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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올리는 폭스바겐…믿는 구석 뭐길래?

한·EU FTA…볼보 먼저 내리고, 폭스바겐 관세인하 반영 안해

서영준 기자 기자  2011.07.11 11: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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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EU FTA가 협상을 시작한 지 4년 만인 지난 7월1일 발효되면서 수입차 업체들은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조정에 돌입했다. 비록 실질적인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가 적용되기 위해선 1∼2개월의 시차가 있지만, FTA 발효로 발생하는 혜택을 국내 소비자들과 조금이라도 빨리 나누고자 하는 취지에서 유럽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폭스바겐코리아는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 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최근 출시한 차량 가격을 이전 모델에 비해 많이 올리면서 다른 업체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볼보는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먼저 FTA 혜택을 가격에 반영했다. 사진은 S80 D5.
수입자동차 업체 중 가장 먼저 가격 인하에 나선 곳은 볼보다. 볼보는 지난 5월23일부터 기존 수입 차량에 적용되던 8%의 관세가 5.6%로 인하되면서 그 인하 분을 즉각 가격에 반영했다. 따라서 기존 3890만원이던 C30 D4와 5710만원인 S80 D5의 가격을 각각 52만8000원, 80만4000원 내렸다.

아우디는 해치백 A3부터 세단·SUV·스포츠카 R8까지 전 차종에 대해 모델에 따라 최저 50만원에서 최고 370만원까지 가격을 조정했다. 동급 수입차 중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A4 2.0 TFSI 콰트로는 4920만원으로 70만원 떨어졌으며 최고급 프레스티지 대형 세단 뉴 A8L W12는 2억5430만원으로 370만원이나 낮아졌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한·EU FTA 발효에 앞서 지난 6월부터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 차종의 가격을 기존 대비 평균 1.4%정도 인하했다. 이 같은 가격 인하는 정책은 한·EU FTA 발효에 따른 혜택을 국내 소비자들과 나누기 위함이다.

가격인하를 실시한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한·EU FTA를 계기로 한국 고객들에게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가격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가격으로 동결한 후 관세 인하 분을 적용해 고객들의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믿는 구석 있나?

   
최근 폭스바겐이 출시한 신형 투아렉.
상반기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6592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2.76%를 기록하며 수입차 업체 3위 자리에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4760대) 대비 1.41% 성장한 것으로 4위를 차지한 아우디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성공했다.

폭스바겐은 그러나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 상위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한·EU FTA 발효로 인한 관세 인하 혜택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출시한 신차 가격이 이전 모델에 비해 많이 오름에 따라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업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4일 신형 투아렉을 출시하면서 V6 TDI 블루모션 모델 가격을 8090만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V6 모델 가격이 7470만원 이었단 걸 감안한다면 620만원이나 인상된 것이다. 이 가격은 또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 분이 감안돼 책정된 것이라 실제 가격 상승폭은 더 컸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측은 신형 투아렉이 이전 모델과는 전혀 다른 차량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EU FTA 발효로 가격 인하를 기대했던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9월이나 10월쯤이 되면 실질적인 관세 인하 분을 차량 가격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다른 업체들처럼 일종의 할인을 통한 가격 인하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