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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인터뷰②] MPC 모자(母子)상담사 우린 ‘진짜 가족’

같은 회사 근무, 가족 간 공감대 형성에 ‘최고’

이지숙, 김상준 기자 기자  2011.07.04 18: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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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경제] 3년차 부팀장과 3개월차 신입사원.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들의 관계는 부팀장과 신입사원이지만 6시 이후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아들’과 ‘엄마’가 된다. 26년간 한결같이 ‘엄마’와 ‘아들’로 지내온 두 사람에게 세달 전부터 새로운 호칭이 하나 더 생겨난 것. MPC가 맡고 있는 한국장학재단 서초2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임호택(26) 부팀장과 김효종(56) 상담사를 만나 모자간에 한 직장을 다니게 된 사연부터 이후 생활까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머니에게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을 제안하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임호택 부팀장은 늦은 밤까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머니에게 조금 더 편안한 일을 권해드리고 싶었다. 다행이 서비스직 경험이 있고, 어머니의 목소리는 콜센터 상담사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가족 모두 ‘합격’은 확신하지 못했지만 김효종씨는 당당히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사에 합격했다.

◆일하고 싶은 열정의 상담사

MPC에 입사하기 전 김효종 씨는 1980년 한 호텔의 객실예약 업무를 맡아 12년간 근무했었다. 당시엔 영어교육이 보편화 돼있지 않았을 때지만 호텔에서 근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김효종 상담사는 “일을 그만둔 후에도 영어공부는 꾸준히 했다”며 “그 결과 작은 아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 할 때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저희 어머니를 소개합니다" 한직장에서 근무하는 어머니(김효정, 56)와 아들(임호택, 26)이 다정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학생들을 맡다보니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 밤늦게 수업이 끝났다. 결국 어머니의 늦은 귀가가 마음에 걸렸던 큰아들 임호택 부팀장은 한국장학재단 상담사에 도전해 볼 것을 권유했다.

임 부팀장은 “어머니께서 호텔 예약실 근무경험 등 서비스직종에서 일을 해 보셨고 계속 사회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상담직종에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나이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가족 모두의 응원 속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의 권유를 받고 얼마간 고민을 했다는 김 상담사는 이후 결심을 하고 가족들에게 상담사에 도전할 것을 밝혔다. 임 부팀장은 “어머니의 목소리와 업무적 능력을 묻어두기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족 모두 대 찬성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나이 아닌 업무로 맺어진 ‘좋은 인연’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선배님’들과 생활하다 보면 충분히 어려운 일이 있을 법 한데 김 상담사는 “직장은 나이가 아니라 업무적으로 맺어지는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 한다”며 “현재는 업무적으로 미숙한 만큼 선배를 배움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배우는 중”이라고 전했다.

모든 일을 빠르게 배우는 편인 김 상담사이지만 단 한 가지에 있어서는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컴퓨터 활용 능력’이 그것. 이는 김 상담사가 콜센터 상담사 업무를 선택할 당시에도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그녀는 “가끔 선배가 열심히 알려주었는데도 내가 업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아들과 집에서 일 얘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컴퓨터와 관련된 일은 아들인 임 부팀장에게 묻기도 한다. 임 부팀장은 “컴퓨터 활용은 몸에 습관처럼 익숙해져야 되는 부분인 만큼 젊은 세대처럼 빠르게 익숙해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차근차근 습득한다면 결국에는 전산을 능숙하게 다루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회사, 불편사항 체크 후 배치

남들보다 약 1시간 일찍 출근하는 어머니 덕에 다정히 회사로 출근하지는 못하지만 임호택 부팀장은 예전보다 어머니와 무척 많이 친해진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국장학재단에는 반값등록금이 이슈화 되면서 작년 이맘때 보다 문의가 활발하다.
임 부팀장은 “일하면서 힘든 점이나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어머니께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든든하다”며 “또한 어머니가 가까운 곳에 계시는 만큼 제 스스로 행동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 것도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상담사도 아들과 함께 일하며 아들을 더욱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녀는 “직접 아들이 하는 일을 해보니 아들의 수고를 느낄 수 있었다”며 “상담사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마인드컨트롤에도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담사는 “아들은 상담도 해야 하고 직원들도 총괄해야 하는 만큼 ‘많이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그만큼 집에서 나름대로 아침 메뉴 등을 신경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두 모자는 회사에서 가족사원을 배려해 주는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부팀장은 “우리의 경우도 같은 팀에서 근무하면 불편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근무 층을 위 아래층으로 다르게 해줘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상담사는 “지금 이 순간 MPC 상담사로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며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어머니이자 한국의 아줌마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제가 항상 도전하며 살아왔듯이 아들 또한 자신의 배움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