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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실속 없는 ‘프로파간다’

이종엽 기자 기자  2011.07.06 09: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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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반값 등록금 도입이 오히려 대기업에 도움이 될 뿐 각 가계에 돌아갈 부담은 오히려 늘어 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대대적인 대학 개혁이 없는 가운데, 현재와 같은 수준의 대학과 대학생 수를 유지하고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반값 등록금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사실상 국민 혈세 부담만 커질 것이 자명한데 문제의 핵심인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학자금 형태로 사회 교육의 한축을 떠받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오히려 대기업들을 대학 등록금 간접 지원 의무에서 풀어주는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 주요 대기업만 ‘서프라이즈’?

예를 들어 보자. 지난 해 현대자동차는 임직원 5만6000명 중 1만여명에게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 줬다. 모두 8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런 식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간접 지원하는 자금은 상당하다. 포스코는 400억원을 직원 자녀들을 등록금 명목으로 지원했다.

   
지난 6월 청계천 광장을 중심으로 학생과 시민단체, 야당 등은 반값 등록금 전면 실시를 주장해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당시 학생 단체들의 유인물.
그런데,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면 5대 대기업만 해도 약 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주요 대기업들이 드러나지 않는 장학금 역할을 해 온 자금줄을 차단하는 역효과로 이어진다. 반값 등록금 도입론자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재원이다. 그런데 반값 등록금을 지금 논의 수준에서 도입하는 경우, 우리 사회가 사실 그 명칭과 형태가 무엇이 됐든 간에, 이미 기업으로부터 받아내고 있던 재원의 저수지를 스스로 붕괴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묻지마 반값 등록금’을 실행하기 위해 한 해 세금 5조원 정도를 들여야 한다는 점은 이미상식이다. 지난 6월 하순 한나라당 부산시당 점거 시위를 벌인 대학생들도 “제대로 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1조5000억 원의 예산이 아닌 5조원 안팎의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국민 부담 가중 우려

애초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반값 등록금 정책 논의가 자칫하면 서민의 지갑을 털고 대기업 금고는 살찌워 주는 일종의 역설을 낳게 될 수도 있다는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물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 중 필요 재원의 100%를 모두 세금으로 더 걷자, 즉 국민 부담을 늘리자고 명시적으로 주장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일각에서 주장하는 내국세 일부를 사용, 지원한 반값 등록금 재원 마련 주장을 살펴보면, 결국 새로 재원이 나올 곳이 마땅찮다는 점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암묵적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떤 형태로든 돌려막기, 즉 우선순위 조정(판단)이라는 가치관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 중 어느 누구도 필요 재원의 100%를 모두 세금으로 더 걷자고 주장한 적이 없다.

문제는 내국세 형편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실제로 내국세의 일부를 고등교육기관에 교부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국회 통과와 낭비성 예산 조정으로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예산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이려면, 낭비성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뜻인데 이런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지에 의문이 있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세금 부담을 늘어야 되지 않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자장면 값 아껴 대북 송전가능’ 식 장밋빛 허상 되풀이

지난 참여정부에서 ‘전 국민이 자장면 값만 아끼면 북한에 대북 송전해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과 이번 반값 등록금 논의는 매우 유사하다. 뜻은 좋지만 실속이 없고 결국 엄청난 부담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항목들이 산재해 있다.

대북 송전 비용 논란 때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북 “에너지 지원 규모와 향후 9∼13년간 적게는 6조5000억원에서 많게는 11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과거 열린우리당 문희상 전 의장이 대북송전 비용을 1조5000억원으로 추정하면서 “국민(4800만명)들이 한 달에 한 번 자장면을 먹지 않으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추정 규모 자체’를 너무 동떨어지게 잡았을 뿐만 아니라, 쉽게 이러하면 이 정도를 조달할 수 있다는 선전에 매몰된 발언이라는 지적이었다(정확히 계산하면 남한 전체국민들이 3000원짜리 자장면을 한 달에 한번씩 10달 동안 먹지 않고 모아야 1조5000억원이 만들어진다).

차라리 대북 송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통일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등 정직하게 논의를 했어야 했다는 당시 지적은, 이번 반값 등록금의 포퓰리즘적 상황에도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만 돕는 반값 등록금의 역설은 허구적인 공리공론이 어떤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용어 해설 - 프로파간다(propaganda): 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