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 제대혈은 결국 환자의 치료를 위해 사용될 중요한 국가 자원이기 때문에 제대혈의 품질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서 관리 감독해야 마땅하다"
공여 제대혈(탯줄혈액)보관사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공여 제대혈은 아무런 조건없이 순수 기증 목적으로 공여자(산모)가 제공한 제대혈로 여러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국가 자원이다.
그러나 제대혈 은행에서 냉동보관하고 있는 공여 제대혈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최근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실제 환자의 질병 치료에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한양대 병원 이영호 교수(소아과)는 최근 '공여 제대혈은행의 설립·운영체계 모형개발 및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관리체계 개발'을 주제로 한 보고에서 공여 제대혈보관사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었다.
공여 제대혈의 품질관리는 제대혈을 이식받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논문에 따르면 "제대혈 은행마다 제대혈을 채취해 운송하고 처리, 보관, 검사하는 방법이 제각각인데다 현재 국내에는 제대혈은행들을 책임지고 관리 감독하는 공공기관이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고 있다.
문제는 법적 규제 장치도 전무한 실정. "이 때문에 제대혈은행에 냉동보관돼 있는 공여제대혈 중에서 이식이 가능한 양질의 상태로 있는 게 과연 얼마나 되는지조차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현재 국내 제대혈은행에 보관돼 있는 7만 단위 이상의 공여 제대혈 중에서 최소 40∼50%는 제대혈이식 기준에 미달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가톨릭의대 오일환 교수팀이 냉동보관돼 있는 40개 제대혈을 대상으로 골수 재생능력이 있는 '조혈모세포 표지자'(CD34) 양성 세포들을 조사한 결과, 일부 세포들이 죽은 상태('초기세포사')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대부분의 공여 제대혈을 상업용 제대혈은행에서 보관, 운영하는 것은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가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여 제대혈이 환자를 위한 순수한 제대혈이식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특히 아직까지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불법적인 질병 치료의 수단(줄기세포치료 포함)으로 유용되는 등 국가 자산인 공여 제대혈이 수익을 위한 상품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의미와도 흐름을 같이 한다.
이영호 교수는 "기증받은 제대혈이 모두 공여용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일부 상업용으로 전환돼 불법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이같은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제대혈관리법을 제정하고 이와 더불어 제대혈은행 표준업무지침에 따른 공여 제대혈은행 운영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뼈대다.
그는 제대혈은행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와 같이 상업용 제대혈은행 주도의 공여 제대혈보관사업은 공여 제대혈 사용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품질관리나 환자에 적합한 공여 제대혈 검색작업 등에서 갖가지 곤란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국가 주도로 공여 제대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제대혈 관련 법률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며 "의료적으로 검증된 제대혈이식술이 법적 뒷받침이 없다보니, 제대혈의 품질관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제대혈은행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제대혈 관련법을 조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