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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창수 GS회장이 책략가로 보이는 이유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7.05 15: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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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책략가. 어떤 일을 꾸미거나 이뤄 나가는 교묘한 방법을 쓰는 데에 남다른 능력과 솜씨가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대표적인 인물로는 ‘삼국지연의’ 속 제갈공명이 꼽힌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GS) 회장의 행보 속에서 이런 책략가적 기질이 엿보인다.
 
허 회장은 지난 6월21일에 열린 전경련 기자간담회에서 ‘추가적인 유가인하 요구조치’ 수용 여부에 대해 “우리 업계가 2분기에 이익을 내지 못했다”며 “그 정도면 고통분담을 충분히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십여일 후 GS칼텍스는 유가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 이를 뒤엎는다. 전경련 회장으로써 시장을 아우르는 발언에 힘이 실리는 듯 했지만, 정유업계에선 경쟁사 CEO의 이 같은 단계적 유가 인상 결정이 그리 달갑잖게 보였던 모양이다.

지난 4월부터 6월말까지 실시된 ‘유가 한시적 100원 할인’으로 약 8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에 정유업계로선 7월부터 시행 여부가 예의주시 되는 GS칼텍스만의 단계적 인상이 껄끄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던 터였다.  

시장 1위인 SK에너지의 경우, 제휴사 문제 등으로 ‘단계적 인상’을 따라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허 회장의 책략가적 기질이 돋보이는 것도 이 대목이다. ‘단계적 인상’ 발언은 정부와의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업계 내 경쟁력 배가를 노릴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 카드로 풀이 된다.

특히, 7월부터 단계적 인상에 돌입하면 만년 2위 GS칼텍스는 업계 1위 SK에너지와 하반기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 첫 1위 달성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도 있다.

‘정유 四國志(사국지)’로 풀이되는 국내 실정에 허 회장의 책략이 어떠한 결과를 도출할지 궁금하다.

   
 
다만, 문제는 역사 속 제갈공명은 삼국통일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 특히 영토 확장을 위해 진행한 ‘북벌 전략’이 몇 차례에 걸친 실패로 돌아가면서, 촉나라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인명피해를 입게 된다.

시장점유율을 자사의 손실과 맞바꾸며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쉽게 거둬들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촉나라 북벌 전략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하반기 GS칼텍스의 실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