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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KAL조종사 “대한항공 법원제출 자료는 허위”

대한항공 무자격조종사 논란②…“무경험자 자격 부여, 평가‧상벌 편파적”

나원재 기자 기자  2011.07.14 13: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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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항공이 무자격 조종사를 채용했다”고 주장하는 이 회사 전직 부기장 출신 이채문씨. 그는 “대한항공이 헬리콥터 조종사에게 비행기를 맡겼다”고 폭로하며, 배경에는 불합리한 인사가 발단이 됐다고 밝혔다. 이씨와 대한항공은 결국 법정까지 갔고, 이씨는 결국 1년형의 수감생활까지 하게 된다. 벌써 십수년 된 해묵은 얘기지만 이런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당시 법원에 제출한 자료는 허위였다”고 이씨는 주장한다.

이씨의 주장은 한 마디로 ‘대한항공이 비행기 무자격자인 헬리콥터 조종사들을 비행기 조종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핵심은 헬리콥터 조종사와 비행기 조종사 간 자격증 구분의 유무다.

이씨는 헬리콥터 조종사와 비행기 조종사의 자격증 구분이 엄연히 있음에도 대한항공은 자격증 구분 없이 헬리콥터 조종사를 비행기 조종사로 활용했다고 설명한다.

이씨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2005년 법정 증인 신문에서 당시 대한항공 조종사 최 모씨와 김 모씨의 증언을 제시했다.

◆비행기·헬리콥터 자격증 구분은 ‘명백’

이씨에 따르면 당시 최씨는 “1986년 입사 당시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에 헬리콥터와 비행기 조종 자격이 구분돼 있지 않았고, 1993년부터 면허증이 따로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어 최씨는 “지금은 헬리콥터와 비행기 조종사가 나뉘어져 있지만 우리가 시험 볼 당시에는 사업용 조종사 자격 안에 헬리콥터와 비행기가 포함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진술한 내용도 맥락은 동일하다. 김씨는 “1985년 입사할 당시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이 있었는데 이 자격증에는 헬리콥터와 비행기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씨는 “대한항공이 거짓으로 제출한 자료를 법원에서 여과 없이 받아들인 결과일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진실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도 당시 “헬리콥터 자격증 소지자라 할지라도 자격증 발급 기관인 교통안전공단에서 인정할 경우, 비행기 조종이 가능하다”며 “최씨와 김씨의 경우, 당초 헬리콥터 자격증 소지자였지만 이후 교육을 이수하고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006년 법원에 제출한 참고서면에서도 위의 내용을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당시 항공법규는 비행기나 헬리콥터에 대한 경력을 구분하지 않고 있었고, 기능증명한정을 취득하고자 하는 자는 비행기로 20시간 모의비행훈련과 2시간 이상의 비행훈련(실제 비행)을 받으면 그 취득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대한항공이 법원에 제출한 참고서면에는 최씨와 김씨가 비행기 자격증을 취득한 날짜가 각각 1990년과 1988년으로 적시돼 있다.

◆대한항공 입장 다시 따져봐야

상황은 이렇지만 실제 비행기와 헬리콥터 자격증은 명확히 구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 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항공안전본부에 사실조회를 요청한 내용에는 ‘비행기와 헬리콥터 기능증명을 구분해 발급했다’고 명시돼 있다.

이후 항공안전본부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우리나라 비행기 자격증명에 관한 실기시험은 언제부터 실시됐는지’를 묻는 사실조회 요청에 ‘우리나라는 비행기의 자격증명에 관한 실기시험이 1985년부터, 비행기 한정심사는 1982년부터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항공안전본부는 자격증명 실기시험은 항공법에 의거해 시행됐으며, 최초 실기시험일은 관련 자료가 보관돼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는 석연치 않은 입장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씨가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이씨는 “항공안전본부가 최초 비행기 자격증명 실기시험을 1985년부터 실시했다고 하는데, 이 해는 최씨가 헬리콥터 자격을 취득한 해다”며 “이는 대한항공과 항공안전본부의 구색맞추기식 행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대한항공이 최씨와 김씨가 교육을 이수하고 비행기 자격증을 취득한 해는 헬리콥터 자격증을 소지하고 입사했던 해의 3~4년 후다”며 “대한항공 설명대로라면 이들이 근무한 3~4년 기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냐며 반문했다.

애당초 비행기와 헬리콥터 기능증명이 구분돼 있기도 하지만, 대한항공의 이러한 설명은 모순을 더욱 키워나간다는 게 이씨의 지적이다.

이씨는 “대한항공이 거짓으로 제출한 자료를 법원에서 여과 없이 받아들인 결과일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진실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씨는 “사실 지금까지도 실기시험은 안 하고 구두시험과 시물레이트로(82.10.14 교통부령746호)하고 있으며, 시물레이트 시간을 비행시간으로 본다(1999.2.5 법률제5794호)고 해서 비행기 없이도 조종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고 주장한다.

   
한 대한항공 전직 기장은 대한항공이 조종사도 아닌 항공대학 출신 항공기관사들에게도 기장을 시키면서 30여년 비행에 1만 시간이 넘는 경력자인 육군출신들은 배제시켰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이씨는 현재 이러한 내용에 대해 헌법재판소 위헌법률 심판(헌재2010헌바476 항공법제29조2의 위헌)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기장 승진에서 연거푸 탈락하자 스스로 사표를 던진 자질미달자의 ‘해코지’로 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1998년 ‘입사 이래 성실한 자세와 투철한 책임감으로 회사발전에 기여했다’며 조양호 당시 대표이사 사장의 표창을 받은 이력이 있다.

◆군 출신 조종사가 밝히는 또 다른 편법은?

한편, 이씨는 이러한 주장 외에도 지난 2000년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조종사들이 밝힌 참고인진술서를 공개했다. 진술서는 대한항공이 법적 무자격자들을 고용해 사용했다고 서술돼 있다.

한 전직 조종사는 진술서에서 대한항공은 최소한 1500시간 이상 비행시간이 있어야 하는데도 훨씬 못 미치는 사람들(공군 중·대위출신, 육군 ROTC 출신의 200~300시간 보유자)을 모집해 보충교육 없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해당 조종사는 계기비행 경험과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모집해 교육 없이 자격을 받게 했고, 대한항공은 평가와 상벌 등도 편파적이었다고 꼬집었다.

조종사도 아닌 항공대학 출신 항공기관사들(200~300시간 보유자)에게도 기장을 시키면서 30여년 비행에 1만 시간이 넘는 경력자인 육군출신들은 배제시켰고, 공군은 LA, 뉴욕 등에서 사고를 내도 처벌하지 않고 육군은 잘못한 여승무원을 욕했다고 3개월 비행정지 처벌까지 받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진술서는 이씨를 포함한 육군 조종사 출신들이 퇴출될 때 무자격 위촉심사관을 통해 불합격 처리를 했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당시 항공법 제162조 위촉심사관요건에 의하면 심사관은 현직 기장이어야 하고, 본인 기종만 하도록 돼 있는데도 퇴직한 사람들에게 전 기종을 심사하게 했으며, 채점표도 미리 수검자의 사인을 받아놓고 제멋대로 평가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