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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 파업사태…‘조흥은행’과 비교되는 까닭

[심층진단] 제일, 수신 기반 등 문제 관건 vs 조흥, 저비용 수신 구조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7.15 17: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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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은 신한지주에 피인수된 뒤 결국 신한은행과 합쳐져 하나의 은행으로 통합되었으나, 파업 상처를 치유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뒤 합병을 하는 유종의 미를 거둬 눈길을 끌고 있다.
[프라임경제] SC제일은행이 은행사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보기 드문 장기 파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15일 기준 19일째). 성과급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보기 드문 파업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일은행의 외국계 본사에서 사태가 진정된 후 내놓을 사후 대책 방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2년 파업을 겪은 후 2006년초 신한은행으로 합쳐지기 전, 사상 최고의 실적(당기순익 7565억원)이나 방카슈랑스 은행권 1위(점포당 이익) 기록을 남긴 조흥은행의 파업 상처 치유 과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장 파업을 겪으면서 고객들이 불안을 느끼면서 이탈한 제일은행 예금은 15일 기준 약9800억원 정도로, 해당은행의 총수신고가 46조원가량이기 때문에 약 2% 가량 이탈로 추산된다. 조흥은행은 사흘간의 파업으로 약 5조원대의 수신액이 빠져 나간 것으로 당시 집계됐었다.

2002년 강경한 파업을 주도했던 2002년 수신고는 대략 49조8000억원대.

하지만 현재 제일은행이 안고 있는 상황, 즉 은행권에서 갖고 있는 입지나 수신 기반 및 영업의 구조 등은 2002년 당시 신한지주로의 조흥은행 매각 추진과 이로 인한 파업 당시와 비교되고 있다.

액면 단위로만 보면 현재 제일은행의 수신고와 2002년 파업 당시 수신고가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 같은 조흥은행의 수신 점유율은 11.03%로 당시 10.61%였던 신한은행보다 오히려 컸다. 4대 금융지주 산하 은행들과 기업은행, 외환은행의 6대 은행이 시장을 주도하고 한국씨티은행과 제일은행이 시장 점유율면에서 밀리는 상황과는 파업의 위상이 다르다는 평가다.

더욱이 제일은행은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위해 5% 예금 금리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출시하고(두드림통장) 외환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등 공격적 활동에 나섰지만, 파생 실적 부진 등으로 애로사항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금융 중심이던 구 제일은행의 대출 구조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대출 중심으로 변화한 점도 특기 사항이다.

점유율과 가계대출 편중, 수신기반 취약 등 여러 문제가 맞물린 이 같은 상황은 조흥은행이 과거 오래된 예금을 확보하고 법원 거래(당시 법원 관련 자금 관리를 조흥은행이 맡고 있었음) 등 ‘저비용 조달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다양화와 탄탄한 기반, 파업 상처 회복에도 도움 타산지석

이런 문제는 수익성 논의 외에도, 제일은행이 ‘파업 그 이후’ 국면에서 상처를 회복하는 문제에서도 중요하게 눈여겨봐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위에서 제일은행과 조흥은행 파업시 자금 이탈 추이나 (절대액이기는 하지만) 수신고 규모 등에서 보면 제일은행보다는 오히려 과거 조흥은행 파업 문제가 더 심각한 결과와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다만, 2002년 파업 당시 조흥은행 자금 이탈을 보면, 종금계정에서 정부 투자기관들이 자금을 뺀 것이 상당액을 차지(5조원대 이탈액에 대비해 볼 때 정부 투자기관 인출 규모가 1조7000억원선이었다는 당시 조흥은행 추산자료를 보면, 그 비중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일정한 문제가 해결되면, 과거의 대형 고객들은 운용 실력을 갖추거나 기반 조건을 갖춘(당시 종금계정을 가진 시중은행이 한정돼 있었으므로) 쪽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과 연결된다.

파업 후 본사 의지 따라서도 해결 결과 천양지차 될 수도

이런 요소는 파업 해결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일단 협상 테이블부터도 당장 사측이 회사 발전 방안(로드맵)으로 노조 측에 일정한 구상을 제시할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노조 안팎에서 나오는 매각 우려의 상당 부분은 사실상 제일은행이 지속적으로 (투입된 인수 자금 이상의) 수익성을 낼 수 있느냐의 여부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제일은행이 이번 파업 후 어떻게 노사간 타협을 도출할지, 즉 이 과정에서 제일은행 사측이 ‘당근’을 제시할 것인지의 여부도 파업 상처가 빠르게 매듭지어질 수 있느냐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인다.

2002년 파업 후 2003년 들어선 최동수 당시 행장은 ‘적자론’으로 유명했다. 즉 당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3년의 시한을 두고 1지주 2은행 경쟁을 펴는 과정에서 실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펴겠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 같은 심리적인 박탈감을 줄이는 적자론 외에도 조흥은행 노조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집행임원 선임시 신한출신 인사 배제 △100% 특별보로금 등 사기진작을 위한 종합대책을 제시하겠다는 상당한 당근이 제시된 바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제일은행의 경우 현재 사측이 파업 장기화 전에 대화 채널을 통해 제시한 여러 카드 외에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에 있다. 제일은행 사측은 이미 파업이 본격화되기 전 상당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이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번에 우려를 사고 있는 ‘5등급제’라는 평가 제도의 가혹한 처우 폭을 완충재를 제시하는 데 있다. 일명 ‘성과향상 프로그램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의 문제는 이미 KB국민은행에서 추진된 성과추진본부 제도에 국민은행 노조가 강력히 반발한 전례에서 보듯, 우려를 사는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62% 고액 배당 논란까지 겹친 제일은행으로서는 ‘비만증 국민은행’이라는 명분 하에 추진돼 온 개혁론과도 문제가 조금 다르다는 점에서, 인위적 구조조정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영업력 강화를 얻어내 ‘유종의 미’를 거둔 조흥은행 사례가 더욱 벤치마킹 필요성이 높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