 컨택센터 업체와 지자체 모두가 피해를 입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치를 위해 지원사항 등을 사실과 부풀려 제시하거나 인프라 구축이 힘든 지역이 무리하게 컨택센터를 유치해 실패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몇 억 지원금 ‘그림의 떡’

   
대성글로벌네트웍은 안동시, 안동과학대학과 2007년 ‘컨택센터 유치협약식’을 맺고 안동과학대학에 센터를 구축했지만 인력수급 등의 문제로 현재 철수한 상태다.
우선 각 지자체가 ‘몇 억’씩 제시하며 유혹하고 있는 지원금 지원이 사실과 다르다고 업체들은 주장했다. 보통 지자체가 업체들에게 제시하는 지원금은 고용보조금, 교육훈련보조금, 시설보조금 등 세 가지다. 지자체들은 각각의 지원금마다 5억, 10억까지 지급할 수 있다고 제시하지만 실제로 지원금을 받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태백에서 컨택센터를 운영 중인 와이엘코리아는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제안으로 강원도에 센터를 설립했으나 갈등으로 인해 결국 지원을 받지 못하고 태백에 센터를 스스로 구축했다.

와이엘코리아 양천석 대표는 “인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갔는데 수급에 있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고 무엇보다 처음 협력을 하기로 한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정광언 차장은 “와이엘코리아가 컨택센터를 구축할 당시 상담원이 97명까지 늘어났었는데 인력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인력수급 문제는 와이엘코리아의 열악한 복지환경이 불러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 가지 지원 사항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고 얘기한 것을 모두 와이엘코리아가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인 부분이 있으며 하이원 또한 컨택센터의 열악한 복지문제 때문에 이미지가 실추된 부분이 있다”며 “결국 3개월 정도 센터를 무상임대 해주는 등 지원을 해준 뒤 협력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후 와이엘코리아는 태백시에서 철수하려고 했지만 함께 일해 왔던 직원들 때문에 결국 태백시의 지원조건을 받아들였고, 현재 태백시에서 고용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양 대표는 “4대보험에 가입된 근로자에 한해서만 고용보조금이 지급되는데 컨택센터 사업자에겐 힘든 조건”이라며 “교육훈련보조금은 한 달 동안 외부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지급되는데 소규모 센터에 맞지 않는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와이엘코리아는 1억8000만원의 고용보조금을 태백시로부터 지원받았다.

태백시 은경희 주사는 “와이엘코리아의 경우 하이원과 MOU를 체결한 만큼 태백시와 직접적으로 협약을 맺은 것이 아니어서 지원 대상 기업에 들지 않았었다”며 “이후에 태백시에서 컨택센터를 지원해주는 조례를 만드는 등 와이엘코리아을 지원에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은 주사는 “태백시의 경우 보조금 조례가 제조업에 많이 맞춰져 있으며 교육훈련보조금의 경우 한 기업 때문에 조례를 바꿀 순 없다”고 전했다.

안동시에서 컨택센터를 운영했던 대성글로벌네트웍 또한 컨택센터 운영에 있어 충분한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성글로벌네트웍은 안동시ㆍ안동과학대학와 MOU를 체결하고 안동과학대에 센터를 오픈해 4년간 운영했지만 시설투자보조금 약 2억원 밖에 지원받지 못했다.

대성글로벌네트웍 박대훈 팀장은 “대구지역 센터의 경우 안동시와 비슷한 조건에서 운영해 교육훈련보조금과 고용보조금을 모두 지원받았으나 안동시의 경우 지원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투자유치부서에서 근무하던 이종윤 주무관은 “고용보조금의 경우 6개월 이상 근무해야 지급이 가능하다”며 “특성상 이직률이 높은 것은 알고 있지만 6개월 이상 근무해야 시 입장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서울보다 인력모집 힘들어

각 지자체는 서울보다 지역에서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직원을 모집하는데 있어 더 수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지자체에서 센터를 운영해 본 업체들은 인력수급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대성글로벌네트웍은 안동과학대와 MOU를 맺었으나 학생들이 배출되기까지엔 약 2년의 시간이 걸려 초창기엔 스스로 인력모집에 나서야 했다.

박대훈 팀장은 “컨택센터의 경우 인력풀이 상당히 중요한데 지자체들의 ‘아무 문제가 없다’는 홍보를 믿고 내려가는 기업들이 현재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지역이나 서울이나 인력수급이 어려운 건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소규모 도시의 경우 사람들이 컨택센터 산업에 대해 잘 모르고 연령대가 높다보니 농촌일손이 바쁘면 출근을 하지 않는다거나 중간의 자신들의 일을 보느라 자리를 비우는 등 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대성글로벌네트웍의 경우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안동시에서 운영하던 d&shop 컨택센터의 좌석 수가 20석까지 줄어들며 이후 철수했다. 이들은 당시 안동에 컨택센터 구축으로 인해 현재까지 손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성글로벌네트웍은 안동시가 컨택센터는 유치해왔으나 업체에서 바라는 만큼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일부 광고비와 도로 주변에 현수막을 걸게 해주는 등의 도움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홍보비용은 우리쪽에서 부담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동시 이종윤 주무관은 “업체에서 홍보를 한다거나 할 시에는 함께 전단지를 배부해주거나 홍보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는 등 시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문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와이엘코리아는 아직도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 대표는 “컨택센터에 대해 잘 모르는 소도시의 경우, 시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산업을 알리고 좋은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런 지원이 전혀 없었다”며 “와이엘코리아의 경우 처음에는 보험을 파는 업체, 다단계 업체 등으로 소문이 나 인원모집이 더욱 이뤄지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컨택센터 이전, 업체 지자체 모두 신중해야

지자체와 컨택센터 업체는 ‘일자리 창출’과 ‘저렴한 사업비’ 등만을 보고 서로 윈-윈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컨택센터를 운영해 본 업체들은 모두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유치경쟁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원금과 인력수급 외에도 청주시의 경우 A업체가 센터를 구축해 지원금을 받으며 운영을 해왔지만 사용업체가 아웃소싱 업체를 변경하며 센터가 다른 도시로 이전하는 일이 발생해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A업체와 청주시가 별 문제 없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사용업체의 아웃소싱업체 교체로 둘 모두 피해를 보게 된 것.

또한 지자체간 유치 경쟁이 심하다 보니 타 시ㆍ도 보다 많은 지원금을 제시하며 컨택센터 이전을 권유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성글로벌네트웍 박 팀장은 “안동시 컨택센터 진출 실패는 인정 한다”며 “안동시의 경우도 농경이 주가 되는 사회에서 서비스업인 컨택센터의 유치는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 지자체들이 저임금 등을 유인책으로 사용하는데 실제로 근로자들의 임금이 그렇게 낮은 편이 아니다”라며 “서비스업이 발달한 5대 광역시 이외에는 컨택센터가 적정 수준의 서비스를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동시 이종윤 주무관은 “어떤 지역에서 사업이 잘되고, 안되고 가늠하는 것은 업체가 할 몫”이라며 “지자체도 경영인이 아닌 만큼 유치 시엔 당연히 모든 것이 좋다고 할 수 밖에 없고 사업성은 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