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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얽히고설킨 차병원 남매싸움 ‘접입가경’

조민경 기자 기자  2011.07.08 09: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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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차병원그룹 오너 일가의 남매간 신경전 이후 그룹 내에서 남동생인 차광렬 회장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질 것 같습니다.

차병원그룹을 세운 차경섭 이사장 슬하에는 1남2녀 삼남매가 있는데요, 이들 중 둘째딸 차광은 전 차의과대학 부총장(이하 부총장)과 막내아들 차광렬 차병원 그룹회장(이하 회장) 간에 그룹의 투자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남매의 갈등은 동생인 차광렬 회장이 누나에게 그룹의 투자 사업을 맡기기로 했다가 이를 번복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차 회장이 당초 누나와 한 약속과 달리 투자 사업을 그룹 부회장이자 계열사 차바이오앤디오스텍스 회장인 황영기씨에게 맡긴 것이 발단이 된 것입니다.

황영기 부회장은 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지난해 그룹의 신 성장 동력인 줄기세포와 제대혈 사업을 담당하는 차바이오앤디오스텍스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차 회장이 그룹의 투자 사업을 동갑내기로 친분이 있던 황 부회장에게 맡기기 위해 계열사 회장직에 앉힌 셈이죠.

이후 누나 차광은 전 부총장이 올해 4월과 5월 각각 차홀딩스컴퍼니와 자회사 차인베트스먼트를 설립하고 대표이사와 이사를 겸직, 경영에 참여하면서 남매간 갈등이 심화됐습니다.

차인베스트먼트가 피혁전문 제조업체인 블루젬디앤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면서부터인데요, 차인베스트먼트를 차병원 그룹 계열사로 생각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차병원그룹이 블루젬디앤씨를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동생 측인 차병원그룹은 지난 6월7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황영기 대표 이름으로 일간지에 ‘차병원그룹은 차홀딩스컴퍼니, 차인베스트먼트와 전혀 무관하며 어떠한 계약이나 권한을 위임한 사실이 없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며 누나가 세운 회사와 관계가 없다고 밝히게 됩니다.

광고가 나가자 6월13일 누나 회사인 차인베스먼트는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황영기 대표에게 차인베스트먼트 신용을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고소장에서 차홀딩스컴퍼니와 차인베스트먼트가 차병원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강조했고 차홀딩스컴퍼니와 차병원그룹 지주회사격인 성광의료재단 사이에 ‘업무용역위탁계약’이 체결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남매간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자 아버지가 나서게 됩니다. 남매의 아버지인 차경섭 이사장은 6월15일 재단의 위상을 이용해 사익을 얻으려 했다며 둘째딸 차광은 전 부총장 보직을 해임하면서 갈등은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누나 측이 주장한 차홀딩스컴퍼니와 차인베스트먼트가 차병원그룹 계열사라는 점과 업무용역위탁계약서는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같은 날 차인베스트먼트는 황영기 대표를 상대로 낸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이번 일을 두고 차광은 전 부총장이 차홀딩스컴퍼니 설립을 통해 차병원그룹 주도권을 가지려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아버지의 손에 내쳐지면서 앞으로 그룹 내 요직은 맡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차병원그룹 시초인 차산부인과의원을 현재 대형의료 그룹으로 키운 차광렬 회장의 공도 그룹 내에서 누나인 차광은 전 부총장보다 차 회장의 힘을 실어주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룹 내에서 입지가 불안해진 차광은 전 부총장이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동생의 차병원 그룹과 누나의 차홀딩스컴퍼니가 모두 투자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도 이를 두고 남매간에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