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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s 즉석카레 80s 골드마요네즈…그땐 상상초월 ‘혁신’

[대기업해부] 오뚜기…ⓛ태동과 성장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7.12 07: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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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대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오뚜기를 조명한다.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와 후계구도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오뚜기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은 1960년대 배고픈 보릿고개 시절 국민들에게 좋은 품질과 고영양 식품을 공급하는데 뜻을 두고 1969년 5월 서울 태평로 2가 청남빌딩에 풍림상사를 설립하게 된다.

   
 
오뚜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린아이가 입맛을 다시는 모습의 CI(Corporate Identity, 이하 로고)다. 이 로고에는 창립 당시의 시대적 배경 속에 맛있고 영양가 높은 식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오뚜기 창립이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렇듯 국민의 식생활 향상을 위해 설립된 풍림상사는 창립 2년만인 1971년 오뚜기식품공업(주)로, 1980년 오뚜기식품주식회사로 상호를 두 차례 변경한다. 이후 식품뿐 아니라 생활문화 부분으로 영역 확장, 해외진출이라는 포부를 안고 또 한 번 사명을 변경해 현재 (주)오뚜기에 이르고 있다.

◆오뚜기 있게 한 1등 제품 ‘카레’

올해로 창립 42주년을 맞은 오뚜기는 국내 최초 제품과 1등 제품, 장수 제품이 많은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식품회사라 하더라도 기껏해야 1~2개 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를 할 정도로 1등 제품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1등 제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제품 출시 시기와 트렌드, 제품 품질 3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 이 같은 면에서 3박자를 고루 갖춰 현재 1등 제품을 30여개 보유하고 있는 오뚜기는 ‘종합식품회사’라 자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 제품은 창립제품인 ‘오뚜기 즉석카레’다. 오뚜기는 창립 당시인 1960년대 주식이 쌀인데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카레가 적격이라는 판단 하에 카레를 창립제품으로 내놓게 된다. 

원래 카레는 인도를 중심으로 동양의 열대 및 아열대 지방의 향신료 요리의 총칭이었으나 영국으로 전해지면서 점차 온화한 유럽풍의 조리법으로 가공돼 현재의 형태로 보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40년대 보급되기 시작해 1969년 ‘오뚜기 즉석카레’ 출시를 기점으로 본격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1981년 레토르트 식품인 ‘3분 카레’를 출시하며 카레시장 선두주자인 오뚜기의 입지는 점차 확대됐고 현재도 90%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로 독보적인 지위를 지키고 있다.

◆케첩 등 조미식품 기술력 우위 불구 경쟁치열

카레 외에도 오뚜기는 케첩, 마요네즈, 마가린, 향신료 등에도 강한 대표적인 조미식품 회사다.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는 경쟁업체들보다 10여년 앞선 1971년과 1972년에 각각 첫 선을 보였다. 1980년대 들어 미원그룹(현 대상), 서울식품, 롯데삼강 등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치열한 판매경쟁이 일어났다.

오뚜기는 우선 가장 중요한 제품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토마토케첩 원료인 토마토를 국산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 동안은 토마토를 수입에 의존해왔으나 충북 제천에 농장을 확보, 토마토를 실험 재배하는데 성공해 1984년 토마토 300톤을 최초로 수확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자 선발업체인 오뚜기는 판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판매조직을 강화, 활발한 판촉 활동을 벌이는 한편 일본 QP사 등과 기술 제휴를 통해 제품품질 향상을 꾀한다.

창립 이후 15년간 외화손실을 이유로 외국상표 도입을 지양하고 순수 국내 상표로만 제품을 만들어온 함 명예회장도 선진 외국기술과 마케팅 노하우를 도입하는 데는 앞장서 막대한 기술 투자비를 투입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오뚜기 골드 마요네즈’다. 이 제품은 품질 개선에 만족하지 않고 기존 병 용기 대신 에발수지를 사용한 튜브용기를 개발해 쉽게 깨지는 병 용기의 단점을 해소하고 편리성을 높여 시장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키기도 했다.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오뚜기의 노력에도 불구 신규 업체들과 기존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판매처에서 좋은 (진열)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판촉 사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며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로 번지며 불꽃 튀는 경쟁을 실감케 했다.

