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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당이득 산출…가능하나?

일감몰아주기 중과세 등 재계때리기…강제과세 땐 혼란 불가피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7.04 09: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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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6월부터 이어져온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이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정치권과 재계가 하반기에도 대립각을 세울 이슈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양자 모두 자제를 당부한 청와대의 주문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갈등은 감세 정책 철회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불거진 데서 본격 촉발됐다. 아울러 반값 등록금 문제와 고용 창출 주문 등도 재계의 부담을 늘리고 피로감을 자극했다.

정재계 갈등, 올여름 계속 달굴듯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은 지난 6월21일 정치권의 감세철회와 반값 등록금 정책을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하며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26일 “대기업은 다시 재벌이 되어버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정 의원은 “재벌개혁 없는 선진화는 불가능하다”고까지 비판했다. 정 의원은 “경제대국의 대열에 들어선 우리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서 후퇴를 거듭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재벌의 비대화”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 6월2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동반성장 공청회에 경제단체장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정치권은 더욱 격앙됐다. 전경련 회 회장은 물론, 대한상공회의소 손경식 회장,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이희범 회장도 불참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여야 합의로 열기로 한 공청회에 경제단체장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오만불손하다. 따로 불러 청문회를 개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 3월31일 국세청에서 ‘조세정의 실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브리핑 장면.
◆재계 곳곳에서 어깃장

재계 역시 정치권과의 갈등 상황을 먼저 접을 적극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반값 등록금은 소득 재분배와 수익자 부담 원칙 등 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동시에 학력 인플레를 심화시키면서 대졸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경연이 감세 관련 보고서와 브리핑을 취소하면서는 갈등 봉합을 위한 ‘출구 전략’을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7월1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측(기업 측) 위원들이 사퇴의사를 밝혀 최저임금 논의가 파행을 빚으면서 재계가 첨예한 갈등 국면에서 무조건 숙일 의사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여권의 ‘일감 몰아주기 중과세’ 당정 협의 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여당은 6월30일 국회 정책위의장실에서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및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업) 대응관련 당정협의를 가졌다. 여기서는 대기업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계열사에게 과다한 이익을 제공할 경우 부당지원행위로 간주하는 안이 논의됐다. 아울러 일감몰아주기로 지배주주의 자녀가 주가상승이익을 취할 경우에는 증여로 판단,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또 협력업체들에게 계열 MRO업체와의 거래를 강제하거나, MRO업체가 원가절감 명목으로 납품업체에게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단속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현황 공개시 계열사별 내부거래 현황도 다각도로 분석·공개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한 점도 재계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이나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주장한 대로 동반성장위원회에 대한 지원을 강화, 재계의 간접적 자금 지원으로부터 자유로운 기구를 만드는 안도 갈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동반성장위를 키워 ‘재계에 대한 견제구’를 지속적으로 던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가 6월말 정치권과 재계 모두에 자제를 당부했지만, 당장 이번 여름에는 갈등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6월29일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富) 증식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일감 밀어주기의 심각성을 밝혔다. 표는 보고서 중 일부.
협상 여지는?

문제는 이처럼 여름 내내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만, 현실적인 규제안이 당장 나오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우선 7월1일 논의가 중단된 최저임금 협의는 노동부의 중재가 필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금년도 기준을 준용하는 등으로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없고, 노동계가 투쟁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생기는 등 다른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중과세 추진도 ‘재계 때리기’의 명분으로 추진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당이득을 정확히 산출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과징금 형태로 부과해 왔던 게 현실이어서 과세를 강제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과세를 할 때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법정 공방이 일어날 부담을 당정이 정권 말에 안고 갈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당과 정부가 8월까지 세부안을 만들겠다고 한 만큼 실제 입법은 빨라야 정기국회에서나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같이 당장 갈등으로 인한 난타와 불편은 재계에 불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재계가 향후 각종 ‘재계 난타’ 아이디어를 법적·제도적으로 정비하는 과정이 어떻게 전재되는지에 따라서 실효성 있는 재계 개혁으로 이어질지, 일시적인 포퓰리즘 논란으로 끝날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재계가 정치권의 입법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여름 정치권은 어느 해보다 뜨거운 기업 개혁 논의 열풍에 말려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