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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집 건너 한집 ‘빚에 쪼들려 산다’

[심층진단] 통계청 적자가구 비율 30%…6년만에 최고치

박지영 기자 기자  2011.07.01 17: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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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계살림이 쪼그라들면서 고개 숙인 가장(家長)들이 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뛰어오르는 물가와 꿈틀거리는 금리…. 그나마 떨어지는 것이라곤 빚내서 산 집값 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 비율이 올 1분기 30.5%로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계약직 환경미화원 전기복(60·가명)씨의 한달 수입은 150만원 남짓. 초등학교 급식조리원으로 일하는 아내(57)가 매달 75만원정도 벌어와 적게나마 살림에 보태고 있지만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실제 이들 부부 한 달 평균생활비는 △주택임대료 30만2000원 △식비 35만8000원 △생활용품 15만8000원 △공과금 28만5000원 △세금 25만9000원 △병원비 21만4000원 △통신비 8만2000원 △교통비 9만3000원 가량으로 살림이 빠듯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두 자녀 모두 일찍 분가했다는 사실. 그렇다고 가계부담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집안 대소사나 경조사가 낀 달이면 그 전달부터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여기에 둘 중 누군가 몸져눕기라도 한다면 가계는 곧바로 적자로 돌아설 판이다. 

초등 4년생 딸과 일곱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김우남(43·가명)씨 부부는 지난달 가계부에 적자가 났다. 대기업 차장급인 김씨의 급여는 500여만원.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이들 사교육비에 높아진 금리까지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 김씨 가정에서 나가는 고정비용은 △사교육비 100만원을 비롯해 △아파트 관리비 30만원 △연금저축 20만원 △자동차할부금 50만원 △주택담보대출 90만원 등으로 월급통장에 돈 들어오기 무섭게 빠져나간다.  

◆필수생활비 물가 ‘눈덩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사는 저소득층 적자가구 비율이 빠르고 늘고 있다. 적자가구는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집을 말한다.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적자가구 비율은 30.5%로, 세 가구 중 한 집은 가계빚에 쪼들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2인 이상 적자가구 비율은 30.5%로 지난해 같은 동기(29.1%) 보다 1.4% 증가했다. 이는 2005년 1분기 31.4% 이후 최고치다. 두집 건너 한집은 빚에 쪼들리고 있단 얘기다. 

적자가구 수가 많아진 데는 소비자물가 상승 탓이 컸다. 실제 가구당 월평균 가계소득은 기존 347만2000원에서 385만8000원으로 38만6000원 늘은 반면,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69만5100원에서 68만2000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식료품 및 교통비, 주거비 등 필수생활비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작년 같은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는 4.5% 올랐다.

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눈에 띄게 급증한 항목은 교통비(11.5%)다. 올 들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웃돌면서 차량 운전자들 유류비 부담이 커졌다.

식료품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연초 농산물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8.4% 늘었다. 특히 채소 및 채소가공품 가격은 17.4% 뛰었고, 과일 및 과일가공품도 8.6% 상승했다.

주거·수도·광열비는 3.9% 올랐다. 전셋값 상승 여파로 주거비는 2.0%, 전기요금과 도시가스비 등 연료비 지출은 5.6%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가구당 부채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가구당 가계 빚은 지난 3월말 기준 4611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09만원)보다 302만원(7%)이나 늘었다.

가구당 부담하는 월평균 이자비용도 7만2700원(2010년 1분기)이던 것이 8만1300원으로 11.7% 껑충 뛰었다.

소득만으론 지출 감당이 힘들어지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가구도 늘고 있는 추세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웬만하면 줄지 않던 교육비가 3.0% 떨어진 게 이를 뒷받침한다. 올 1분기 정규교육과 학원·보습교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7%, 2.6% 감소했다.

물가가 뛰면서 당장 급하지 않은 오락·문화(0.3%)·외식비(1.0%)도 소폭 줄었다.