◆M&A 통해 사업 다각화했는데…

이처럼 조미식품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자 함 명예회장은 조미식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조미식품 일변도에서 탈피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게 된다.

첫 사업 다각화 대상은 라면사업이다. 오뚜기는 1987년 12월 라면업체인 청보식품을 인수하고 당시 오뚜기 이중덕 전무를 사장에 선임한다. 사명 역시 청보식품에서 오뚜기라면(주)로 바꾸고 오뚜기의 계열사로 두게 된다.  

라면시장 진출 초기 오뚜기는 경쟁업체인 농심,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 빙그레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고급면(고가면)과 새로운 가격대의 라면을 개발하는 전략을 벌인다. 또한 조미식품 신제품 개발을 몇 년간 미루는 등 라면 개발에 주력해 라면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오뚜기는 오뚜기라면 설립 이후 약 4개월 뒤인 1988년 3월 라면 제품을 첫 출시한다. 개발과 생산은 오뚜기라면이, 영업은 오뚜기가 맡았으나 판매망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해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1989년 우지파동으로 라면시장 2위 업체인 삼양식품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자 오뚜기는 반사이익으로 시장점유율이 최하위(5위)에서 4위로 올라간다. 

이후 ‘진라면’, ‘열라면’ 등을 선보이며 90년대 후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한 삼양식품과 함께 2위 다툼을 벌였으나 현재는 2위 자리를 삼양식품에 내주고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청보식품 인수처럼 오뚜기의 사업다각화는 대부분 M&A를 통해 이뤄졌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이자 오뚜기의 고민은 M&A를 통한 사업다각화 영역에서 시장 1위에 오른 곳이 없다는 것이다.    

라면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오뚜기는 1993년 참치캔(통조림) 시장에 진출한다. 자체 생산∙가공시설이 아닌 수산식품 제조사인 고성물산으로부터 OEM 방식으로 참치캔을 납품받아 판매한다.

당시 동원산업, 사조산업 등 기존 업체들은 원양업체가 없는 오뚜기의 시장 참여에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오뚜기는 시장진출 2년만인 1995년 사조산업을 제치고 2위를 수성하게 된다. 경쟁사의 우려에도 불구 참치시장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참치캔 시장 2, 3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오뚜기가 참치사업 전개에 욕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현상유지만 해 나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참치시장 진출 3년만인 1996년에는 (주)서림을 인수하고 샘물시장에 진출했으나 현재는 샘물 사업은 중단한 상태다. 2006년에는 삼포만두를 인수하고 냉동 포장만두 시장 진출과 더불어 기존 냉동식품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겠다는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오뚜기는 과감한 프로모션과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포장만두 시장 3위에 올라있다. 

이어 지난해 차(茶) 생산업체인 삼화한양식품을 인수하면서 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뚜기가 음료사업에 욕심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음료시장 진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세 경영체제, 자리 잡나?

   
함영준 회장(좌)과 전문경영인 이강훈 사장.
이 같은 사업영역 확대로 오뚜기는 지난 2007년 1조5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후 꾸준한 매출 증가세로 지난해 1조3730억원의 매출로 1조 클럽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조 클럽 오뚜기의 경영권은 지난해 3월 회장직에 오른 함영준 사장 손에 쥐어졌다. 함영준 회장은 함태호 명예회장의 외아들로 1990년대 오뚜기에 입사해 전무, 사장을 역임하며 아버지와 함께 오뚜기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함영준 회장 선임 이후 오뚜기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함영준 회장은 ‘불안한 2세 경영’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실적 부진은 함영준 회장이 내부 체제를 제대로 굳히지 못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함 회장이 약 1년간 내부 체제를 완전히 구축한 것일까. 오뚜기는 올해 1분기 즉석식품 매출 호조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 전망을 밝게 했다. 이에 올해도 무난히 1조 클럽을 유지해 앞선 실적 부진이 함영준 회장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진통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