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997년 출간된 박노해의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2002년 절판된 후, 10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1997년 당시 박노해 시인은 경주교도소 독방에 무기수로 수감 중이었고, 이 책은 아내 김진주와 형 박기호 신부 등이 면회 때 받아 적은 옥중 구술과 메모를 토대로 출간됐다.
2011년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새로운 책으로 탄생한다. 박노해 시인이 문체를 다듬고 편집과 디자인을 변화한 개정 복간본으로 출간된다. 총 7장으로 구성됐으며, 122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특별히 박노해 시인이 지난 10여 년간 세계 각지에서 찍어온 사진이 각 장마다 삽입되어 있다. 故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발문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1997년 출간 다음날 전국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기록, 30만부 가까이 읽히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수많은 독자들과 진보인사들은 물론 주요 보수 인사들과 대선주자까지 암송하며,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단 한 문장은 이념과 세대를 넘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박노해 시인에게 ‘변절자’라는 낙인을 찍으며 논란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이념에서 사람으로’라는 급진적이고 근원적인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 |
||
‘사람만이 희망이다’ 표지 디자인. |
사회주의는 무너졌지만 낡은 이념은 여전히 지배적이고,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새로운 삶의 가치는 찾지 못하고, 급속한 세계화ㆍ정보화ㆍ개인화의 물결 속에 ‘개인’으로 내던져져 길을 잃은 이들에게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한 권의 책을 넘어 삶의 등불이 되었다. 이런 이중성의 역설을 담고 있기에,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문제적 저작’으로 우리 사회의 젊은 영혼들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불가능한 이상을 향해 한 시대의 끝간 데까지 밀고 나간 젊은 혁명가의 투쟁과 묵상의 기록, 그것이 1997년 출간된 『사람만이 희망이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