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풍납토성에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도로가 발견되었다. 워낙 중요한 유적이다보니 그 내용은 방송에도 보도됐다.
문제는 이것을 보는 시각이다. 한쪽에서는 중요한 유적 발굴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재산권 손해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근 빌라에 사는 주민들이 몰려나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유적지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며, 다른 지역과의 차액을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문화재 발굴터에 힘차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한 시에 생각이 가 닿았다.
“시 한 편에 삼만원이면/너무 박하다 싶다가도/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로 시작한다. 강화도 동막 허름한 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이라는 시다. 생각의 전환이 가져오는 소박한 행복을 표현한 것이다.
돌을 던진 아주머니의 얼굴이 시인의 얼굴과 오버랩 되었다. 무척 상기되어 있는 것은 맞으나 앞엣것은 물질 만능이 발기한 것이고, 뒤엣것은 물질 만능을 벗어던진 이의 얼굴이다.
기실, 이깟게 무에 그리 중하냐는 소리를 지던 그 아주머니는 바로 우리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기표다. 실제로 부동산 담당 기자라고 소개하면, 괄목상대, 눈을 씻고 다시 바라본다. 그러곤 옆에 바짝 붙어 정말 집요하게 물어본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는 말을 속삭이며.
병증 없는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너도나도 얼마 안되는 땅뙤기라도, 집 한 채라도 사둬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이같은 불안한 미래는 불안한 현 정부가 조장한 면이 크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을 몇배 넓혀야 할 지도 모른다. ‘미친’ 부동산이란 소리까지 나오는 것은 이래서 그렇다.
하나 더, 후분양제를 놓고 두 소리를 내는 재경부와 건교부의 모습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형국을 지방으로 까지 넓혔다. 부동산 열풍의 막차를 타기 위해 밤을 새가며 견본주택 앞에 줄을 서게 한 것이다.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온, 잠시 머무르는 시골의 간이역과 같은 이 땅을 이렇게까지 미치도록 한 책임은 언론이라고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직을 걸고 부동산을 잡겠다던 장관도 결국 물러났고, 내년 말이면 현 정권도 과거가 된다. 후세가 무엇이라고 일컬을지 자못 걱정스럽다.
다시 함민복의 시. 이렇게 끝맺음 한다.
“시집이 한 권 팔리면/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박리다 싶다가도/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