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날씨가 추운 겨울 갑자기 몸살 기운이 있으면 병원까지 가는 것도 귀찮다.
이럴 때 간단히 PC를 통해 병원의 의사와 접속하고 동영상과 음성으로 상세한 진료와 처방을 받는다.
입시를 앞둔 자녀의 경우도 마찬가지. 굳이 먼 거리의 학원까지 가지 않고 동영상으로 강사와 1대1 원격 지도를 받는다.
SF영화에서 흔히 보았던 실시간 원격 동영상을 이용한 생활이 눈앞에 다가왔다. 최근 아파트 거주자를 대상으로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아파트랜’ 덕분이다.
아파트랜은 서비스 속도 최대 100Mbps에 육박해 ‘광랜’이라고도 부른다. 서비스 공급업자가 아파트 단지까지 광케이블을 연결하고 각 가정까지 LAN(근거리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기존 ADSL, VDSL 보다 2~20배 빠른 100Mbps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인터넷 100메가 시대의 개막과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아파트랜 보급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를 제시했다.
인터넷 환경의 급격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은 지난해 말 100만 가입자 돌파 이래 꾸준한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 9월 말 현재 가입자는 140만명에 달한다.
특히 최근 9개월간 아파트 랜 가입자는 34만명이 증가했으나 xDSL(ADSL, VDSL) 가입자는 14만여 명이 감소해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랜은 KT의 ‘엔토피아’, 하나로 텔레콤의 ‘하나포스 광랜’, 파워콤의 ‘엑스피드’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자인 파워콤의 시장 진입이 속도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파워콤은 지난 9월 100Mbps 아파트랜 서비스인 ‘엑스피드 광랜’을 내놓은 뒤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요금은 3년 약정 기준 월 2만8000원으로 KT(30,600원), 하나로 텔레콤(29,700원)보다 저렴해 가입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덕분에 서비스 개시 80일 만에 가입자 15만명을 돌파하는 등 업계 최단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KT, 하나로 텔레콤 등 기존 업체들도 아파트랜 공략을 강화해 아파트랜 가입자가 전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의 10%선을 돌파했다. KT의 아파트랜 가입자는 9월 말 68만명으로 전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624만명) 중 10.9%, 하나로 텔레콤의 아파트랜 가입자는 34만명으로 전체 277만명 가운데 12.3%를 차지한다.
KT의 경우, 50~100Mbps급 VDSL 공략 강화와 조기 보급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으로 기존 1∼4Mbps급 속도인 일반주택 가입자들을 20∼50Mbps급 VDSL로 전환시킬 방침이다.
인터넷 영상 시대 본격 개막
초고속 인터넷 고속화는 대용량 영상 애플리케이션 이용을 더욱 활발하게 이끌 전망이다.
그동안 텍스트와 오디오, 사진ㆍ이미지 중심으로 발전해 왔던 인터넷이 영상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동영상 검색, 동영상 블로그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야후, 엠파스, 드림위즈 등 포털사이트는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IPTV, 영상 전화, 원격 교육 등 다양한 영상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대표적 영상 애플리케이션인 IPTV의 경우, 이미 홍콩, 일본 등지에서 순조로운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이달 안에 시범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IPTV(IP기반 동영상)는 스포츠, 뉴스, 오락 등 다양한 영상물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시청, 다운받아 보는 것을 일반화하는 등 매체환경의 혁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개인, 의사간 영상 전송을 통한 원격의료가 일반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연간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헬스케어 시장 가운데 3%만 원격의료로 전환되어도 450억 달러의 시장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영상 전화가 일반화되는 한편, 사무실에서 가정을 모니터링하는 영상보안, 강사와 학생간 쌍방향 교육을 진행하는 원격교육, 제품 프리젠테이션 등을 인터넷으로 진행하는 영상메일, 기업이나 관공서의 영상회의 등이 빠르게 정착될 전망이다.
업계간 주도권 경쟁 확대
이러한 인터넷 환경 변화는 이미 치열한 업계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신과 인터넷, 미디어 업체 등이 차세대 영상 주도권 확보를 위해 동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KT 등 기존 통신업체는 음성 중심 서비스에서 탈피, 영상을 포함한 컨버전스 서비스 제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각 인터넷 포털업체는 동영상을 강화하는 한편 TV의 인터넷화 등 종합 멀티미디어화를 추진하고 있다.
방송사의 경우 기존 컨텐츠를 디지털화 한 뒤 회원에게 서비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KT가 종합 엔터테인먼트업체 싸이더스 FNH를 인수하고 SK텔레콤은 국내 1위 음반업체인 YBM 서울음반을 인수하는 등 이종 업계간 M&A 및 제휴 협력도 시작되고 있다.
제2의 인터넷 시대 눈앞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10년 간 인터넷 인프라 고도화 이어지면서 제2의 인터넷 시대를 열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지난 10년의 인터넷 인프라는 10Mbps 이하에 머물렀던 것으로 본격적 인터넷 시대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 소비자의 80% 가량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중 최대 속도 5Mbps 이하의 라이트급 상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는 수십 메가~기가 단위의 인터넷 인프라가 보편화되는 2015년 이후 개막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최근까지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머물렀던 인터넷 서비스가 일반 생활편의까지 제공하는 인터넷 영상 시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같은 전면적인 인터넷 시대를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전략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영상 서비스인 IPTV의 경우 통신ㆍ방송 부처간 갈등으로 2년 가까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등 시급히 개선점을 찾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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