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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떴다방’…청약통장 불법거래 기승

청약가점 높으면서 급전 필요한 무주택자 모시기 혈안

이보배 기자 기자  2011.07.14 09: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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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떴다방’이 돌아왔다. 최근 청약통장 불법거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뉴타운·재개발 지역은 물론 온라인 상에도 청약통장 불법거래를 알선하는 광고물과 게시물이 판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 하반기 보금자리주택 본청약에 앞서 미리 청약통장을 매집하려는 브로커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떴다방’을 통한 청약통장 불법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지방의 한 아파트 청약 현장.

올 하반기 줄줄이 이어지는 보금자리주택 본청약에 앞서 미리 청약통장을 매집하려는 브로커들이 크게 늘었다. 보금자리지구 내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80% 정도 싸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약통장 매매업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상황이다.  

특히, 8월 초 서울 서초 우면지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민간분양아파트는 전매제한 기간이 3년으로 짧아 청약통장 매매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트라건설은 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참누리 에코리치’ 아파트(조감도) 550가구를 내달 초 청약예금가입자에게 분양한다.

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 A1블록에 건설되는 이 아파트는 지상 최고 25층짜리 6개동에 101㎡ 325가구, 118㎡ 171가구, 134㎡ 43가구, 151∼165㎡(펜트하우스) 11가구 등 모두 중대형으로 이뤄졌다. 분양가는 3.3㎡당 19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뉴타운·재개발 지역 브로커 ‘출몰’

이와 관련 서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청약통장 매매 중개업자는 “보금자리주택만을 놓고 청약통장 거래가 활발해질 수는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공공분양의 전매제한 기간은 7~10년에 이르기 때문에 중개업자와 매매·매수자 연결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에 무주택 세대주들이 많고, 이들이 오랫동안 청약통장을 불입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쪽을 겨냥하는 쪽이 쉽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인근에는 청약통장 매매광고물이 곳곳에 붙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인터넷 공간에도 청약통장 매매가 공공연히 퍼져있다. 포털사이트에 ‘청약통장’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여러 이유로 청약통장을 매매하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2년 전 청약예금에 가입한 이 모(49)씨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씨는 내 집 마련의 꿈을 품고 청약예금을 붓기 시작했지만 부양가족이 적어 가점이 낮아 청약순위에서 밀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럴 바에는 청약통장 매매를 통해 웃돈이라도 만져볼까 했지만 50점에도 못 미치는 가점으로는 최대 10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가능하고, 이 조차 분양에서 떨어지면 통장은 휴지조각이 된다는 중개업자의 설명에 고민에 빠진 상태다.

◆프리미엄 유혹에도 명백한 불법 ‘주의’

앞서 청약통장 매매 중계업자도 같은 맥락의 말을 전했다. 청약통장 원주인의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불입기간이 길어 가점이 높은 사람을 매매 1순위로 꼽지만 통상 60점은 넘어야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그는 "전매제한 기간과 상관없이 곧바로 명의변경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고 귀띔했다. 청약통장 매매거래가 성립되면 통장의 원주인이 청약하도록 하고 당첨된 이후 계약을 마치고 지방으로 주소지 이전을 요구한다는 것.

이는 당첨자가 생업 등의 불가피한 이유로 전가족이 지방으로 주소지를 옮기면 전매제한기간 중이라도 분양권을 매매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악용한 사례다.

이처럼 당장 돈이 급한 사람들에게 청약통장 매매 중개업자의 제안은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겠지만 현행 주택법상 청약통장 거래는 엄연한 불법이다.

청약통장을 판매한 사람과 사들인 사람은 물론 중간에서 이를 알선한 중개업자까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고, 불법 거래이기 때문에 사기 피해를 당했더라도 구제받기는커녕 중개업자들의 이중거래로 매매·매수자 양측 모두 낭패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