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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지숙 기자 기자  2011.07.04 10: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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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97년 출간된 박노해의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2002년 절판된 후, 10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1997년 당시 박노해 시인은 경주교도소 독방에 무기수로 수감 중이었고, 이 책은 아내 김진주와 형 박기호 신부 등이 면회 때 받아 적은 옥중 구술과 메모를 토대로 출간됐다.

2011년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새로운 책으로 탄생한다. 박노해 시인이 문체를 다듬고 편집과 디자인을 변화한 개정 복간본으로 출간된다. 총 7장으로 구성됐으며, 122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특별히 박노해 시인이 지난 10여 년간 세계 각지에서 찍어온 사진이 각 장마다 삽입되어 있다. 故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발문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1997년 출간 다음날 전국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기록, 30만부 가까이 읽히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수많은 독자들과 진보인사들은 물론 주요 보수 인사들과 대선주자까지 암송하며,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단 한 문장은 이념과 세대를 넘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박노해 시인에게 ‘변절자’라는 낙인을 찍으며 논란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이념에서 사람으로’라는 급진적이고 근원적인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표지 디자인.
돌아보면 박노해, 그는 언제나 ‘최초의 목소리’였다. 1980년대 군사독재와 노동탄압의 시대에 ‘노동해방’을 화두로 던졌고, 이 땅에서 금기였던 ‘사회주의’를 최초로 공개 천명했으며, 1990년대 낡은 이념과 시장 만능에 대항하며 다시 ‘사람’이 중심이라는 새로운 주체 선언을 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익 따로 이념 따로 생활 따로 노는 사람들 / 정치의식과 주장은 분명 진보인데 / 감성과 생활문화와 인격은 보수투성이인 사람들’(「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에게 ‘삶의 일치’라는 새로운 진리의 거울을 제시함으로써‘불편한 진실’의 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내 삶을 바꾼 책’이라고 고백하는 바로 그 지점이기도 하다.

사회주의는 무너졌지만 낡은 이념은 여전히 지배적이고,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새로운 삶의 가치는 찾지 못하고, 급속한 세계화ㆍ정보화ㆍ개인화의 물결 속에 ‘개인’으로 내던져져 길을 잃은 이들에게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한 권의 책을 넘어 삶의 등불이 되었다. 이런 이중성의 역설을 담고 있기에,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문제적 저작’으로 우리 사회의 젊은 영혼들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불가능한 이상을 향해 한 시대의 끝간 데까지 밀고 나간 젊은 혁명가의 투쟁과 묵상의 기록, 그것이 1997년 출간된 『사람만이 희망이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